-
-
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평점 :
제러미 리프킨의 광팬 중 한 사람으로서 좀 실망스럽다. 이번 책은 제러미 리프킨답지 않다. 그 특유의 명쾌하고 깔끔한 글쓰기가 실종됐다. 이해는 간다. 그 동안 자신이 써 온 많은 글들을 집대성해 최종결론을 내리는 책이기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을 거라는 점. 그래도 너무 장황하고 지루하다.
늘 그렇듯 내용이야 지당한 말쌈들이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지만 책 자체만 보면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거다. 이런 결론을 내리자고 굳이 이렇게 장황하게 전 인류사를 정리하고 철학사를 짚고 온갖 연구자료를 널어놓았어야 했나 의문이다. 제러미 리프킨 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자료인용이 많다. 더구나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좀 산만하다. 쉽게 논증할 수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지나치다.
아시아 사람들이라면 제러미 리프킨의 결론 또한 그다지 신선한 내용은 아니다. 사실 우린 조상대대로 공감의 사고방식 속에서 살아왔다. 우리 조상들은 짐승 한 마리를 잡을 때도 경건하게 동물의 영혼을 달래고 잡았다. 물욕을 경계했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만 자연친화적이었던 게 아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어울려 살아야하며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모든 동양사상의 바탕에 깔려있었다.
제러미 리프킨이 동양의 역사와 철학을 알았더라면 이 책을 쓰기가 좀 수월했으리라. 아니 혹 민망했을까. 동양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말한 성현들이 널렸으니까. 서양의 기독교 문화권 사람들, 그 중에서도 미국 사람에겐 신선한 내용이겠지만 우린 '명심보감'만 읽어 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긴 현대세계엔 동양이 서양보다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개인은 파편화하고 정신보다 물질을 숭상하는 추세이긴 하다. 그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인 건 맞다. 공감을 통해 인간성을 되찾고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책이 너무 두껍고 지루하다. 베개로 쓰기도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