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서 본 사람인데...어디서 보았지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워낙 흔한 이름이라서 그런가 ?

아 ! 믿을 수 있게도, 그는 내 중학교.고등학교 동기생이었습니다. 당연히 믿을 수 있게도, 그와 난 한 번도 같은 반을 못 해 봤기 때문에 그다지 친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믿을 수 없게도, 서로 마주쳐도,이름을 대고 아는 체를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는 내 동기생이었습니다.

그렇게 뜻밖의 장소, 뜻밖의 시간에 친구를 만났고 친구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친구는 어눌한 놈이었는데 어디서 약장사를 하다 왔는 지 엄청나게 말빨이 세져 있었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놈의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는 얘기를, 참으로 믿을 수 있게도, 넋을 잃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싸그리 싸그리 다 들었습니다.

그래, 놈은 이렇게 살아왔구나 ! 1할2푼5리쯤의 승률로 이렇게 살아왔구나 !

나는 이 친구가 7할6푼8리 쯤의 승률로 중학교를 다니던 때를 기억합니다.

나는 이 친구가 9할2푼1리 쯤의 승률로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도 기억합니다.

나는 지금도 이 친구가 최소한 8할5푼4리 쯤의 승률로 잘 살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1할2푼5리 쯤의 승률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하네요.

이 친구, 남들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탈퇴하고 OB 베어스나 MBC 청룡으로 바꿀 때도 끝까지 삼미 슈퍼스타즈를 응원하더니...내 그리 될 줄 진작에 알아봤습니다.

그래도 놈은 지금 행복하군요.

나는 지금까지,내가, 7할5푼 쯤의 승률로 살아 온 줄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친구 얘기를 들으니 저도 겨우 1할2푼5리 쯤의 승률로 살아 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7할5푼의 승률을 유지할려면 누군가 어떤 친구가 1할2푼5리 쯤의 승률로 살아줘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나에게도 순수하게 삼미 슈퍼스타즈를 좋아하던 그 시절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성적에 실망하여 OB 베어스나 MBC청룡으로 배신을 땡긴 그 순간부터 제 인생도 배신자의 인생이 되어 어둠의 골목길에서 깃을 세우고 숨어 지내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깔깔 땍때구르르.... 웃다가....엉엉 돌돌스르르..... 울었습니다.

친구와 1할2푼5리의 승률로 살아 온 서로의 인생에 대해 건배하며 밤을 지샜습니다.

나도 이제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가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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