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음모
E.L.독토로우 / 한뜻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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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링컨 대통령이 죽은 몇 해 뒤인 1871년 뉴욕의 맨하튼을 무대로 석간 "텔레그램"지의 편집장이었던 매킬베인이란 사람의 회상형식으로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얘기는 어느 날 자신의 프리랜서 중 한 사람이었던 마틴 펨버튼이 사라지면서 시작합니다.

마틴의 행적을 쫒던 매킬베인은 마틴이 죽은 아버지 어거스터스 펨버튼이 사실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와 목사에게 한 사실을 알고 음모에 의한 실종임을 확신합니다. 마틴의 아버지 어거스터스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밀매 등의 악덕한 사업으로 돈을 번 거부로 마틴과는 심한 불화를 겪다 얼마 전 갑작스레 죽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틴은 살아있는 아버지를 보았으며 여기엔 무슨 음모가 있다는 걸 확신하고 아버지를 추적하다 실종된 것입니다. 매킬베인은 청렴결백한 경찰서장 단과 함께 마틴을 찾기위해 나섭니다.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드러나는 음모 ...

두 사람은 결국 시대를 앞서 간 천재의사 새토리어스가 마틴을 감금하고 어거스터스의 생명을 연장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새토리어스는 악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지적이고 인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연구를 했고 마침 생명을 연장하길 바라는 많은 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받아들여 실험을 계속해 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연장된 사람들은 영혼이 없는 육체만의 빈껍데기 인간으로 살아 온 것입니다. 세상은 재판도 없이 새토리어스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모든 기록을 없애 버립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매킬베인은 이 사건을 회고합니다.

이 소설은 난해합니다. 간단한 스토리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읽고 있는데 딴 생각이 끼어들기 일쑤였고 읽고 나서도 정리가 안 돼 다시 읽은 페이지도 부지기수입니다. 겨우 282 페이지짜리 소설 한 권 읽는데 근 한달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책들처럼 쉽게 던져버리지 못한 건 무엇때문일까요?

이 소설은 짧고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 사이엔 화자의 사색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 사색의 갈피는 그다지 심오한 것 같진 않으면서도 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영혼과 육체의 문제, 종교, 철학, 시대정신 등등 작가의 사상은 드러나지 않게 행간들을 메우고 있습니다.

인간이 "산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어거스터스의 육체는 살아 있더라도 그의 영혼이 이미 죽은 것이라면 그는 "살아있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인간의 생명과 영혼의 연장을 위한 연구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인간의 행복도 늘어나는 것일까요 ? 개인의 의식은 시대정신에 앞서는 것일까요 아니면 결코 시대정신을 앞설 수 없는 것일까요 ? 여러가지 의문이 뇌리를 맴돕니다.

지금은 이 소설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제 영혼이 더욱 성숙한 시기가 온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봐야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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