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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종말
롤프 데겐 지음, 박규호 옮김 / 현문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과학은 드디어 종교의 영역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과학적'으로! 이 책은 우리 인간이 선악을 구분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모든 행위가 오랜 진화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다. 인간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고 선한 행위를 하는 것이 결코 종교나 신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생존전략의 결과임을 증명해 보여준다. 학술적인 내용이지만 저자는 쉽고 분명하게 풀어서 독자를 배려한다. 어떤 철학책보다 진지하면서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최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약간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었다. 도덕철학의 제문제들과 논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은 높이 살 수 있지만 선과 악의 기원에 대한 의문은 풀 길이 없었다. 이 책이 대신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준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무릎을 치며 읽게 되는 책이다.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연구방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읽었다.
이 책엔 사람들이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도 착한 행동을 하는 이유, 악을 미워하고 선을 좋아하는 이유, 희노애락 등 칠정(七情)의 온갖 감정들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그런 감정의 기원 등등 다소 충격적이고 신선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마음 같아선 별 여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책인데 주석과 참고도서 등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별 하나를 깎았다. 출판사가 좀 더 세심하게 완성도를 높여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