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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오스트리아 빈 중심가 어느 병원 후미진 골목, 서로를 삼킬 듯 키스하던 남녀 한 쌍이 총에 맞아 즉사한다. 총알 하나가 남자의 목을 통과해 애인이던 병원 간호사의 머리까지 관통한 것이다. 도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충격적인 사건은 불륜남녀의 치정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죽은 남자가 유력 응급구조대 대장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책 소개글
브렌너는 19년 형사생활에 염증을 느껴 그만두고 사설탐정을 하다 말아먹고 지금은 적십자 구급차를 몰고 있다. 어느 날 동료 빔보가 구급차에서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같은 동료. 평소 채무관계가 있긴 하지만 동료를 죽일 사람은 아니다. 구급대의 대장인 주니어는 브렌너에게 스캔들을 막기 위해 수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무래도 적십자구급대와 경쟁관계에 있는 구급동맹에서 무전을 도청하고 있었던 듯 하다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일을 떠맡은 브렌너는 수사를 진행하는데 뜻밖의 엄청난 음모에 말려든다.
재미있다. 고차원적인 유머들이 작렬한다. 오스트리아의 국민작가라고 소개돼 있던데 명불허전이다. 주인공 브렌너는 다소 어리바리 캐릭터다. 19년 형사생활을 했다는데 대책없이 맞고 다닌다. 거의 ADHD 수준의 두뇌는 또 어떤가! 자기가 지금 뭘 하는지 순간순간 까먹곤 한다. 그다지 터프하지도 않고 동물적인 예리함도 없고 강한 도덕성도 물론 없다. 오로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뱉는 위트 넘치는 삐딱한 대사들. 그야 물론 이 소설의 작가인 볼프 하스의 솜씨다. 이게 재미있다. 이거 뭐 뜬금없이 누구라고 소개도 하지 않고 3인칭 관찰자인지 전지적작가인지 헷갈리는 화자가 반말로 툭툭 던지듯 얘기를 해주는데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크"하다고 할까! 사실상 소설 속에서 브렌너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거의 우연들이 겹치면서 저절로 사건이 해결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그런 우연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절묘하다.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를 읽는 맛이 찰지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설마 진짜 이렇지는 않겠지?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다 말장난의 달인들이다. 설마 이럴라구 하다가도 어느새 낄낄대며 즐기게 된다. 이건 뭐 맨날 짜장면 먹다 짬뽕 먹은 느낌이라고 할까!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