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 Invictu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소수의 백인들이 다수의 흑인들을 지배해 온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젊은 시절 무장투쟁을 주동하여 무려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넬슨 만델라. 그는 1990년 석방되어 1991년 ANC(아프리카민족회의 :African National Congress) 의장으로 선출된 뒤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여 드 클레르크의 백인정부와 협상을 벌여 350여 년에 걸친 인종탄압를 종식시킵니다. 이러한 공로로 1993년 드 클레르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1994년 5월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참여 자유총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다인종 의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됩니다.  

 오랜 세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격리정책을 뜻하는 아프리칸스어)에 젖어 살아 온 백인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을 바라봅니다. 과연 그가 진정 백인들을 용서하고 화해를 이룰까? 많은 백인들이 복수의 피바람을 예감합니다. 설령 만델라가 복수를 원하지 않는다 해도 그를 둘러 싼 흑인들은 복수를 원할 게 틀림없습니다. 백인들은 여전히 경제.군사.치안을 장악한 채 흑인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행보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만델라 대통령(모건 프리먼)은 진정으로 백인들을 용서했습니다. 그는 백인들을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미래를 그들과 함께 열어가고자 합니다. 만델라의 그런 진정을 백인들은 믿지 못합니다. 흑인들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심하던 만델라는 국가대표팀과 영국대표팀의  럭비게임을 참관하러 갔다가 관중석의 흑인들이 영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대표팀 "스프링복스"는 단 한 명의 흑인 선수를 빼곤 전원 백인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만델라는 일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에 주목합니다. 만델라는 개최국으로 자동출전권을 얻었지만 동네북처럼 패배에 젖어 있는 "스프링복스"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장인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불러 선전을 당부합니다. 인종차별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피나르는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를 부담스러워 하지만 만델라의 진정에 감화됩니다. 


 우리는 늘 용서와 화해를 말하지만 현실에선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용서한다고 말할 때 대개는 잊어버리는 걸 용서라고 합니다. "그래,용서할게. 지금부터 잊는다, 잊어. 대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 이래가지고야 과연 용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용서는 잊어버리고 다시 안 보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용서는 보듬어 안는 일입니다. 함께 가는 겁니다. 잊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픔을 기억해도 그 사람을 안을 수 있어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용서입니다. 어려운 일이죠.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영화는 만델라의 세련된 용서와 화해기술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만델라는 작은 용서와 화해부터 이루려고 합니다. 서둘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인내로 기다리고 진정으로 설득합니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움츠러든 건 아닙니다. 맞서야 할 땐 단호하게 맞섭니다. 인기에 연연해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만델라의 굳은 신념과 차분한 실천이 마침내 기적을 이룹니다. 

 팔십 청년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뻔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말합니다. 어깨 힘 빼고 담담하게 풀어갑니다. 경륜이 묻어나는 연출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억지 감동을 쥐어 짜내지 않아도 맑은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뻐근해 옵니다. 마치 만델라의 화신인 듯 연기한 모건 프리먼의 중후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일품이고 거의 대사도 없는 역할을 맡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연기하는 맷 데이먼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리더쉽 부재의 정치권 사람들에게 단체관람을 권하고픈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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