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 - 개정판
제임스 도드슨 지음, 정선이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도드슨은 미국의 저명한 골프칼럼리스트라고 합니다. 한 때 정치와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잘 나가던 기자였던 저자는 <워싱턴 포스트> 정치부 기자 자리를 제의받고 오히려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 기자가 되었다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제임스 도드슨은 열세 살에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배워 30년 가까이 아버지와 골프를 치며 부자지간의 정을 뛰어넘어 골프친구로서의 우정(?)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자에게 골프를 가르쳐주고 인생의 지침이 되어 주시던 아버지 “수수께끼 낙천가 옵티”가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제임스 도드슨은 더 늦기 전에 바쁘다고 미루기만 하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골프의 성지이자 젊은 시절 아버지의 추억이 어린 영국으로 날아갑니다. 이 골프여행은 결국 저자가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라운드’가 됩니다.

 저자는 아버지와 자신의 인생을 골프와 엮어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책에는 거의 모든 골프의 역사가 나오고 골퍼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옵니다. 그 사이사이 아버지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이 스치듯 묘사되고 아버지와 나누는 따뜻한 교감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때론 유머러스하며 때론 시니컬하게 얘기를 끌고 가는 저자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아버지와의 ‘마지막 라운드’를 기록하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들의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저자의 아버지 “수수께끼 낙천가 옵티”는 정말 멋진 분입니다. 제가 가장 본받고 싶은 아버지상입니다. 아들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아들의 존경을 받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늘 친구 같은 아버지를 꿈꾸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제 자신을 평가하자면 전 도저히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제 의사를 강요하고 권위로 누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제 소유물처럼 느끼고 애들의 삶에 간섭하고 싶어 안달을 했습니다. 저자의 아버지처럼 인생의 고비마다 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현명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며 아이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격려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아, 물론 저자처럼 좋은 아들도 되고 싶습니다. 전 그 동안 부모님께 믿음직한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우리 아버지야말로 저자의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제가 어떤 결정을 하든 절 존중해 주십니다. 그런데 전 아버지께 기대기만 하고 아버지의 어려움과 고통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친구 같은 부모보다 친구 같은 자식 되기가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맬 때마다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전 골프를 쳐본 적 없습니다. 골프장 근처에도 못 가봤죠. 그렇지만 뭐 골프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주변에 골프 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주워들어 친숙합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통해 골프룰을 웬만큼 숙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한테 골프는 그저 골프일 뿐이었습니다. 골프 칠 형편이 안 되기도 하지만 형편이 된다고 해도 별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먼 세상의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한데 이 책을 읽으며 골프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적으로 저자의 필력 덕분입니다. 골프에 대한 온갖 얘기를 하면서도 골프를 좋아하든 안 하든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쓴 저자의 내공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부모, 좋은 자식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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