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퍼즐
기모토 신지 지음, 송희진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의외의 대박입니다. 이런 좋은 책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과학도가 아니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SF중에서 이렇게 어깨 힘 쫙 빼고 심오한 이야기를 쉽고 잔잔하게 풀어가는 소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소설은 SF지만 전혀 SF적이지 않은 설정으로 독자의 부담을 확 줄여줍니다. 우선, 주인공 와타누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학생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이 딱 내 모습이야 하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듯 아무런 역할도 못할 것 같은 주인공이지만 머리만 좋고 인간적이지 않은 천재 소녀 호미즈에게 큰 깨달음을 전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다지 똑똑하지도 약지도 못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와타누키는 여타 SF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배경도 현재이며 평범한 대학생이 오가는 강의실과 집이 주무대가 되고 있어 좋습니다. 굳이 특이한 배경이라면 '무한'이라 불리는 입자가속기 시설인데 이것도 여타 SF에서 볼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설이라 이질감이 전혀 없습니다. 인물이나 배경만으로 보면 굳이 SF라는 범주에 넣을 필요조차 없을 소설입니다. 대개 SF하면 비현실적인 배경과 설정 그리고 등장인물이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법인데 이 소설은 그런 점이 없어 좋습니다.

 책을 읽으며 불현듯 제대로 물리학을 공부해 보고 싶더군요. 작가는 현대물리학의 역사와 최신이론을 수박 겉핥듯 슬쩍슬쩍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이것이 또한 탁월한 선택입니다. 만약 장황하게 난해한 우주론들을 설명했더라면 분명 읽는 중간에 던져버렸지 싶습니다. 주인공을 물리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학생으로 설정하고 어려운 이론들을 툭툭 던지며 지나간 게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물리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쓰기가 참 어려운데 작가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 됐지만 책을 읽으며 순수했던 그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고민이 되살아났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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