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오르페 - Orfeu Negr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리스 신화는 유달리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립니다. 오르페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죠. 그가 노래 부르면 독사도 치켜 들었던 머리를 숙이고 맺혀있던 봉오리는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아버지 태양의 신 아폴론에게서 수금(竪琴) 타는 법을 배웠는데 그의 아름다운 수금 연주와 목소리는 짐승들과 숲속의 나무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이아손의 아르고선 원정 때 오르페우스는 마녀 세이렌의 유혹을 수금과 노래로 뿌리쳤으며, 또한 콜키스의 용을 잠들게 하고 성난 파도를 진정시켰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산책 도중에 목부(牧夫) 아리스타이우스에게 쫓기다 독사에게 물려 죽자,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오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갔는데 그가 음악으로 지옥을 지키는 개 케르베루스를 비롯하여 지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자,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절대로 에우리디케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그녀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뻐하며 아내를 데리고 지상을 향해 서둘러 가던 오르페우스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유혹에 못이겨 뒤를 돌아다보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아내를 너무나 그리워한 오르페우스는 그 뒤 모든 여자들의 구애를 계속 거절하다가, 트라키아 여자들에게 원한을 사게 되어 여덟 갈래로 찢겨 헤브루스강에 내던져졌다고 합니다. 그의 머리와 수금은 강을 떠내려가다 레스보스섬에 닿았고, 섬주민들은 이것을 정중하게 장사지냈다고 하지요. 오르페우스의 묘에서는 종종 수금연주가 들렸다고 하며, 레스보스섬은 이 전설에서 유래하여 서정시로 유명해졌습니다. 뒤에 오르페우스의 수금은 아폴론과 뮤즈들의 요청으로 다시 하늘로 옮겨져 별자리가 되었고, 오르페우스의 혼은 영원한 낙원으로 인도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마르셀 카뮈의 "흑인 오르페"는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되살려 낸 걸작입니다. 카니발이 한창인 리우 데 자네이루에 시골처녀 유리디스(에우리디케:마르페사 도운)가 사촌인 세라피나를 찾아 옵니다. 유리디스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끌려 언덕을 오르는데 그 노래는 마을의 잘 생긴 전차운전사 오르페(브레노 멜로)가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르페에겐 이미 약혼녀 미라가 있습니다. 한편 유리디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신 가면을 쓴 사람에게 쫓기는데 사촌 세라피나의 옷을 대신 입고 삼바 축제에 참가 합니다.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정열적인 삼바에 흠뻑 젖어드는데 질투에 불타는 미라가 둘 사이에 끼어 듭니다. 그 사이 오르페가 잠시 한 눈을 판 순간 가면을 쓴 사내는 유리디스를 쫓습니다. 두려움에 도망치던 유리디스는 전차차고의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담을 뛰어 넘기 위해 전기선을 잡는 순간 마침 오르페가 전기를 넣어 유리디스는 죽고 맙니다.
 오르페는 유리디스의 시체를 병원에 누이고 무당을 찾아 갑니다. 거기서 오르페는 노파의 무술(巫術)을 빌어 유리디스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제정신이 아닌 오르페는 감격합니다. 날이 새자 연모의 정에 못이겨 오르페는 그녀의 시체를 안고 마을로 돌아옵니다. 그 모습을 본 미라가 걷잡을 수 없는 질투로 이성을 잃고 오르페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무녀들과 함께 그에게 돌팔매질을 합니다. 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는 오르페. 결국 그는 유리디스를 안은 채 벼랑으로 떨어집니다. 바닷가 열대 식물 위에 시든 꽃처럼 포개진 두 개의 시체. 그 아름답고도 슬픈 화면에 아침 놀이 타는 듯 합니다. 다음 날 소년들은 지난 일은 까마득히 잊은 듯이 오르페가 두고 간 기타 반주에 맞춰 천진스레 춤을 춥니다. 오르페는 갔지만 리우의 태양은 여전히 바닷가 가난한 흑인 마을에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로선 비교적 생소한 브라질을 배경으로 신화 속 사랑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이 영화는 "보사노바"라는 음악을 전세계에 알린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 해 칸느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석권했던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토속적인 화면 속에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지식이 짧아 그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떠나 그냥 보아도 애절하고 아름다운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화면도 아름답고 카메라는 역동적입니다. 음악도 매우 유명한데 찾아서 올릴려고 했더니 잘 안 되네요. 아쉽지만 영화를 꼭 구해 보시라고 권할 수 밖에 없네요. 오래 된 영화지만 지금 보아도 그 감동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좋은 영화이니 꼭 기억했다가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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