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스카이 - October Sk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국민학교 다닐 때 제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특히 우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 손으로 로켓을 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걸 실제로 시도해 본 적 있습니다. 첫번째 시도는 종이로켓으로 했습니다. 국민학생이 구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돼 있었거든요. 마분지로 조그만 로켓을 만들었습니다. 연료는 성냥의 황을 쓰기로 했습니다. 엄마 몰래 파고다 성냥 한 통을 챙겼습니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성냥의 황을 긁어 모았습니다.
 황이 제법 뭉쳐질 정도로 모였을 때 탈지면으로 감싸 도화선 역할을 할 꼬리도 길게 냈습니다. 그걸 마분지 로켓 안에 장착하고 발사대를 만들어 세웠습니다. 발사 장소는 엄마가 시장 간 틈을 타 안방으로 잡았습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로켓 꽁무니 노즐을 통해 삐죽 나온 탈지면 도화선에 불을 붙였습니다.
 멋있게 카운트다운을 할 생각이었는데 탈지면은 예상 보다 훨씬 빨리 타 버리더군요. 뭐 어쨌든 마침내 연료에 확하고 불이 붙고 로켓이 떠 올랐습니다. 아니 떠 오른다고 믿었습니다. 분명 제 눈엔 로켓이 거짓말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1cm 정도 떴을까요 ? 그 순간 로켓은 불덩이가 되어 훨훨 타 오르며 위로 날아 올랐습니다.
 하마터면 집에 불 낼 뻔 하고 제 첫 로켓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장판지에 묻은 그을음을 지우느라 땀깨나 흘렸음은 물론이고 연기를 빼고 냄새를 지우기 위해 창문도 한참 열어 놓아야 했습니다.그런데 그런 수고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과연 로켓이 추진력으로 떠 올랐냐 불이 붙어 떠 올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성공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슬로우 모션이 신경 쓰이는 겁니다. 그건 분명 불붙은 종이가 날아 오르는 모습이었거든요. 냉정하게 실패로 규정하고 다시 한 번 쏘기로 했습니다. 처음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다른 소재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불에 안 타고 가벼운 소재가 뭘까 고민하다 번뜩 떠 오르는 재료가 있었습니다.
 당장 옥상으로 올라가 TV안테나 한 쪽 끝을 5cm 정도 부러뜨렸습니다. 기억나실 겁니다. 안테나엔 얇은 알미늄 소재 같은 걸로 만들어진 하얀 원통 막대가 거미발처럼 붙어 있지 않았습니까 ! 그걸 부러뜨린 겁니다. 정말 로켓 몸통으로 딱이었습니다. 끝을 망치로 뭉개 뾰족하게 만드니 딱 로켓 모양이 나오는 겁니다.
 이번엔 실험의 안전을 위해 발사장소를 야외로 잡았습니다. 집 뒤에 산을 밀어 아파트 지을 땅을 만들어 놓은 공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한 번 황을 모은 뒤 발사대를 세우고 발사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황의 추진력이 너무 약했던 겁니다. 로켓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허무한 느낌이란...어떻게 꼼짝도 안 하는지 참!
 나중에 폭음탄을 연료로 사용해 기어이 로켓을 날리긴 했지만 어린 시절 꿈은 그 정도로 접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고 실험을 했는데 실제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과학자가 된 사람이 있었네요. 바로 이 영화의 실존인물 호머 힠햄(제이크 갈렌힐)입니다.
 소련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10월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1957년 콜우드라는 미국의 한 탄광 마을, 고등학생 호머는 우주인이 되길 꿈 꿉니다. 호머와 친구들은 직접 로켓을 쏘아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탄광마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삽니다. 콜우드는 몰락해가는 탄광마을로 희망이 없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미식축구 선수로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아버지처럼 광부가 되는 길 밖에 없습니다.
 호머의 아버지 존(크리스 쿠퍼)은 광부들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사람인데 아들도 자신처럼 훌륭한 광부가 되길 바랍니다. 호머는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갈등합니다. 존은 아들이 하는 짓이 헛된 몽상이라고 비웃습니다. 호머와 친구들은 온갖 비난과 비웃음을 뚫고 기어이 로켓을 쏘아 올립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얘기는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조 존스톤 감독의 "옥토버 스카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 꿈을 이루는 얘기에 가족간의 갈등과 사랑을 잘 엮어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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