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 The Pursuit of Happyn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내 대장부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어릴 적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어릴 땐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는데 어머니의 그 말씀 한마디면 신기하게도 울음이 뚝 멈추곤 했습니다. 딴엔 사내 대장부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그 아이가 이제 자라서 어른이 되고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 동안 의식하진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어머니 말씀을 지키면서 살아온 듯 합니다. 아니 그냥 지켜온 게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더 강하게 자신을 다그쳐 사내 대장부가 되려고 했나 봅니다. 이제 웬만한 일엔 얼굴에 희노애락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까지 사내 대장부는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우리나라, 그것도 과거에나 통하던 얘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미국도 다르지 않네요. 아들과 아내를 사랑하는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내입니다. 세상이 그를 향해 죽어라 죽어라 합니다. 그래도 그는 웃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약한 한 가닥 희망일 지라도 그는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 아니, 놓을 수 없는 지도 모릅니다. 선택의 여지도 도망갈 곳도 없으니까요.
 행복해지고 싶은 사내 크리스의 인생은 절망의 연속입니다. 열심으로 살았건만 하는 일마다 꼬이고 실패합니다. 밀린 집세, 연체 중인 세금, 주차위반으로 견인된 자동차, 온 재산을 털어 넣었지만 팔리지 않는 최신 의학기구 골밀도 스캐너....온 세상이 갈길 바쁜 그의 종종걸음에 태클을 겁니다. 발이 걸려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고 피가 흘러도 그는 다시 일어섭니다. 일어나 다시 뜁니다. 참다 못해 집을 떠난 아내도 다시 데려와야 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적절한 타이밍에 웃음을 터뜨릴 만한 에피소드들을 이어갑니다. 물론 괴로운 상황들이지만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데 극장 안 사람들이 다 웃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전 도저히 웃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웃기는 커녕 이를 악 다물고 울음을 참고 보았습니다. 좌충우돌 크리스의 모습이 바로 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영화가 끝날까 꽉 쥔 주먹이 나중엔 저려왔습니다.
 그렇게 참고 참았건만 영화의 결론부에서 결국 전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습니다. 남 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던 크리스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억지로 막아 놓았던 제 눈물샘도 터지고 말았습니다. 하마터면 소리내 엉엉 울 뻔 했습니다. 진짜 자신의 아들과 함께 출연한 윌 스미스의 명연기가 기어이 한국의 한 어줍짢은 사내 대장부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닌 척 쓱 눈물을 닦고 나오는데도 눈물이 속으로 흘렀습니다.
 저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저를 우리집의 대들보로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모릅니다. 자신들이 제가 기댈 기둥이라는 걸. 아내와 아이들이 없다면 전 무너지고 말 겁니다. 저도 크리스처럼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제 앞에도 크리스처럼 가느다란 한 가닥 희망만이 보일 뿐입니다. 저도 그 가늘고 약한 저 희망의 끈을 꼭 붙들고 놓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눈물 따윈 보이지 않겠습니다. 사내 대장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행복에 겨운 그 날 저를 위한 기쁨의 눈물 한 바가지를 위해 아껴두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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