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앤 나이트 블랙 캣(Black Cat) 3
S. J. 로잔 지음, 김명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의 사립탐정 빌 스미스는 새벽 2시에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조카 개리가 길가에 쓰러져 자던 사람을 털다 잡혀 경찰서에 있다는 얘깁니다. 빌 스미스는 여동생과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본 개리는 건장하고 성실해 보이는 고등학생입니다. 개리는 무슨 일인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뉴욕에 왔다가 돈이 떨어져 길에서 자는 사람을 뒤졌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빌은 개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재웁니다. 하지만 개리는 새벽에 3층 창문을 깨고 거리로 도망칩니다.
 빌은 책임감을 느끼고 동생이 사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갑니다. 여동생이 사는 뉴저지의 워런스타운은 고급주택이 늘어 선 작은 마을입니다. 여동생네는 얼마 전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이사왔습니다. 빌은 조카를 찾기 위해 한 때 사겼다는 여자애 집으로 찾아가는데 창밖에서 들여다 본 집안은 난장판입니다. 좋지 않은 예감에 경찰을 불러 함께 들어가보니 여자애가 죽어 있습니다. 가출한 조카 개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빌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립니다.

 S.J.로잔은 여성작가론 드물게 하드보일드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합니다. "윈터 앤 나이트"는 "빌 스미스와 리디아 친"시리즈 중 하나로 2003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이 시리즈는 이 책 한 권만 소개돼 있는데 다른 편은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건지 궁금합니다. 이 책만 보면 무척 재미있거든요.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해 점점 사건의 규모가 커지다가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는 이야기 구조는 영화 "차이나타운"을 연상시킵니다. 사건의 흐름도 짜임새가 있지만 주인공의 심리묘사도 일품입니다. 아마도 여성작가이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거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들간의 갈등 구조도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빠르고 건조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도 좋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선명한 묘사로 초반만 지나면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박진감이 넘칩니다.

 어느 사회나 오랜 세월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다 보면 타락하기 마련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안정된 미국의 한 소도시가 속으로 곪아 터지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왜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풋볼,농구,야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고 성공신화에 열광하는 지 늘 궁금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는 허울과 달리 미국은 신분상승을 이루기 몹시 어려운 나라라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하긴 그나마 그 정도라도 열린 곳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만! 
 우리나라도 점점 계층이 분화되고 그 계층간 이동이 어려워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예전과 달리 '왕따'니 '서민'이니 '귀족'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들려오는 게 그 증거가 되겠지요. 우리나라도 소설 속 워런스타운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윈터 앤 나이트"는 재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던져주는 걸작 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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