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타냥과 삼총사는 의인들인가 ? 어릴 때는 의심의 여지 없이 믿었던 사실들이 어른이 된 지금 이 완역본을 읽다보니 문득 의심스러워진다. 다르타냥과 삼총사는 한마디로 철없는 인간들이다. 돈만 생기면 마시고 먹고 써 버리고 돈이 떨어지면 도박에 남은 돈을 건다. 물론 다 잃고 빚까지 진다. 하인을 굶기는 주제에 투덜댄다고 주먹으로 버릇을 고치는 짓거리는 완전 깡패들이다. 아무하고나 시시한 시비로 싸움을 걸어 칼싸움을 일삼는다.법을 어기고도 싸움만 이기면 의기양양해 한다. 국왕의 근위대라는 총사들이 국가나 국왕보다는 바람 피우는 왕비에게 충성을 바친다. 버킹엄 공작은 분명히 프랑스의 적이다. 리슐리외 추기경은 의심할 여지없는 충신이며 사심없는 애국자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루이13세라는 덜떨어진 왕은 사리분별도 없이 총사들을 가신화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총사대장 트레빌을 총애한다. 심지어 바람 피우는 왕비에 충성하는 삼총사와 다르타냥을 칭찬하기도 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이야기를 쓴 의도가 궁금해진다. 과연 뒤마가 다르타냥과 삼총사를 미화하는 건지 풍자하고 조롱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뒤마의 문체는 이들의 행동을 비꼬는 투로 말하고 대화도 유치찬란의 극치를 달린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행동이 멋있다고 그들의 말투가 멋있다고 생각해 왔다. 마치 '대부'라는 영화가 암흑가의 위선을 까발리려 한 의도와 달리 멋있는 우상으로 변해버린 현상과 비슷하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인가 ? 하긴 작가의 의도야 상관없이 재미있긴하다. 내용이 재미있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긴하다. 실수 투성이에 한 가지씩 약점들을 지닌 인간적인 주인공들이 벌이는 무대뽀 울트라 액션 멜로 초절정 써스펜스 스토리는 정신을 못차리게 한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철없는 낭만주의자들이다. 결코 역사의 주인공은 될 수 없는 철딱서니들이다. 뒤마가 이들을 통해 작가 당대의 프랑스를 비꼰 것인가 ? 누구 전문가가 있다면 좀 알려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