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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ㅣ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왠지 심오하지만 고리타분한 주제를 지루하게 풀어가는 이야기일 거라고 예단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심오하지만 고리타분하지 않다. 긴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다. 일찍이 써스펜스의 원리를 간파한 사람은 알프레드 히치콕이 아니라 도스또예프스끼다.히치콕은 탐정 영화를 싫어했다. 탐정 영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지는 몰라도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놓기에는 좋은 장르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보다 많은 정보를 관객에게 주므로써 써스펜스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러한 히치콕의 생각은 쉽게 증명된다. 결말이 중요한 탐정영화는 두번째 보면 재미없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써스펜스 영화는 두번 세번 보아도 재미있다.결말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미묘한 느낌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건을 소설로 읽었을 때 이런 써스펜스를 느꼈었다.
그런데, 오늘 죄와 벌을 읽고나니 이 책이야말로 써스펜스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다른 분들이 심오한 서평들을 많이 올려 주셔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았다. 혹시 나와 같이 고전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