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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아이 - Eagle Ey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 동안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겼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CTV 설치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선 좋은 일이지만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선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잘못한 일이 없더라도 누군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나도 모르게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진 않겠죠.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 브라더'의 발생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좀 우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누군가 휴대전화로 명령을 내리고 그에 따르지 않을 시 가족에게 피해를 주겠다고 협박한다면 과연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요즘 비슷한 전화사기가 횡행하기도 하죠. 그냥 전화로 그렇게 협박만 해도 두려울 텐데 나의 모든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더 놀랍겠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교통신호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모든 통신을 마음대로 통제할 정도의 존재가 나에게 명령을 내린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현재 과학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IT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 전반에 자동제어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기술의 발달이 교통.통신.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맞물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복잡하고 정교하며 거대한 자동제어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이 네트워크 전체를 장악한다면 충분히 세상을 지배하고도 남을 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선의든 악의든 누군가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될 경우 나타날 끔찍한 부작용은 생각만 해도 섬찟합니다.
우리 사회는 의도했든 아니든 이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거부할 순 없겠지요.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니까요. 다만 혹시 만의 하나 있을 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지혜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영화로만 보면 어쩌면 뻔한 스토리일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게만 보고 즐기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