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접경 미국의 한 마을은 질척이는 진창 만큼이나 살풍경한 곳입니다. 잭슨 소령이란 사람이 많은 부하들을 이끌고 장악하고 있는 이곳은 정부의 공권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곳입니다. 민간인을 잔인하게 죽이는 걸 재미로 아는 잭슨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휴고라는 멕시코인이 이끄는 산적들이 유일합니다. 이곳에 한 사나이가 나타납니다,관을 질질 끌면서. 음울한 분위기의 사내 이름은 장고! 혼자서 두 악당 세력을 일망타진합니다.
1960년대엔 이른 바 "스파게티 웨스턴"이 인기를 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불렀죠. 말 그대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짝퉁 서부극입니다. 그런데 이 짝퉁들이 오히려 진품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었죠. 그 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들은 현재 걸작고전의 반열에까지 올라 있습니다.
프랑코 네로가 주연한 "장고"는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의 작품으로 결코 걸작이라 할 수 없습니다만 아이디어 하나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영화인들이 스페인과 로마 인근의 스튜디오 세트를 오가며 만든 저예산의 이 영화는 시나리오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다고 전합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비교적 정교합니다. 당연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구로자와 아끼라의 1961년작 "요짐보"를 번안한 작품입니다.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의 "요짐보"는 여러 번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물론 원작이 최고 걸작입니다만 "황야의 무법자","장고","라스트 맨 스탠딩" 등으로 지금도 조금씩 포장을 달리해 영화로 만들어지는 뛰어난 스토리입니다. "요짐보"는 두 패의 악인들이 대립하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한 마을에 사무라이 한 사람이 나타나 교묘하게 서로 싸우게 만들어 결국 일망타진하고 표표히 마을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세계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탈리아인들이 여러 번 베껴먹은 것이죠. "장고"도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만 그나마 아이디어가 뛰어나 용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엘마리아치"나 최근 리메이크한 "원스어폰어타임인멕시코"도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태생의 한계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에서 드물게 남북전쟁 등 역사적 배경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대상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더구나 서부영화 특유의 선악구도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도 악당입니다. 약간 인간적인 면이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역사와 윤리에 대한 부담없이 말 그대로 원초적 오락에 치중한 게 스파게티 웨스턴의 성공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마치 요즘 인기있는 컴퓨터 게임의 원형 같은 영화들이죠. 지금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