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널 그리는 바다
야마다 아카네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일하는 스물입곱 아가씨 나쓰키는 스스로 도저히 멈추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무 남자나 쉽게 자 버리는 일입니다. 그 일은 열일곱에 시작되었습니다. 동급생 남자애랑 만나 섹스를 하고 사귀게 되었는데 어느 날 자신 외에도 다른 많은 여자애와 자는 걸 알고 버림받은 느낌을 받습니다. 홧김에 거리를 배회하다 어떤 아저씨를 만나 원조교제를 하게 된 것이 습관이 돼 버렸습니다. 상처를 달래려고 한 일이 더 큰 상처를 가져왔지만 이상하게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나쓰키는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중년여성을 보고 붙잡습니다. 그런데 요리코라는 이름의 그녀 가방엔 책이 없습니다. 나쓰키는 요리코의 집에 사과하러 갔다 붕괴되어 가는 한 가정을 목격합니다. 다음 날, 요리코의 아들이라며 고등학생이 찾아와 어머니가 도벽이 있으니 죄송하다고 사과합니다. 스스로 '등교거부'를 거부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코지라는 그 소년은 매우 여리지만 강한 의지로 무너져가는 가족을 홀로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나쓰키는 열 살 어린 코지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낍니다.
사람은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걸까요? 이성과 의지는 늘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고 맙니다. "괴롭힘을 당한 약자는 반드시 자신보다 약한 자를 찾아, 강자에게 당한 것처럼 약자를 괴롭히"고 "아니야, 이런 게 아니야. 또 틀렸어"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번번이 거짓에 속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야마다 아카네는 나약하지만 강하고 추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릴 줄 아는 내공있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