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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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여사(미야베 미유키의 별명)는 또 저를 절망에 빠뜨립니다. 어쩜 이렇게 잘 쓸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추리소설 <외딴집>은 정말이지 최고, 최고입니다! 스토리가 하도 정교해서 제대로 요약도 못하겠습니다.
 
 19세기 에도시대, 지방의 작은 번(番)인 마루미에 느닷없이 재앙이 닥칩니다. 재앙의 발단은 막부의 중신이었던 가가라는 사람이 유배되어 마루미로 왔기 때문입니다. 가가는 아내와 두 자녀와 부하를 죽였다고 하는데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해서 악령이 씌운 귀신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사람입니다. 마루미는 이 사람의 신변을 감금함과 동시에 보호해야 할 중책을 맡은 것입니다. 만약 가가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마루미번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가가 들어오기 전부터 마루미번엔 의문의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이야기는 복잡하지만 눈에 보일 듯 그려주는 작가의 내공이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무심한 듯 담담한 서술 속에 인간애와 희망을 담고 있는 특유의 문장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소설 속에 발생한 여러 죽음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끝나는 건 추리소설의 대원칙을 깬 듯 하지만 미신과 비합리가 가득 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인들은 흔히 혼네(속마음)와 타테마에(겉모습)가 다른 사람들이라고 하죠. 이 소설을 읽으면 왜 그런지 조금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봉건체제란 매우 살벌한 제도였나 봅니다. 조금만 말을 잘못해도 일을 실수해도 바로 목숨이 날아가는! 그런데 그런 살벌한 일본 에도시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으니 별일입니다. 조금 더 멀리서 보면 지금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익 혹은 일족의 안위를 위해서 거짓을 말하고 속이고 꾸미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지금 우리세상도 각자의 입장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모른 척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대의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속이는 일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미미여사는 주인공 우사와 호를 내세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연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인지, 책을 덮으며 먹먹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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