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전지한 지음 / 에듀박스(주)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저는 피아노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피아노를 못 칩니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안 형편이 피아노를 배울 정도는 아니었지요. 어릴 땐 반에서 피아노를 배운 애들보다 못 배운 애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한 번도 부모님을 탓해 본 적 없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제게 피아노를 가르치지 못한 걸 미안해 하십니다. 그건 제가 초등학교 졸업식 때 음악 한 과목이 "양"을 받는 바람에 "우등상"을 못 탔기 때문입니다. 당시 전 제가 음치인 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음악에 "양"을 준 담임선생님을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진학 후 제가 음악에 탁월한 소질까지는 아니라도 꽤 소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입시에 음악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선생님께서 완전 기초부터 이론수업을 해 주셨는데 그 때 비로소 음악의 원리를 깨달았습니다. 그 뒤 음악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쭉 "수"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초등학교 때 제가 왜 음악에 "양"을 받았는지 의문스럽더군요. 곰곰 생각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6학년 학년 초 담임선생님께서 애들에게 각자 노래를 시켰는데 제 차례가 되어 부른다는 게 그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음정을 틀리고 그 바람에 박자도 놓친 게 음치라는 낙인을 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뒤로 쭉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선입견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게 원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우등상 못 탄 게 별 일은 아닌데 어머니는 못내 마음의 상처로 남았던 듯 합니다. 더구나 제가 중학교 이후 음악에 쭉 "수"를 받는 걸 보시곤 더욱 억울해 하셨습니다. 지금도 어머닌 그 전에 피아노만 가르쳤더라도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뭐, 어쩌면 어머니 말씀이 옳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분명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초등학교도 음악선생님이 따로 계시지만 전엔 담임선생님이 다 가르치셨죠. 일부 선생님들은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도 그런 선생님들께 주로 배웠죠. 지금 생각해 보니 음표와 음계 외엔 거의 배운 게 없었던 듯 합니다. 남자선생님이셨던 6학년 담임선생님도 그다지 음악에 소양은 없었셨던 듯 합니다. 별 다른 이론 시험도 없이 노래 한 곡 잘못 부른 게 "양"을 받은 원인이 됐던 건 분명합니다.
 어머니 말씀 때문이 아니라 나중에 발견한 음악에 대한 사랑이 절 피아노를 동경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음치인 줄 알고 지낸 시간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멋지게 피아노로 쳐 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 때도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피아노란 악기는 제게 너무나 멀리 있는 비현실적인 악기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억눌렀던 그 열망은 대학생이 되어 기타를 배우면서 일부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완전독학으로 배운 악기지만 혼자 노래부를 때 반주 넣는 정도는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더군요. 실제로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몇 달 여유가 있어 피아노 학원을 찾아간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원선생님이 몇 달 사이에 만족한 수준으로 배우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더군요. 그 말에 그만 지레 겁 먹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피아노는 동경하되 배울 수 없는 악기로 남았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서점에서 서핑을 즐기다가 이 책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피아노를 일주일 안에 죽이게 칠 수 있다니! 책 내용을 보니 실제로 악보와 피아노 그림이 나와 있었습니다. 피아노 교본인가 싶었는데 어라, 앞쪽은 소설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주문했죠. 책이 도착하자마자 단번에 읽었습니다. 소설도 훌륭하고 피아노 교본도 훌륭합니다. 오랜 동경의 대상이었던 피아노를 배울 기회가 온 듯 합니다. 일주일 열심히 연습해서 멋지게 연주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잘 칠 수 있게 되면 어머니께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피아노를 못 가르쳐 주신 건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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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인터뷰-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 전지한 (피터팬컴플렉스의 리더 )
    from TUREQUEST.net 2008-11-26 13:26 
    작가인터뷰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 전지한 (피터팬컴플렉스의 리더 )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 전지한 지음/에듀박스(주) 위성DMB 도서소개프로그램 위크앤드북타임 2008년 9월 12일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