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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도 - 개정판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8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부럽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책이 서양에서는 고전으로 읽힌다니 말입니다. 이 책은 일본의 5000엔 권 화폐에 그의 초상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 근대 최고의 교양인이자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니토베 이나조라는 사람이 미국에서 1899년 출간한 책입니다. 일본의 문화를 궁금해하거나 이질적인 문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서양인들을 위해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인 무사도를 영어로 설명한 책입니다.
미국과 독일에서 다양한 학문을 익힌 저자는 서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일본의 정신인 무사도를 서양의 기독교나 기사도에 못지 않은 고귀한 정신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의 석학들과 바이블을 인용하며 미사여구로 포장한 무사도에 대한 설명이 실로 정교합니다. 그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어 오랜 시간 서구인들에게 일본을 알리는 교과서 역할을 해 온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서양인들이 일본문화 그 중에서도 사무라이 문화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데 이 책 내용을 유심히 파고들면 사실 별 게 없습니다. 저자는 마치 무사도가 일본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사상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조상대대의 전통사상과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것들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선비정신"과 비교하면 지성과 철학이 결여된 조악한 사상일 뿐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각자 고유의 문화가 있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비교해 더 낫거나 낮게 평가되어선 안 된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무사도가 아시아에서도 특별한 독창적인 문화.사상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점은 분명 왜곡에 가깝다 할 것입니다. 그 증거로 무사도가 표방하는 좋은 덕목들은 모두 우리의 "선비정신"으로 대체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오히려 "선비정신"이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맹목적인 무사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 별 볼 일 없는 책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우리는 이런 책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들보다 더 뛰어난 문화를 갖고도 그것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온 세계가 일본문화에 열광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의 아류국 정도로 인식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최근 많은 노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이런 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부터 갖춰야겠습니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질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