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의 모험 - 황금양피를 찾아 떠난 그리스 신화의 영웅 55인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지음, 김원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 신화는 지극히 "인간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아손이 그리스 영웅들과 황금양털을 찾아 떠난 모험이야기는 특히 인간적입니다. 이아손은 여타 다른 영웅과 달리 비열한 면을 가진 남자입니다. 그런 이아손의 비열함에 희생되는 여인 메데이아가 있죠.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마녀로 취급받는 인물입니다만 매우 부당한 면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리스 신화에선 여자들이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세우스를 도와 미궁의 비밀을 가르쳐 준 아리아드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한 엘렉트라 등 그리스 신화 속 여성들은 어리석고 유혹에 약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들 또한 마찬가지죠. 아테네 여신을 빼곤 대부분 편협되고 질투심 강한 성격으로 그려집니다. 그 정점에 제우스 신의 정실부인인 헤라가 있습니다. 이아손의 후원자가 바로 헤라라는 사실이 이 이야기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손의 아들 이아손은 신탁을 범하여 모험의 세계로 뛰어듭니다. 그리스의 왕 크레테우스가 죽자 펠리아스는 신탁소에 가서 자신과 쌍둥이 형제 중 누가 왕위를 물려받을지 묻습니다. 신탁은 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겠지만 외짝 신발을 신은 자를 조심하라는 것. 그런데 이아손이 어느날 펠리아스의 궁전에 초대받아 가는 길에 공교롭게도 한쪽 신발을 진창에 빠드리고 말죠. 이아손이 외짝 신발을 신고 나타나자 펠리아스왕은 이에 대해 추궁하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찾아오겠다고 장담하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인간이란 신들의 장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입니다. 이아손도 마찬가지입니다.이아손은 신의 도움을 받아 아르고라는 배를 만들고 그리스의 영웅 55명을 모아 멀리 콜키스에 있다는 황금양털을 찾아 떠납니다. 온갖 위기를 신들의 도움과 영웅들의 용기와 기지로 이겨 내고 목적지에 도착한 이아손 일행은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콜키스의 왕 아이에스테는 이아손에게 코에서 불을 뿜는 청동황소 두 마리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갈고 그 이랑에 뱀의 이빨을 뿌려 나오는 병사를 물리치면 황금양털을 주겠다고 선언합니다.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한 임무였습니다.
 이번에도 헤라 여신이 괴로워하는 이아손에게 도움을 줍니다. 아이에스테왕의 둘째 딸 메데이아에게 큐피트의 화살을 쏘아 이아손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신의 도움을 받은 이아손은 노골적으로 메데이아를 유혹합니다. 이아손에 대한 열정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메데이아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마법을 이용해 임무를 완수하고 황금양털을 훔쳐 함께 달아납니다. 그 정도였다면 좋았을 걸, 쫓아 온 오빠를 속여 함정에 빠뜨리고 잔인하게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그리스로 데려가 정실부인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메데이아는 사악한 마녀가 됩니다.
 이 책은 기원전 300년 무렵에 태어난 헬레니즘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인 아폴로니우스 로디우스가 쓴 책입니다. 그는 청년 시절에는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일했으며, 프톨레마이오스 2세의 부탁을 받아 황태자를 교육시켰을 만큼 높은 신망을 받은 학자였다고 합니다. 지중해를 무대로 활략한 그리스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그리스 신화가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사전에 그리스 신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 좀 피곤할 수도 있지만 줄거리 요약 수준의 다른 이야기와 달리 자세한 세부 묘사가 흥미로운 책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황금양털을 찾아 그리스로 돌아 온 이후 이아손이 메데이아를 배신하는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에서 책이 싱겁게 끝나 버려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렇긴 해도 그리스 신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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