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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ㅣ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내가 나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할 때“
가끔은 선(善)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단어일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저 나는 나일 뿐인데 나라는 이유만으로 환영 받지 못하는 삶에서, 남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누군가는 ‘노력’을 해야만 쟁취할 수 있고, 심지어 ‘노력’을 해도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그대로 비춰지기 보다는 타자화 되기 쉽상이고, 타자화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불쌍히’ 여김과 동시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사람을 ’마음 넓은 나‘로 은근히 그 사람보다 자신을 우위에 놓기도 한다.
단요 작가는 이 이야기를 실제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즉 똑같은 사람이고 다들 잘 지낸다거나, 사회가 잘못된 거라는 이야기에 치중하지도 않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느 한 주장만 고집스레 밀고 나가지는 않는다. 과거의 주현의 성격이 승윤이 되기도 하고, 현재의 승윤이 과거의 주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화를 내고 싶을 땐 화를 내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은 보기엔 괜찮을지 몰라도 사실상 껍데기만 예쁘고 알맹이는 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는 이 아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타협하고, 타협하지 않는 순간이 생기고, 부딪히고 깨져가고, 가치로 두었던 우선순위가 뒤바뀌기도 하고, 그리고 그게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스스로 찾아가는 부분들이 내겐 더 큰 위로로 다가왔다.
어떤 것은 좋은 대우를 받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 때. 그건 이 소설에 나오는 다문화 가정 뿐만이 아닌 우리 삶 곳곳에 뿌리내려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던 적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소설 독후감을 쓰듯, 재판관 자리에 앉아 타인의 행동을 품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 나 자신은 행동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을 지키더라도 괜찮을 때, 반면 현실에서는 사건이 매 순간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동시에 우리도 사건을 향해 달려들게 된다.(p.55)' 삶의 테두리 바깥에서 그것을 관망하고 무엇이 정의이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인지 따져보는 건 사실상 삶의 겉테두리만 핥게 되는 것 뿐이다. 테두리가 아닌 우리가 그들의 삶의 안쪽으로 기꺼이 몸을 기울일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변호사든 검사든 판사든 경찰이든 죄인같은 역할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