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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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을 중심으로 각 시리즈별로 다섯 명의 작가들과 함께한다. 지난 1이 『걷다』였다면 이번 두번째 시리즈는 『묻다』라는 행동을 통해, 각 작가들이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빌려 우리가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내뱉고 싶었을 물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마음속으로 ‘묻어야’만 했을 이야기들을 꺼냄과 동시에 ’묻는‘ 행위. 『걷다』 때도 그랬지만 『묻다』에서도 이런 동음이의어를 생각하며 이 앤솔러지 시리즈를 읽는 건 내겐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크게 마음을 울렸던 건 박지영 작가의 『개와 꿀』 이었는데,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도 예측할 수 없어서 막연히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강도에 비해 무언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행위에서 ’개꿀이다’는 표현을 빌린 이 단편소설은, 타인의 눈에는 말그대로 ‘개꿀’일지라도, ‘개꿀’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1인분의 역할을 못한다는 이유로, 1.5인분을 해내는 사람은 0.5인분 만큼의 화낼 권리가 주어지면서 마음껏 혐오하고 배제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 손가락질 받는 사람은 자연히 0.5인분, 혹은 0.7인분까지의 혐오에 그대로 노출되면서도 그들의 잘못인줄도 모른채 그저 ’마땅하다‘고만 생각하며 체념할 때. 우리는 ’개꿀‘이라는 말로 타인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혐오할 게 아니라,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걸, 어쩌면 당연하지만 아무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깊이 관철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든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음 시리즈인 『보다』도  자연히 기대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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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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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언코 이 책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모든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둘러싼 혐오어린 시선. 마르시아스 섬의 고아원에 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은 아서와 조이의 보호 하에 안전하게 지내고 있긴 했어도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저 타인과 어딘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어린 아이들은 섬에서 철저히 고립되었고,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도 익숙해졌다. 다르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엔 아이들은 너무 어렸고, 타인이 바라보는 그들의 편견과 시선은 어느새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었을 때, 이 책의 주인공인 라이너스 베이커는 DICOMY에서 경고했던 객관성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라이너스 베이커는 원칙주의자이고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그가 사실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몇몇 있었는데, 라이너스의 작은 행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보면,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선 이런 작은 마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비단 이 책 속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마주한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틀렸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을 마주하고, 또 스스로도 얼마나 작은 세상속에 갇혀 살았는지를 알려준다. 타인만을 위해 어떤 것도 억지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서 존재할 때, 그리고 그걸 서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더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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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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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중 <걷다>를 주제로 엮은 단편집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어쩌면 가장 흔하면서도 자주 하는 행동일 수 있는 '걷다'라는 동사는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그 안에 배인 녹록치 않은 삶, 쉼 없이 달린 탓에 흘리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혼란함, 뒤를 돌아봐야 할지 멈춰서야 할지 다시 앞으로 내달려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들을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각각 그려나가고 있다.


걷다라는 동사엔 두 가지의 뜻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서 발을 번갈아 떼어 옮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걷다에 가장 부합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머지 하나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미래지향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없는 셈 치고'의 주인공도, '후보(後歩)'의 근성도, '유월이니까'의 주인공도, '유령 개 산책하기'의 주인공도, '느리게 흩어지기'의 명길도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보다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지나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부채감과, 망설임은 그들의 발바닥에 눌러붙은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보( 一步)하는 삶을 택한다. 지나온 자리에 후회는 남겨두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내딛는 일보( 一步)가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무심코 바래왔던 것들이 발을 번갈아 뗴어 옮기는 순간에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맞이할 것임이 분명하다. 일보( 一步)에는 '아주 가까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이 리뷰는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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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 - 연인도 부부도 아니지만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 관계에 대하여
라이나 코헨 지음, 박희원 옮김 / 현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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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도 부부도 아니지만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 관계에 대하여

라이너 코헨 - 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 부제 中

이 책은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관계들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다양한 형태로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여러 챕터에 나눠서 보여준다.  우리가 로맨틱한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내 삶에 일부로 두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사전적 의미만 보더라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섹슈얼한 감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마음을 베푸는 일이 바로 사랑이다. 연인이 생기면 친구라는 존재는 뒤로 밀리고, 로맨틱한 관계가 즉 성애로 이어져 그런 사람만 가족으로 맺어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그런 것도 사랑의 일부라는 것을 이 책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연인도 부부도 아닌 친구관계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더 확장시켜줄 수 있는지, 그리고 각자가 만들어나가는 이 우정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지 이 책은 실제 다양한 ‘플라토닉 생활동반자’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나도 이런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가 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사람이 로맨틱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당시의) 상대는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누군가와 연애관계를 이어나가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굳이 스스로 일깨우지 않아도, 이미 친구들과의 다양한 관계의 양상 속에서 굳이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나는 사회가 말하는 (어찌보면 스테레오타입인) ‘가족’을 친구들과도 충분히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개인적인 경험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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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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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할 때“



가끔은 선(善)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단어일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저 나는 나일 뿐인데 나라는 이유만으로 환영 받지 못하는 삶에서, 남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누군가는 ‘노력’을 해야만 쟁취할 수 있고, 심지어 ‘노력’을 해도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그대로 비춰지기 보다는 타자화 되기 쉽상이고, 타자화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불쌍히’ 여김과 동시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사람을 ’마음 넓은 나‘로 은근히 그 사람보다 자신을 우위에 놓기도 한다. 

단요 작가는 이 이야기를 실제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즉 똑같은 사람이고 다들 잘 지낸다거나, 사회가 잘못된 거라는 이야기에 치중하지도 않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느 한 주장만 고집스레 밀고 나가지는 않는다. 과거의 주현의 성격이 승윤이 되기도 하고, 현재의 승윤이 과거의 주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화를 내고 싶을 땐 화를 내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은 보기엔 괜찮을지 몰라도 사실상 껍데기만 예쁘고 알맹이는 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는 이 아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타협하고, 타협하지 않는 순간이 생기고, 부딪히고 깨져가고, 가치로 두었던 우선순위가 뒤바뀌기도 하고, 그리고 그게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스스로 찾아가는 부분들이 내겐 더 큰 위로로 다가왔다. 

어떤 것은 좋은 대우를 받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 때. 그건 이 소설에 나오는 다문화 가정 뿐만이 아닌 우리 삶 곳곳에 뿌리내려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던 적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소설 독후감을 쓰듯, 재판관 자리에 앉아 타인의 행동을 품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 나 자신은 행동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을 지키더라도 괜찮을 때, 반면 현실에서는 사건이 매 순간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동시에 우리도 사건을 향해 달려들게 된다.(p.55)' 삶의 테두리 바깥에서 그것을 관망하고 무엇이 정의이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인지 따져보는 건 사실상 삶의 겉테두리만 핥게 되는 것 뿐이다. 테두리가 아닌 우리가 그들의 삶의 안쪽으로 기꺼이 몸을 기울일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변호사든 검사든 판사든 경찰이든 죄인같은 역할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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