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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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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좋겠지만, 삶은 늘 예측불허이고 만남은 불시에 찾아오며 이별은 특히 어떤 예고도 없다. 


이 책에 담긴 여섯 개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이별이 담겼다. 외사촌에 대한 질투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나 자신과 이별해야 했고, 사고로 아들과 이별한 엄마가 있으며, 돌아가신 엄마, 그리고 아득한 과거가 있다. 


이별의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책은 이야기의 끝에 갈수록 작별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별의 뜻은 ‘서로 갈리어 떨어짐’이고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이다.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지난 날에 작별을 고하는 인물들을 보며, 작별이 꼭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을,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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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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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안다』 는 그 단어의 의미에서 더욱 확장된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안다’의 또 다른 말은 위로일 수도 있고, 용서일 수도 있으며, 지난 날에 대한 작별일 수도 있다. 


 다섯 개의 단편 소설에서 각각의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한계까지 몰아세우거나, 용서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고 싶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님을, 어떠한 말 없이 그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서로를 껴안으며 체온을 주고받는 행위가 말보다 더 큰 위로와 안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작중 인물들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앤솔러지 시리즈가 걷다, 묻다, 보댜, 듣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시리즈도 주인공의 각자의 삶과 그 안에서의 내면의 갈등이 그려졌다면 이 마지막 시리즈인 『안다』 가 지난 모든 작품 속 인물들이 지나왔을 기나긴 여정을 조용히 껴안는 것 같았다. 이제 우리도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행동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고 껴안을 순간인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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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크기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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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그런 기분을 한 번쯤은 겪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조금 더 내 마음대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십 대 때는 대학생이 되면 행복할 줄 알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땐 취직하면 행복할 줄 알았으나,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가 된다. 왜 이런 일은 나만 겪어야 하는 건가 하는 자책과 행복의 정의를 내리는 것의 무용함이 이 책의 주인공, 설우의 ‘안’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행복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불행하지도 않은 삶. 그저 ‘안 행복’의 ‘안’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나날 속에서 설우는 많은 일을 겪는다. 권고사직.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 반쯤은 충동적이었던 흑호동으로의 이사. 초등 영어학원 강사. ‘왜?’라고 물으면 명료하게 답할 수도 없다. ‘모른다’는 말로 일축하기엔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있었고, 타인의 핑계를 대기도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에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달리 말하면 ‘그냥’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 자리잡는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우가 자신과 관계없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게 되면서 그녀는 삶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갖는다. 시장 국수는 다대기를 넣어야 맛있고, 근처의 샌드위치 가게엔 딸기잼을 발라야 하며, 학원 아이들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진 않길 원한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 여기며 별다른 욕망 없이 살아가던 그녀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욕망하기 시작했을 때, 세상은 결코 무색무취하진 않고 팍팍한 일상에도 한 줄기의 다정은 존재하며 그 기묘한 우연히 나 자신을 구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젠 알았을 것이다.

🔖 당신도 행복 때문에 불안해야 해요. 욕심 때문에 힘들어지세요. (p.306)

우리는 행복이 아무런 고통 없이 찾아오길 바라지만 사실 행복은 잡초와 같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가 어둠 속에 있어야만 쏟아지는 은하수나 불꽃놀이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더 이상 마음이 자라기 어려울 것 같은 환경에 놓여 있을지라도 삶 때문에 불안해하면서도 욕심을 내 보는 그 순간에 우리는 결국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각자의 ‘안’의 크기를 늘리고 줄여나가는 삶을 사는 모두에게 이 책은 분명히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희영 작가님의 『나나』 를 읽으며 어른이 된 주인공의 녹록치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는데 이번 신간을 가장 추운 12월에 접하게 된 건 내겐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마냥 몸과 마음이 춥지 않은 연말을 보내게 될 것만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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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 사진부와 죽은 자의 마지막 피사체 고블 씬 북 시리즈
김영민 지음 / 고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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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대학교 생명과학과 사진동아리 ‘난사’에 의문에 메일이 도착한다. 구교민 이라는 학생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메일의 발신인은, 그들과 같은 C대학에 다니던 구교민이 남해안의 어느 섬에 출사를 갔다가 당했던 의문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밝혀달라는 의문이 아닌, 구교민이 그곳에서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를 밝혀줬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처음엔 가벼운 스토리일거라고 생각했다. 섬 사람들이 외지인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나는 건 실제로도 많이 접하고 있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야기가 뒤로 흘러갈수록 섬과 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난사‘ 동아리 멤버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스포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추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가볍게 입문하시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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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고블 씬 북 시리즈
곽유진 지음 / 고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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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모든 것이 멈춰 있다. 시계가 멈추었고 기계가 멈추었고 전기가 멈추었다. 인간들이 살아가던 소음 속의 도시는 회색 눈이 끊임 없이 내리는 침묵만이 감도는 도시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소녀와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와 달리 소녀는 도시가 활발했던 삶을 살지 못했기에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는 엮어지지 못한 구멍이 있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누리고 있는 것들을 소녀에게 설명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던 소녀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여정을 떠나는 동안 할머니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모투나와 포스틴의 이야기. 그리고 그 영화같은 내용이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또 다른 갈래를 만들어낸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의 틈을 메워주고, 각자가 잊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때에 따라서는 위로와 용기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SF라는 거대한 장르 속에 ‘이야기’라는 소재가 접목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나를 끊임없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질문하며,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읽으며 진실과 허구를 구분짓고 있었다. 다만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어느순간 그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엔 침묵만이 감도는 이 황폐한 도시를 깨뜨린 소음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들에겐 삶이 되었을 테니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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