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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ㅣ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중 <걷다>를 주제로 엮은 단편집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어쩌면 가장 흔하면서도 자주 하는 행동일 수 있는 '걷다'라는 동사는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그 안에 배인 녹록치 않은 삶, 쉼 없이 달린 탓에 흘리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혼란함, 뒤를 돌아봐야 할지 멈춰서야 할지 다시 앞으로 내달려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들을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각각 그려나가고 있다.
걷다라는 동사엔 두 가지의 뜻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서 발을 번갈아 떼어 옮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걷다에 가장 부합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머지 하나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미래지향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없는 셈 치고'의 주인공도, '후보(後歩)'의 근성도, '유월이니까'의 주인공도, '유령 개 산책하기'의 주인공도, '느리게 흩어지기'의 명길도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보다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지나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부채감과, 망설임은 그들의 발바닥에 눌러붙은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보( 一步)하는 삶을 택한다. 지나온 자리에 후회는 남겨두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내딛는 일보( 一步)가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무심코 바래왔던 것들이 발을 번갈아 뗴어 옮기는 순간에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맞이할 것임이 분명하다. 일보( 一步)에는 '아주 가까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이 리뷰는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