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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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의 가제본을 읽은 후 마르시아스 섬의 여섯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던 찰나 『모든 빛의 섬』 출간되었다. 


 이 책은 『벼랑 위의 집』의 바로 뒷 이야기로 책의 끝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설인인 데이비드라는 아이가 마르시아스 섬으로 와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게 되는지, 아서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뇌를 하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보다 자세히 다뤄진다. 


 『벼랑 위의 집』과 이번 신간인 『모든 빛의 섬』까지 완독한 후 든 생각은, 아이들이 나오는 책이라면 대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고 현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건, 이 책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 마르시아스의 일곱 아이들(데이비드까지 포함하여)이 어른인 아서와 라이너스에게도 자신이 여태 품어왔던 어쩌면 바보같을지 모를 생각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는 것이다. 


마르사이스의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서 괴물 취급을 받거나 편견어린 시선을 받지만, 이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이전 『벼랑 위의 집』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의심했다면 이번 『모든 빛의 섬』에서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나 자신일 뿐이라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아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서는 아주 오래 전 마르시아스 섬에 홀로 도착하여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을 지켜내겠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위원회 앞에서 아서는 어쩌면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하고 싶었을,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직도 편견어린 시선으로 마법적 존재들을 대하는 세상에게 이렇게 말한다.


🔖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런데도 매일 밤 수많은 아이가 DICOMY가 승인한 고아원에서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한 번 받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들을 그런 궁지로 실컷 몰아놓고서 어떻게 그 아이들이 위험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p.107)


 나 자신은 나 자신인 채로 괜찮으며 그건 누구도 바꿀 수 있고 바꾸려 해서도 안되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다. 이 책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온기가 되어준다. 저자인 TJ클룬만의 유쾌하고도 삶을 관철하는 따뜻한 이야기에 꼭 빠져보셨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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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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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앤솔로지 시리즈를 『걷다』와 『묻다』를 읽은 후 이번 시리즈인 『보다』에 이르게 되었을 때, 하다 시리즈는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으로 두권이 더 나오겠지만 『보다』가 다섯 권의 시리즈 중에 이 앤솔로지의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많은 행동(=동사) 가운데에서도 본다는 건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저 볼 수도 있고, 무언가를 마주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봤되 외면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본다는 건, 인간이 가장 솔직해지는 행위라는 생각도 든다. 『모토부에서』의 주인공은 언니와 언니의 남자친구 진호 사이에 있었던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더이상 그 일을 스스로 마주하고 싶지 않아한다. 사건 이후 언니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눈빛, 주인공의 남자친구인 우형이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이따금씩 내비치는 연민과 안타까움에 가까운 눈빛. 주인공은 그 모든 것들로부터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마주함을 택한다. 마주하기에 그동안 눈앞에 두고 있었어도 마치 잔상처럼 흐릿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그 순간 주인공에겐 선명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면하고 싶었을 무언가를 마주하고』 , (열린책들 - 보다)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열린책들 - 묻다) 『결국 멈추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것을 선택하는』 (열린책들 - 걷다) 인물들을 보면, 나 또한 그들을 통해 내게서 보이지 않았던 한 줄기의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 이번 『보다』 의 다섯 작품 모두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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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강민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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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공포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등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 귀신 ‘도감’ 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시아 쪽 귀신들이 다양하고도 한이 서려 악한 귀신들이 많다는 것도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귀신들이 있고 어떤 배경으로 생겨나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 또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들도 있을 터이다. 


사람에 따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기준치가 다르므로 책 내용을 찍지 않았지만, 이 책은 도감이라는 제목 그대로 각 나라별 귀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컬러삽화가 리얼리티하게 들어가 있다.


귀신들에 대한 설명과 삽화를 보다보면 실제로 마주치면 무서울 정도의 외형을 가진 귀신들이나 정령같은 신비로운 존재의 귀신이 있는가하면, 귀신이 될 수밖에 없었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귀신들도 존재한다.


나중애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조금은 재밌도 특별한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공포 관련 소재로 창작을 하려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 개인적으로는 말레이시아의 젠글롯 이라는 귀신이 마음에 들었는데, 젠글롯은 초자연적인 힘을 갖는다고 여겨져 젠글롯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큰돈을 벌거나 행운을 얻을 수 있으며, 반대로 싫어하는 상대를 자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습득된 젠글롯은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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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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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책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나 내가 이 책을 소설로 생각할 수 없었던 이유는 퀴어는 엄연히 존재하고 살아 숨쉬고 있으나 늘 지워지거나 가려져야만 했던 삶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팰리스에서 후안은 네네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성적 변종들 : 동성애적 패턴 연구』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완성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양성애 사례, 동성애 사례, 자기애 사례 세 개의 범주로 세분화되어있는 두 권의 책이었고, 검은 책등과 제목이 금박으로 돋을새김으로 적혀 있다. 이 표현으로 보건데, 열린책들에서 이걸 그대로 표지로서 제작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잰 게이라는 여성이 진행하고 수집했던 연구지가 그녀의 피보호자인 후안에게서, 그리고 그를 돌보고 있는 네네에게로 이야기가 전해진다. 보통은 이야기가 말로서 전달되면 흐려지기 마련인데도 오히려 페이지를 넘기면서 더욱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연출된 검은 펜으로 지워진 흔적은 지운 사람의 (어쩌면) 신경질적인 면모까지 드러나지만, 놀랍게도 남겨진 부분을 읽다보면 지워나가면 지워나갈수록 오히려 그들의 존재감을 주지시킨다. 지금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보다는 인식이 나아졌을지 몰라도 퀴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는 단언할 수는 없다. 존재의 여부조차 배제되기에 지금도 늘 목소리를 내고, 삶을 기록하는 게 그들이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의 연구일지, 그리고 타인이 물리적으로 지우려 해도 결코 지우지 못할 그들의 때묻은 삶이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졌고, 나또한 퀴어 당사자이기에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당사자로서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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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킨토스 고블 씬 북 시리즈
박애진 지음 / 고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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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성 유르베에 전래없는 사건이 터진다. 제로델이라는 휴머노이드가 아비게일 가드 공작을 추행한 혐의로 수감이 된다. ‘추행’이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제로델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귀부인들은 재로델의 무죄방면을 주장하고 나선다.

제로델은 유르베에서 ‘인간으로서’ 시민권을 부여받았지만, 귀부인들이 제로델을 두둔하고 나서는 건 제로델이 귀부인들이 유르베에 살면서 충족되지 않았던 욕망들을 제로델이 채워줬기 때문이 컸을 것이다. 100퍼센트 인간인 그녀들의 배우자가 그녀들의 마음 하나 읽어내지 못했다면, 제로델은 휴머노이드였음에도 인간보디 더 인간다운 행동을 한다.

사람과 사람을 규정짓는건 사랑이고, 제로델은 사랑에 경계를 두지 않았다고 한 귀부인은 언급한다. 제로델이 인간으로 수용하면서 내린 판결문에도 무한은 1이듯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존재는 인간이라고 적혀 있었듯이 그녀들은 모두 제로델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다.

이 책은 카이유와라는 추기경이 귀부인들을 만나며 귀부인들의 입으로 듣는 제로델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지만, 이야기의 끝까지 제로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며 제로델에 대한 평가는 타인에 의해 타자화될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제로델이 정말로 사랑과 욕망이라는 감정을 알고 있는지, 제로델을 만든 에레나 마르 박사로 인해 단순히 학습된 것뿐인지 우리는 무수한 추측들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로델은 과연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또한 제로델이 그녀들에게 준 건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인가. SF 어워드 대상 수상으로 SF장르의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연 박애진 작가님의 짜릿한 세계관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과 로봇을 구분짓는 철학적 물음을 스스로에게도 던져보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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