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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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정벌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붉은 칼』은 제국인과 하얀 외계인의 하얀 행성을 두고 벌어지는 행성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지의 행성이었던 하얀 행성을 개간하고 자원을 얻기 위해 제국인들은 하얀 행성을 탐사하고 그와 동시에 하얀 외계인과의 전투를 위한 포로들을 파견 보내게 된다. 포로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왜 이 싸움을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채 철저히 제국인의 명령 하에서만 움직이며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나간다.


100페이지가 넘어가는 동안 하얀 외계인과 포로들과의 죽고 죽이는 싸움이 이어지지만, 하얀 외계인의 정체와 포로들의 과거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야기가 뒤로 향해갈수록 이 둘을 둘러싼 비밀이 낱낱이 파헤쳐지게 되는데, 이 둘의 관계성은 SF라는 장르에 걸맞게 정보라 작가님만의 독특하고도 섬뜩한 세계관이 돋보인다. (저는 이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이걸 말하면 대형스포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음🥹


자유를 잃은 포로들이 진정한 나를 찾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에서 이미 너무 많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러서는 참사와 계엄 그리고 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녀’와 수많은 여자들, 그리고 그 밖의 포로들은 비록 돌아갈 곳을 잃었으나 다시 삶을 재건해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와 동시에 그들은 과거에 자유를 위해 분투했던 자들과 현재 자유를 위해 분투하는 자들을 자연히 대입하게 된다. ‘선택’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고유한 의지로 삶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살면서 앞으로 또 벌어질 수 있을(당연히 벌어져서는 안되겠지만) 수많은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엿보여준다.


흔들리지 않고 상대에게 휘말리지도 않은 채 ’나‘의 싸움을 하며, 동시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맞잡고 연대하는 모습. 우리가 ’그녀‘가 될 때, 수많은 여자들이 될 때, 자유를 위해 분투한 작품 속 그들이 될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도서협찬 #래빗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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