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 예술에서 일상으로, 그리고 위안이 된 책들
제이미 캄플린.마리아 라나우로 지음, 이연식 옮김 / 시공아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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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이 책을 읽기에 앞서



예술과 책은 어떤 관계일까? 또한 인생과 책은?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가 논하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예술과 책, 모두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것이고, 역시 문화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니까 어찌되었든 서로 긍정적인 관계에 있다고 좋게 포장하여 말하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만큼 인생의 다른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책은 정말이지 미묘하고 까다로운 존재다. 예술가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러 교육자들은 젊은 예술학도들에게 신앙처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들의 말처럼 정말로 책을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애석하게도 책을 많이 읽고, 주변과 세상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예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노력하면 예술이 잘될 거라는 말은 노력하면 세상이 당신을 알아줄 것이라는 말만큼이나 공허하다. 교육자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난잡한 경험과 방탕한 생활이 뛰어난 예술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테니.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독서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어른들, 특히 부모님이 흐뭇해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그 습관이라는 것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의식적이지도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독서는 의식적인 행위라는 점이다. 의식적인 행위를 습관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서 독서의 역설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현대인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고 개탄하는 말들이 많지만 손을 뻗기만 하면 책이 자리하는 환경이 갖추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쇄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일일이 베껴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고정된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는 필경사들(대부분 수도사)은 고질적인 직업병에 시달렸고, 그렇게 만든 책들은 당연하게도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쌌다. 인쇄술 발명 이후로도 책은 (오늘날에 비하면) 고가품으로 자리했다.

오늘날 만능 지식인으로 여겨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소장했던 책의 수는 1백 권 남짓이었다. 『수상록』의 저자이자 독서광으로 유명했던 아키텐의 영주 몽테뉴의 장서도 5백 권 정도였다. 물론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한 권의 책을 구하기 위해 번거로운 수고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책 한 권 한 권을 소중히 읽고 곱씹었다. 

책이 너무 많고 구하기도 쉬운 오늘날에 책에 대한 열망이 약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의 시대에도 변치 않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 책을 삶의 중심에 놓는 이들은 레오나르도나 몽테뉴보다 책을 사랑한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독서는 위험하다. 독서는 실천을 미루게 만들고, 세상과 맞서기보다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도록 만든다.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우리는 실천을 위한 지식을 얻고 세상과 맞설 힘을 키울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는 책을 통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달려서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 책이 축복이자 저주이고, 쾌락의 원천이자 고통의 씨앗인 이유다. 

저자는 아마도 지독한 독서광일 것 같다. 30여 년간 영국 최대의 예술서 출판사인 템스 앤드 허드슨에서 책을 만들었고, 몇 권의 책도 출간했으니 누구보다 책의 속성을 잘 알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책이 발전해 온 과정을 함께 여러 미술 작품 속에 책이 등장하는 양상, 예술가들이 책에 반응해 온 방식 등을 다루었다. 여러 색의 실을 멋지게 꼬아 화려한 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책이 인생과 예술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풍요롭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_<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옮긴이 이연식



이 책의 표지 재킷은 양면으로 되어 있고 재킷 안쪽에는 독특한 프린트가 인쇄되어 있어 뒤집으면 훌륭한 북 커버가 된다. 아예 재킷을 벗기면 영문으로만 된, 전혀 다른 제목의 표지가 등장한다. 



책이 인생과 예술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풍요롭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_<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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