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입맛을 길들여온 흥미로운 채소 이야기

 

채소를 매개로 한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들의 비화 속으로!

 

 

 

 

우리는 종종 어떤 한 대상이 그전 시대와 현 시대에 걸쳐 전혀 상반된 평가를 받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천대받던 대상이 다음 시대에는 각광을 받거나 반대로, 한때는 절정의 인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예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온갖 세파에도 변함없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존재도 있다. 우리의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며,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머나먼 여정을 거쳐 마침내 인간의 터전 깊숙이 뿌리를 내린 매력적인 존재, 채소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채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준다. 예컨대 ‘고대와 중세의 유럽인들은 채소를 어떻게 요리해 먹었을까?’, ‘고추는 왜 특유의 매운 맛이 나도록 진화했을까?’, ‘양배추와 래디시는 왜 미래 우주 생물 후보로 지정되었을까?’, ‘양파 껍질을 깔 때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각 채소 속에 든 영양분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은 무엇일까?’ 등등 소소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읽을거리가 많다.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20가지 채소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사에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관점을 접목시킨다. 전쟁으로 야기된 전염병의 창궐과 기아로 얼룩졌던 중세 유럽은 빈이라는 새로운 작물의 출현으로 암흑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지적하며, 18~19세기의 범유럽적인 베이비 붐과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으로 감자를 꼽기도 한다.

 

한편, 채소에 대한 과거의 인식이 현재와는 사뭇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 그에 관한 일화를 상세히 다루었다.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인들이 감자를 일본에 전해준 이래로 19세기 말엽 미군 제독이 천황에게 시식을 권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감자는 소 사료용으로 쓰였고, 르네상스 기의 유럽에서 ‘발광 사과’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가지는 그것을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발작을 일으키게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지금이야 채소를 활용한 식이요법과 채식주의자라는 범주가 생길 만큼 채식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고 그 효능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수 세기 전에는 채식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혹은 지나친 추종과 맹신이 공존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비상식적이고 황당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채소 혐오론자들과 못말리는 채소 애호가들의 일화를 읽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의 흥미로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채소를 매개로 한 역사적 사건과 이를 기록한 문헌, 서신들을 인용하며 채소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해본다. 채소가 어떻게 해서 인간에게 발견되었고, 어떠한 경로로 세계에 고루 퍼질 수 있었는지를 추적하며 학명과 생물학적․계통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부분도 눈에 띈다. 또한 영양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시각적․미각적인 이점을 위해 개량되어 온 채소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재미와 지식을 두루 갖춘 이 책은 더 나은 먹거리를 찾아 탐험하고 실험했던 인류의 발자취를 채소라는 소재를 매개로 풀어 쓴 것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세계사를 좀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리베카 룹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책을 열 권 넘게 써왔다. 그중에는 상을 받은 과학․자연서도 몇 권 있다. 그녀는 <컨트리 저널Country Journal>, <얼리 아메리칸 라이프Early American Life>, <머더 어스 뉴스Mother Earth News>,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 등의 잡지에도 글을 실어왔다. 현재 <그린프린츠GreenPrints>의 기고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옮긴이

박유진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철학의 책, 『심리의 책』,『미적분 다이어리,『위대한 세계사,『위대한 예술』,『위대한 정치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 정원 안팎의 채소들

 

1장| 오이, 비둘기인 척하다

2장| 셀러리, 카사노바의 유혹에 기여하다

3장| 고추, 노벨상을 받다

4장| 양파, 돈키호테의 비위를 거스르다

5장| 아스파라거스, 프랑스 왕을 유혹하다

6장| 빈, 암흑기를 물리치다

7장| 비트, 빅토리아 시대 미인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다

8장| 양배추, 디오게네스를 당황하게 하다

9장|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10장| 옥수수, 흡혈귀를 만들어내다

11장| 가지, 성직자를 기절시키다

12장| 상추, 불면증 환자를 잠재우다

13장| 멜론, 마크 트웨인의 도덕관념을 약화시키다

14장| 완두콩, 워싱턴 장군을 독살할 뻔하다

15장| 감자, 콘키스타도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다

16장| 호박, 만국 박람회에 참가하다

17장| 래디시, 마녀를 알아보다

18장| 시금치, 한 세대의 어린이를 속이다

19장| 토마토, 존슨 대령을 죽이는 데 실패하다

20장| 순무, 한 자작을 유명하게 만들다

 

 

|본문 중에서|

 

퐁파두르 부인은 셀러리의 소문난 최음 효과를 염두에 두고서 루이 15세에게 셀러리 수프를 먹였고, 전설적인 18세기 엽색가 자코모 카사노바는 정력을 키우기 위해 셀러리를 먹었다고 한다.『언제까지나 젊게: 최상의 건강에 이르는 검증된 10단계』(2010)의 공저자 마크 앤더슨, 월터 거먼 박사, 주디스 거먼은 셀러리를 ‘비아그라 채소’라고 일컬었다. 그들에 따르면 비밀은 사람의 땀과 오줌, 멧돼지의 침, 셀러리에 들어 있는 자연 발생적 스테로이드 안드로스테론에 있다. 사람과 멧돼지의 몸에서 안드로스테론은 페로몬으로 작용하여, 그것을 발산하는 수컷에게 암컷의 마음이 더 끌리게 한다.

-2장 셀러리, 카사노바의 유혹에 기여하다

 

식민지 시대 후기에 채소밭에서 아주 흔해진 양파는 조지 워싱턴이 몹시 좋아한 채소였다. 그는 넋이 나간 듯이 그것을 “가장 매력적인 작물”이라 불렀다. 식민지 시대에는 양파를 굽거나 삶거나 피클로 만들어 먹었다.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피클 요리법 한 가지가 해리엇 핑크니 호리의 1770년 작『요리책』에 남아 있다. 그 요리법에서는 양파를 소금물에 담가 양지에 이틀간 둔 다음, 양념을 듬뿍 넣은 강한 식초에 푹 담근다. 양파즙은 19세기까지 줄곧 효과적인 소독약으로 여겨졌다. 남북 전쟁 때 북군 의사들은 으레 양파즙으로 총상을 소독했는데, 그것을 빼앗긴 그랜드 장군은 퉁명스러운 메모를 육군성에 보냈다. “양파 없이는 군대를 움직이지 않겠다.” 당국은 짐차 세 대분을 보냈다.

-4장 양파, 돈키호테의 비위를 거스르다

 

당근에 기초한 야간 시력 선전의 유래는 제2차 세계대전의 브리튼 전투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새로 설치한 레이더망이 다가오는 독일군 폭격기들을 효과적으로 추적해 영국 공군RAF의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명백한 이점을 부여하던 때였다. 밤눈이 좋다 하여 ‘고양이 눈’이라 불린 전설적인 조종사 존 커닝엄은 최초로 레이더의 도움을 받아 적기를 격추했고 곧이어 인상적인 격추 기록을 달성했다. RAF는 독일군을 교란해 영국 해안의 레이더 탑들을 보호하려고, 커닝엄을 비롯한 야간 비행사들의 성공이 시력 강화제 당근을 먹는 경이로운 식이 요법 덕분이라고 소문냈다. 독일군 최고 사령부는 그 당근 속임수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분명치 않지만, 영국 민간인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9장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옥수수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부족하며 비타민 니아신을 잘 내놓지 않는다. 니아신이 부족하면 ‘펠라그라’라는 결핍증에 걸리게 된다. 펠라그라는 아메리카 옥수수와 함께 유럽에 도착했다. 그 병은 1735년에 에스파냐 의사 가스파르 카살이 최초로 기술하며 ‘아스투리아스 나병’이라 불렀다. 제프리 햄플과 윌리엄 햄플은『영국의학사원 저널에 실린 1997년 논문에서 펠라그라의 증상, 예를 들면 햇빛에 대한 민감성, 혀 부종, 치매, 장기적인 소모성 사망 과정으로부터 유럽 흡혈귀 전설의 원형이 유래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드라큘라는 단지 니아신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10장 옥수수, 흡혈귀를 만들어내다

 

제퍼슨은 1780년대에 주프랑스 미국 대사로 일할 때 파리에서 ‘프렌치’ 감자튀김을 접했다. 그것을 좋아하게 된 그는 본국으로 돌아온 후 손님들에게 프렌치프라이를 대접했다. 메리 랜돌프의『버지니아 주부』(1824)에 나오는 얇게 썬 감자를 튀기는 요리법은 필시 제퍼슨의 방법일 텐데, 아마 필라델피아 대통령 관저의 프랑스 요리사 에티엔 르메르를 거친 형태일 것이다. 상류층의 그런 도입에도 불구하고 프렌치프라이는 1870년대까지 대중의 기호에 맞지 않았다. 그것은 제법 공식적으로 ‘프렌치 프라이드 포테이토’로 알려져 있다가 1920년대에 이름이 ‘프렌치 프라이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10년 후 그 이름이 더 줄어들어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프렌치프라이’가 되었다.

-15장 감자, 콘키스타도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다

 

포파이는 운동 영양학의 최신 정보에 따르면 스파게티를 한 접시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스피나치아 올레라체아, 즉 재배용 시금치는 근육을 키워준다고 과찬받긴 했지만, 비타민 A로 훨씬 더 유명하다. 요리한 시금치 한 컵(240㏄)에는 비타민A가 국제단위로 무려 1만 4천500IU나 들어 있다. 비타민 A는 밤눈을 밝히는 데 아주 좋다. 이는 뱃사람 포파이가 야간 키잡이였다면 남보다 유리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비타민 A는 부둣가에서 싸우기 전에 먹는 강장제로는 대단한 것이 못 된다. 그럼에도 시금치를 꿀떡꿀떡 삼킨 그 뱃사람은 1929년에 만화책 지면에 처음 등장해, 대공황 세대 아이들이 그를 믿고 따라 하게 하며, 다음 10년간 시금치 소비량을 3분의 1이나 늘렸다.

-18장 시금치, 한 세대의 어린이를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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