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천하 사기> 편
역사와 함께 ‘인물’을 평가한 사마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세상사에 대해 얘기하다!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는 서쪽 구석의 가장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던 나라였다. 당시 가장 영토가 넓었던 초(楚)나라나 가장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던 제(齊)나라가 아닌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연고를 떠나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한 진시황의 포용력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초나라의 장의와 이사, 위(魏)나라의 상앙과 범저, 한(韓)나라의 한비 등과 같은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진나라로 왔다. 역사는 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에 대한 기술이 아니다. 인간들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이어진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인간군상만큼이나 다양한 세상사의 이치가 녹아 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각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을 남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단순한 사실 기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평가를 덧붙여 역사를 인물과 함께 평가함으로써 고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궁형을 당하는 치욕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략 13년에 걸쳐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 그가 이렇게까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사기』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여러모로 매우 크다. 사건을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편년체와 역사를 나라별로 기록하던 이전의 역사서 기술에서 벗어나 인물의 개인 전기(傳記)를 이어감으로써 역사를 기술하는 ‘기전체(紀傳體)’를 중국 최초로 선택하였다. 또한 총 130권으로서 12본기(本紀), 10표(表), 8서(書), 30세가(世家), 70열전(列傳)으로 나뉘며, 황제(黃帝)로부터 한나라 무제(武帝) 태초 연간(太初, 기원전 104년~101년)까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방면의 중국 역사가 기술되어 있어, 중국 고대사에서 『사기』를 빼놓고선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동양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동양고전 시리즈 중 하나인 <도설천하 사기>는 이렇듯 방대한 『사기』를 ‘개요’ 개념의 몇 문장으로 운을 띄운 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나간다. 또한 중국 고전 문학에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정성껏 정리한 옮긴이의 설명과, 당시 사마천의 집필 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태사공의 메시지를 따로 정리하였다. 『사기』에 좀 더 쉽고 가깝게 다가가 우리 인생사의 고비마다 기다리고 있을 역경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