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용>

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

스스로 '천자天子', 즉 하늘의 아들이라 일컬었던 중국의 황제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기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야말로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지위는 오히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의 황제는 바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여 거의 미치광이와 같은 기이한 행동을 일삼다가 자기 한 몸은 물론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패망으로 이끌고야 만 어리석은 황제들이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고 어떤 제약도 없는 환경에서,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그들이 무슨 짓을 못 했겠는가. 주색에 빠져 끝내 복상사한 황제, 유모와 놀아난 황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고모를 후궁으로 삼은 황제, 신선이 되려고 한 황제, 전쟁을 군사놀이로 알고 궁을 빠져나가 몰래 전쟁터로 달려간 황제, 사랑하는 여인에게 재미난 전쟁 장면을 구경시켜 주려다가 적에게 포로로 잡힌 황제 등, 이 책에 나오는 중국 황제들의 행동들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도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기이하다.
그들의 황당무계한 행동은 때로 독창적이기도 했다. 목공이나 기예에 뛰어난 재주를 보인 황제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국정을 내팽개치고 뭔가 다른 일에 탐닉했던 것은 어쩌면 살벌하게 죽고 죽이는 냉혹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도피하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살아남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끝과 끝은 통한다고 했던가. 거칠 것 없는 그들의 방종은 비참한 죽음과 망국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들이 했던 기이한 행동이 직접적으로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끝이 반드시 망국이라는 결과로 끝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바로 '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 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책목차>

제1장 우매하고도 잔인하게 진 왕조를 매장시키다 - 진 이세 영호해
제2장 광적으로 육욕에 빠져 온유향에서 목숨을 잃다 - 한 성제 유오
제3장 색정적이고 황당한 상인 황제 - 동한 영제 유굉
제4장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백치 황제 - 진 혜제 사마충
제5장 근친상간을 즐긴 폭군 - 송 전폐제 유자업
제6장 장사를 좋아한 거간꾼 황제 - 남제 동혼후 소보권
제7장 음란하고 잔인한 걱정 없는 천자 - 북제의 마지막 군주 고위
제8장 향락에 빠진 천자, 우물에 빠지다 - 진의 마지막 군주 진숙보
제9장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놀아난 아둔한 군주 - 수 양제 양광
제10장 기예가 출중한 마구 장원 - 당 희종 이현
제11장 극도의 사치를 부리며 재물을 탐내는 황제 - 후당 장종 이존욱
제12장 서화와 격률에 심취한 대종사 - 남당의 마지막 군주 이욱
제13장 서예에 조예가 깊은 유약한 황제 - 송 휘종 조길
제14장 색을 탐하여 목숨을 잃는 큰 화를 부르다 - 금 해릉왕 완안량
제15장 이학을 숭상하면서 창기를 부른 멍청한 황제 - 송 이종 조윤
제16장 솜씨가 정교한 노반 천자 - 원 순제 토곤 테무르
제17장 장군이 되는 꿈을 꾸며 소란을 피운 황제 - 명 무종 주후조
제18장 신선이 되기를 꿈꾸었던 황제 - 명 세종 주후총
제19장 역사상 가장 파업에 능한 황제 - 명 신종 주익균
제20장 목수 황제라 일컬어지다 - 명 희종 주유교


<책본문>

결국 황제가 직접 출정하여 대군이 평양을 향해 곧장 진격했다. 고위는 이때도 풍소련을 두고 가기가 아쉬워 동행했다. 하지만 고위의 관심사는 북주의 군대를 어떻게 격퇴해서 잃은 땅을 되찾느냐가 아니라 내친 김에 풍소련에게 주변의 명승고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예부터 군대에 아녀자가 있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하여 행군이나 전쟁에는 여자를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 황제가 가는 곳마다 풍소련을 데리고 다니자 북제의 병사들은 전쟁에서 질 것 같다고 느꼈고, 여지없이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평양성을 에워싼 북제의 군대가 땅을 파서 일부 성벽을 무너뜨리고 곧 평양성을 수복하려는 찰나, 고위가 전군에 작전 중지 명령을 내렸다. 머리를 빗고 있는 풍소련에게 성을 수복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 잠시 기다리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북주 군대에 성벽을 수리할 시간을 벌게 해주었고, 결과적으로 북제 군은 군사 요충지인 평양성을 되찾지 못했다.
그 후, 북제와 북주 양군이 교전할 때마다 고위와 풍소련은 나란히 말을 타고 전쟁을 관람했다. 최전방의 동쪽 날개 부분이 조금이라도 퇴각하면 풍소련은 놀라 아연실색하며 소리쳤다. "우리가 졌어요!" 이에 장수들은 군심이 혼란해질 것을 걱정하여 고위에게 풍소련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주의를 줄 것을 부탁했지만 고위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북제는 전쟁에서 패했다. 패잔병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무기도 지천으로 널렸다. 정신없이 도망가던 고위는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사람을 진양으로 보내 황후의 조복과 인수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바로 풍소련을 황후로 봉하기 위한 것이었다. 황후의 예복을 입은 풍소련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위는 흐뭇해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북구 군이 추격한다는 전갈에 그는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몇 차례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풍소련이 말도 안 되는 간섭을 한 탓에 고위는 승산이 있던 전쟁에서 끝내 지고 말았다. 하지만 고위에게 패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풍소련에게 아무 탈이 없으면 됐지, 전쟁에서 진 게 무슨 대수인가?"
결국 고위는 아들과 함께 북주의 무제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이렇게 나라가 망하고 적국에 포로로 잡힌 것은 사실 그에게 그다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풍소련까지 포로로 잡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무제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풍소련을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일국의 황제라는 사림이 나라 걱정은 하지 않고 여자 타령을 하자 무제는 기가 막혔다. "천하를 호령하려는 짐이 설마 아녀자 하나 가지고 인색하게 굴겠소?" 이렇게 말하며 풍소련을 풀어주자 고위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역자>

저자 : 천란
북경대 중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고대 문학 석사. 고대 문학, 고대 역사 방면에 깊은 조예가 있으며, 관련 분야의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저서로 [중국 황궁의 비밀], [청소년을 격려하는 365가지 역사 이야기] 등이 있다. 

역자 : 정영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박사 수료했다. 현재 국제회의 통역사를 맡고 있고,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 중국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나를 바꾸는 7일의 기적], [현대중국어동사연구(공역)], [이기는 사람들의 게임의 법칙]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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