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
스스로 ‘천자天子’, 즉 하늘의 아들이라 일컬었던 중국의 황제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기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야말로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지위는 오히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의 황제는 바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여 거의 미치광이와 같은 기이한 행동을 일삼다가 자기 한 몸은 물론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패망으로 이끌고야 만 어리석은 황제들이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고 어떤 제약도 없는 환경에서,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그들이 무슨 짓을 못 했겠는가. 주색에 빠져 끝내 복상사한 황제, 유모와 놀아난 황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고모를 후궁으로 삼은 황제, 신선이 되려고 한 황제, 전쟁을 군사놀이로 알고 궁을 빠져나가 몰래 전쟁터로 달려간 황제, 사랑하는 여인에게 재미난 전쟁 장면을 구경시켜 주려다가 적에게 포로로 잡힌 황제 등, 이 책에 나오는 중국 황제들의 행동들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도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기이하다.
그들의 황당무계한 행동은 때로 독창적이기도 했다. 목공이나 기예에 뛰어난 재주를 보인 황제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국정을 내팽개치고 뭔가 다른 일에 탐닉했던 것은 어쩌면 살벌하게 죽고 죽이는 냉혹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도피하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살아남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끝과 끝은 통한다고 했던가. 거칠 것 없는 그들의 방종은 비참한 죽음과 망국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들이 했던 기이한 행동이 직접적으로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끝이 반드시 망국이라는 결과로 끝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바로 ‘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 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