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용>

연주회 팸플릿 속 찬사보다 더 솔깃한
작곡가 34명의 기상천외한 음악 밖 인생 이야기


콘서트홀이나 오페라 극장에 가게 되면, 티켓을 보여준 다음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고는 반짝반짝하게 코팅이 된 팸플릿을 펼쳐 들고 그날 저녁에 공연될 프로그램의 해설을 훑어본다. 지면으로 소개되는 작곡가들은 하나같이 청렴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다간 음악의 구도자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음악가의 일탈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베토벤은 호텔 스위트룸을 박살낸 적이 있었고, 리스트는 브뤼셀부터 부다페스트까지 열렬한 팬들을 몰고 다니며 추문을 일으켰다. 별난 행동으로 따지자면, 바그너만 한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

사실 작곡가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비상식적이고 발칙한 면들이 넘쳐난다. 모차르트는 입이 거칠기로 유명했고 슈만은 매독 환자였으며 번스타인은 알아주는 고집불통이었다고 한다. 바흐는 교도소 안에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을 썼고 바그너도 채권자들에게 쫓기던 와중에 ‘로엥그린’을 완성했다. 푸치니가 오페라 ‘나비 부인’을 쓴 것은 아내를 두고 한 눈을 팔던 시기이다.

저자는 찬사 일색의 연주회 팸플릿에 낱낱이 소개할 수 없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이 책 [위대한 음악가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에 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서양 음악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에 대한, 다소 엉뚱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이 책은 무슨 교향곡의 몇 악장을 들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여장을 하고 접근하여 약혼녀를 죽이려 했던 사람, 버섯 분류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사람, 자신의 애완용 토끼와 함께 명성을 얻은 사람 등 음악가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던 작곡가들의 일상적인 면모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나가고 있다.

또한 음악의 중요성, 음악의 질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곡가에게 인간적인 흠이 있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까지 외면할 필요도 전혀 없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성, 장대한 코러스의 감동은 종종 뜻밖의 사람의 손에서 빚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기벽와 탈선 때문에 그들의 작품이 폄하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자, 지휘자가 등장한다. 조명이 희미해지고 힘차게 지휘봉이 올라간다. 이제 자리에 앉을 시간이다. 정신없는 여정이 될 터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하자.


<책목차>

들어가는 글

안토니오 비발디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신동(神童)
루트비히 판 베토벤
조아치노 로시니
헥토르 베를리오즈
펠릭스 멘델스존
-여성 작곡가들
프레데리크 쇼팽
로베르트 슈만
프란츠 리스트
리하르트 바그너
주세페 베르디
요하네스 브람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안토닌 레오폴르 드보르자크
에드워드 윌리엄 엘가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 대본
구스타프 말러
클로드 드뷔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아널드 쇤베르크
찰스 아이브스
모리스 라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조지 거슈윈
아론 코플런드
-재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새뮤얼 바버
존 케이지
레너드 번스타인
필립 글래스
-비디오 게임 음악


<책본문>

바그너의 광팬이었던 히틀러는 종종 바이로이트를 방문하여 위니프레드의 자녀들과 놀아주곤 했다. 바이로이트 축제에 열광했던 그는 전쟁 중에도 정부 차원에서 축제를 지원하여 공장 근로자와 휴가 중인 군인들로 극장 좌석을 가득 채웠다. 사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그너가의 명성이었다. 바그너 가문과 자신의 친분이 나치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축제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위니프레드의 둘째 딸 프리드린트는 바그너 가문에서 히틀러의 의중을 읽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전쟁 초기, 영국으로 도망하여 자신이 ‘볼프 아저씨(Uncle Wolfie)’라고 부르곤 했던 한 미치광이 사나이에 대한 충격적인 신문 기사를 연재했다.
전쟁이 끝난 후 바이로이트는 연합군의 폭격과 나치의 본거지라는 비난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위니프레드는 히틀러의 정치적인 야심 따윈 전혀 몰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활동이 금지된 어머니 위니프레드의 뒤를 이어 빌란트와 볼프강 형제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기로 의기투합하였고 1966년 빌란트가 사망한 후에는 볼프강이 축제의 행정을 떠맡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2008년, 바바리아 문화부 장관은 볼프강의 딸인 에바 바그너 파스키에(Eva Wagner-Pasquier)와 카타리나 바그너(Katharina Wagner)가 축제의 공동 감독으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바그너 자손들이 바이로이트 축제를 통해 앞으로도 바그너의 음악적 유산을 21세기로 이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리하르트 바그너 편 중에서) 


<저자,역자>

저자 : 엘리자베스 룬데이

음악과 건축, 문화에 정통한 언론인으로, 현재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거주하면서 [멘탈 플로스(Mental floss)]지의 ‘매스터피스(Masterpieces)’ 칼럼을 담당하고 있다. 

역자 : 도희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대가들의 성공백서] [퍼스널 브랜딩 신드롬] [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남자아이 심리백과] [클래식의 세계] 등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