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용>


<동양고전 시리즈>
동양의 고전에서 지혜를 얻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는 작품을 ‘고전’이라고 부른다.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그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환경, 시대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삶의 지혜’가 그 안에 살아 숨 쉰다는 뜻일 것이다. 한자로 쓰여 어렵게 느껴지는 원전에다가 쉬운 해설과 실례, 그림과 사진들을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으니 동양의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지혜를 맘껏 맛보라.

<도설천하 노자> 편

“기독교의『성경』을 제외하고 이 정도로 중시 받은 책은 없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지표 역할!!

『노자』는 심오한 사상과 풍부한 내용을 지닌 중국 문화의 보배이자 도가의 가장 유명한 경전 가운데 하나로 흔히 ‘도덕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전체 81장 중 전반부 37장은 ‘도경’, 후반부 44장은 ‘덕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노자』라는 책은 춘추 시대 말기 사상가였던 노담의 학설을 담은 것으로, 대략 춘추 말년에 토대가 마련되어 전국 시대 초년에 정형이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장 중요한 핵심은 ‘도(道)’이다.
『노자』는『주역(周易)』이나『홍범(洪範)』등의 소박한 변증법 사상을 받아들여 사물 간의 상호 의존 관계를 밝혀냈으며, “천도는 스스로 그러하여 무위하다(天道自然無爲)”는 무신론 사상을 제시하였다. 노자는 시야를 우주 밖에 두고 ‘도’와 비교하였으며, 우주만물을 단지 미세한 존재로 보았다. 그리하여 내용 또한 심오하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지금까지 정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노자의 사상은 중국 역대로 수많은 학파와 제왕들에게 영향을 끼쳐 사상의 원류가 되거나 통치술의 근간이 되었다. 당조 정관(貞觀) 연간에 현장(玄裝)이 범문(梵文)으로 번역하여 인도에 전해지기도 했으며, 근대에 들어와 유럽에 소개되면서 헤겔이나 루소 등 저명한 철학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미국의 학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H. 하트(Michael H. Hart)는『노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구에서『도덕경』은 영문 번역본만 4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많다. 기독교의『성경』을 제외하고 이 정도로 중시받은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원래 『노자』는 시어처럼 간략하지만 함축적인 뜻을 간직하고 있으며, 시각이 독특한 데다 사상이 심원하고 내용이 풍부하다. 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실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문제나 용병, 경영, 국제 관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참고하여 활용할 수 있으며, 작게 보면 개인의 학문이나 수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신적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독자들도 머리맡에 두고 자주 읽어보면 때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목차>



도경_道經
제1장 중묘지문_衆妙之門 : 만물이 들고나는 오묘한 문
제2장 유무상생_有無相生 : 소박한 변증법 사상
제3장 무지무욕_無知無欲 : 지혜와 욕망을 없애라
제4장 화광동진_和光同塵 : 세속의 진애와 함께하다
제5장 천지불인_天地不仁 : 천지는 어질지 않다
제6장 곡신불사_谷神不死 : 곡신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제7장 천지장구_天地長久 : 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제8장 상선약수_上善若水 : 가장 선한 이는 물과 같다
제9장 공수신퇴_功遂身退 : 공적을 이루면 물러나다
제10장 척제현람_滌除玄覽 : 잡념을 없애고 깊이 관조하다
제11장 무지위용_無之爲用 : 무의 쓰임은 무엇인가
제12장 성인위복_聖人爲腹 : 그저 배부르기만 구할 뿐이다
제13장 총욕약경_寵辱若驚 : 총애도 굴욕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제14장 혼이위일_混而爲一 : 혼연일체로 뒤섞여 있다
제15장 미묘현통_微妙玄通 : 미묘하고 통달하며 심오하고 현원하다
제16장 치허수정_致虛守靜 : 허무에 이르고 고요함을 지키다
제17장 부지유지_不知有之 : 통치자가 누구인가
제18장 대도폐, 유인의_大道廢, 有仁義 : 큰 도가 없어지니 인의가 나타난다
제19장 견소포박_見素抱樸 : 소박함을 간직하라
제20장 우인지심_愚人之心 :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
제21장 유황유홀_惟恍惟忽 : 있는 듯 없는 듯 황홀함
제22장 곡즉전_曲則全 : 굽히면 온전할 수 있다
제23장 폭우부종일_暴雨不終日 : 폭우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
제24장 기자불립_企者不立 : 발돋움하는 이는 제대로 설 수 없다
제25장 도법자연_道法自然 : 도는 스스로 그러하다
제26장 조즉실군_躁則失君 : 조급하면 잃게 된다
제27장 수지대미_雖智大迷 : 지혜와 어리석음
제28장 위천하곡_爲天下谷 : 천하의 계곡
제29장 천하신기_天下神器 : 천하는 신묘한 것
제30장 물장즉노_物壯則老 : 사물은 장대해지면 노쇠한다
제31장 불상지기_不祥之器 :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제32장 도상무명_道常無名 : 영원히 이름이 없는 이름
제33장 자지자명_自知者明 : 자신을 아는 이는 누구인가
제34장 공성불유_功成不有 : 공적을 소유하지 않는다
제35장 왕이불해_往而不害 : 와도 해치지 않는다
제36장 유약승강강_柔弱勝剛强 :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제37장 무위이무불위_無爲而無不爲 : 무위하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

덕경_德經
제38장 실도이후덕_失道而後德 : 도를 잃은 후에 덕이 있다
제39장 지예무예_至譽無譽 : 최고의 명예는 자랑하지 않는다
제40장 유생어무_有生於無 :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
제41장 도은무명_道隱無名 : 도는 은밀하여 이름이 없다
제42장 도생일_道生一 : 도는 하나를 낳는다
제43장 불언지교_不言之敎 : 말하지 않는 가르침
제44장 지족불욕_知足不辱 : 만족하면 치욕을 모른다
제45장 대교약졸_大巧若拙 : 가장 교묘한 것은 졸렬하다
제46장 지족지족_知足之足 : 만족을 아는 만족
제47장 불견이명_不見而明 : 보지 않아도 환히 안다
제48장 위도일손_爲道日損 : 도를 닦으면 날마다 줄어든다
제49장 성인무심_聖人無心 : 성인은 사심이 없다
제50장 기무사지_其無死地 :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
제51장 생이불유_生而不有 : 만물을 낳고도 소유하지 않는다
제52장 위천하모_爲天下母 : 천지만물의 어머니
제53장 시위도우_是謂盜竽 : 도적의 우두머리란 무엇인가
제54장 이신관신_以身觀身 : 자신의 몸에서 타인의 몸을 보다
제55장 비어적자_比於赤子 : 덕을 지닌 이는 갓난아이에 비유할 수 있다
제56장 지자불언_知者不言 : 아는 자와 말하는 자
제57장 무위자화_無爲自化 : 백성을 그대로 놔두라
제58장 정복위기_正復爲奇 : 재앙과 복락
제59장 장생구시_長生久視 : 장생의 도
제60장 치국약팽선_治國若烹小鮮 : 치국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제61장 이정위하_以靜爲下 : 고요하면서 스스로 아래에 머물다
제62장 위천하귀_爲天下貴 : 세상 사람들이 귀중하게 여기는 것
제63장 보원이덕_報怨以德 : 덕으로 원한을 갚다
제64장 성인무위_聖人無爲 : 성인은 작위하지 않는다
제65장 장이우지_將以愚之 : 백성을 순박하고 어리석게 하라
제66장 이신후지_以身後之 : 자신을 타인 뒤에 놓다
제67장 아유삼보_我有三寶 : 세 가지 보물
제68장 부쟁지덕_不爭之德 : 싸우지 않는 덕
제69장 애자승의_哀者勝矣 : 자애로운 자가 승리한다
제70장 지아자희_知我者希 : 나를 아는 자가 적다
제71장 무지지병_不知知病 :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제72장 민불외위_民不畏威 : 백성은 위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73장 천망회회_天網恢恢 :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제74장 민불외사_民不畏死 :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75장 민지경사_民之輕死 :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까닭
제76장 목강즉절_목강즉절 : 나무가 강하면 베어진다
제77장 불욕현현_不欲見賢 : 지혜와 능력을 드러내지 않다
제78장 정언약반_正言若反 : 바른 말은 반대되는 말과 같다
제79장 천도무친_天道無親 : 천도는 편애하지 않는다
제80장 소국과민_小國寡民 :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
제81장 신언불미_信言不美 :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다 


<책본문>



제36장_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본 장은 노자의 변증법 사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순이 상호 전화(轉化)되는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폐기와 흥기’, ‘주는 것과 받는 것’ 등이다. 이 모든 것이 운동 변화의 규율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계의 변증법을 통해 사회 현상을 비유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도덕경』전반에 흐르고 있는 관점이다.

원문
將欲歙之,必故張之. 將欲弱之,必故强之. 將欲廢之,必故興之. 將欲取之,必故與之. 是謂微明. 柔弱勝剛强魚不可脫于淵,國之利器不可以示人.
장욕흡지,필고장지. 장욕약지,필고강지. 장욕폐지,필고흥지. 장욕취지,필고여지. 시위미
명. 유약승강강. 어불가탈어연,국지리기불가이시인.

해설
혹자는 노자가 본 장에서 변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본 장은 오히려 도에 대한 깊은 깨달음, 공부(功夫)와 수행(修行)의 통일을 통해 ‘무위’의 경계에 이르는 첩경에 대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무엇을 수행하든지 반드시 공부가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진정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도가의 ‘무위’나 불교의 ‘수행’, 서예나 회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수행 공부가 필요하다. 공부가 대상과 하나가 되어 일이관지(一以貫之)하게 되면 이른바 ‘무위’의 경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오청원(吳淸源: 1914생, 중국의 바둑기사로 살아 있는 기성으로 불린다. 청원은 자(字), 이름은 천(泉)이다.)은 현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성(棋聖)으로 알려져 있다. 13세에 일본으로 바둑 공부를 하러 간 그는 얼마 후 일본 바둑계를 제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바둑에 특별한 재능과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오로지 바둑만을 생각했던 그의 철저하고 일이관지하는 정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오청원은 본시 바둑만 생각할 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친구 한 사람이 그를 데리고 무도장에 갔다. 무도장에서 많은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그에게 다가와 추파를 던졌지만, 그는 어떤 중년 여성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은 마다하고 굳이 중년의 여성을 바라보는 이유가 궁금했던 친구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하길, 자신이 바라본 것은 중년의 여성이 아니라 그녀가 입고 있던 체크무늬 옷이라고 했다. 그녀의 옷에서 바둑판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가상의 바둑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런 일화도 있다. 일본인들은 특히 경마를 좋아하는데, 어떤 친구가 오청원을 데리고 경마장에 갔다. 경마가 시작되자 관중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적으로 자신의 말을 응원했다. 그러나 오청원은 달리는 말은 놔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던 친구가 이유를 묻자 오청원은 빙긋이 웃으며 하늘의 별을 바둑판의 알로 삼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대상과 혼연일체가 된 공부, 즉‘무위’의 경지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오청원은 당시 바둑계의 원로인 기타니 미노루(木谷實)나 슈사이(秀哉) 등과 대국할 때는 바둑의 보편적인 방식대로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국을 하면서 처음 알을 놓을 때는 바둑판의 귀나 변에 두기 마련이다. 그것은 규칙이자 법도이며 상례이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바둑판의 배꼽에 해당하는 가장 중심점인‘천원天元’에 알을 놓았다. 이는 탈규칙이자 탈법도이며 상례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국에서 승리했다. 이것이야말로 ‘무위’의 경지 아니겠는가?


<저자,역자>

저자 :  도설천하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 

역자 : 심규호
1959년 서울 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육조 삼가 창작론 연구』,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한자로 세상읽기』, 옮긴 책으로 『중국사상사 도론』,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구추백의 영향』, 『인생이 첫만남과 같다면』, 『중국문화답사기』, 『낙타샹즈』, 『마교사전』, 『선진제자 백가쟁명』, 『중국경전의 이해』, 『중국문예심리학사』, 『도교와 중국문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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