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용>

술독에 빠져 바라본 철학의 세계

이 책은 그 동안 서양 철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우면서도 특별한 전망을 제시하는 이정표이다. 술독에 빠져 바라본 철학, 다시 말해 술에 대해 심도 있게 논하는 철학 이야기이다. 일찍이 디오니소스의 총애를 받았으며 철학의 세계 속에서도 그 상징적인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던 술은 일상과 사상, 악습과 미덕, 이성과 감정, 절제와 방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심도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마시모 도나의 책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엄격한 철학의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동시에 유쾌한 일화들을 풀어가면서 철학의 또 다른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담화의 시작이 술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엄격한 비난에서 순수한 열정까지, 학문적인 특별한 관심에서 뿌리 깊게 인식된 상징물에 이르기까지 술의 묘한 매력 앞에서 취하는 철학가들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공통된 하나의 분모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이 주제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의미심장한 구석을 끊임없이 남겨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많은 철학가(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몽테뉴, 데카르트, 칸트, 피히테, 헤겔 등)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들과 술의 관련성에 의문을 가지며, 각각의 철학가에게서 술에 대한 그만의 특별하고 적당한 사상체계를 추론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철학과 술에 대한 일화뿐만 아니라 술과 이념 사이의 관련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러 철학가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진정한 철학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러한 진술들은 역사적인 사실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찰이 유물론적인 어떠한 형태로서 고려되지는 않는다.

마시모 도나의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철학적인 행위에 있어 가장 고귀한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의 학문적인 집념은 난해한 지적 탐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논리·언어 영역에 국한된 철학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절망적으로 신을 찾지만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진정한 삶의 아포리아에 이 책을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전망 안에서 오래된 중언법인 '정신과 알코올'은 더욱 의미심장함을 가질 것이다.

[디오니소스의 철학Filosofia del vino]과 함께 펴낸 [디오니소스의 영혼L'amina del vino]에서 저자는 '사색'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포도나무의 행렬과 그 열매들 사이로 또다시 흥미진진한 여행을 나선다. 저자는 [디오니소스의 영혼]을 통해 포도낱알 하나하나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서는 신선한 탈선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술은 철학적인 성찰에 있어서 끊임없이 제공되는 양식이기에, 철학은 자신의 숭고한 집념의 많은 부분을 술독에 쏟아 부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저자는 우리를 술의 향연으로 다시금 초대한다. 이는 우리 인간 존재의 모든 행동을 진리 안에 고취시키려는 의무감의 발로일 것이다.


<책목차>

프롤로그
책머리에

철학 이전
호기심과 증언들

고대 철학
기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 문명의 마지막 소리
로마세계, 시와 철학 사이

성서상의 전통과 그리스도교의 중세
성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성 토머스까지

현대 철학
르네상스
미셸 드 몽테뉴
신과학과 술 - 갈릴레이와 데카르트
합리주의
경험주의
술과 계몽주의-18세기
임마누엘 칸트- 술과 비판주의

무아지경
낭만주의의 격정
피히테
셸링, 헤겔
쇠렌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 레오파르디
신성한 붉은 기운 - 취함과 혁명
보들레르에서 니체까지 - 새로운 서광의 풍미

20세기 - 방랑하는 주정꾼들, 술과 포스트메타피지컬
마르틴 하이데거
세기 초의 빈 - 비트겐슈타인과 프로이트
발터 베냐민 - 무아지경과 그 기운
실존주의자들의 파리, 그곳의 디오니소스적 무아지경
질 들뢰즈와 바람직한 술 취함
조르쥬 바타이유와 지독한 술 취함
미셸 푸코 - 무아지경과 광기
테오도어 아도르노 - 무아지경과 부정변증법

에필로그


<책본문>

프랜시스 베이컨은 다른 영역에서도 술에 대해 심도 깊은 고려를 했는데, 의약의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고찰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윌리엄 롤리가 쓴 베이컨의 일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약에 있어서 베이컨은 환자가 아니라 의사로서 살았다. 그는 몸에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맥주나 화이트와인 소량에 30분간 대황을 담가 우려낸 액체를 점심이나 저녁 식사 전에 습관적으로 한 모금씩을 마셨다.'

찬란한 르네상스 시기에 대한 다른 많은 증언들에서 밝히고 있듯 베이컨은 뛰어난 경험주의 철학가이다. 따라서 그는 술에 대한 연구에 있어 단호하게 시야를 좁혀 실제 물질적인 성분과 그것을 마시는 자에게 구체적으로 생기는 유익한 효능(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을 탐구했다.

과도함과 무절제에 대한 가능성, 즉 인간 본성을 제한하는 차원의 협소한 한계에 대한 탈출구로서의 가능성이 재현된 이후(그리스 문명 초기와 황금시대), 그리고 구조적으로 신성화되어 거룩한 나눔(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전통의 맥락에서 성스러운 의미로 여겨지는)의 본질적인 상징물로의 변화를 겪은 이후, 이제 포도나무의 열매는 다양하게 활용되는 음식물의 일부로서 더 소박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인간 존재에게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 현대철학 '르네상스' 중에서) 


<저자,역자>

저자 : 마시모 도나

밀라노에 있는 비타-살루테 산 라파엘레 대학의 철학부 정교수로 이론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음악가로서 네 개의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으로는 '다른 세상의 일들Cose dell'altro mondo'이 있다. 저서로는 [판타 철학Panta Filosofia], [마법과 철학Magia e Filosofia], [부정에 관하여Sulla negazione], [고요함. 자유를 향한 열정Serenita. Una passione che libera], [음악의 철학Filosofia della musica], [신-삼위일체. 철학가와 신학자 사이에서Dio-Trinita. Tra filosofi e teologi], [예술과 철학Arte e Filosofia], [신의 존재. 초월성과 세속성L'essere di Dio. Trascendenza e temporalita]등이 있다. 

역자 : 김희정

대구가톨릭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그람쉬의 지식인에 대한 고찰]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내일신문사 기자와 북부이태리한인회 '포럼 코레아' 기자를 거쳐 현재 이탈리아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도서로는 [왜 이탈리아인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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