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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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 칼 세이건
★★★★★

하늘의 별을 보면서 아주 잠깐만이라도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굳이 별자리를 술술 외워서 누군가에게 자랑하듯이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별을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지 않을까. 우리가  수 많은 별들 중에서, 그것도 어느 정도는 축복받은 행성에서 태어난 아주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 또한 말이다.

SF라는 장르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사실 콘택트를 영화로 본 것은 일년이 채 안되었다. 즐거운 호기심을 잔뜩 유발하는 기호와 상징, 소수, 미지의 세계와 그 세계의 주인, 시간 여행, 웜홀, 블랙홀 등은 마치 상대성 이론을 수박 겉할기 식으로만 이해하게 되더라도 돌아오는 지적인(하지만 얄팍한) 포만감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몇십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에서 보내진 메시지. 문자가 아닌 우리의 지식 체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보내진 소수의 끝없는 연속. 해독을 통해 얻어진 자료들.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어떤 것. 그 어떤 것이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떤 세상으로 어떻게 데려다 줄지 모르는 그래서 읽는 내내(사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더 즐거운 상상을 했을텐데) 손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과학 책을 읽다보면, 그저 얕은 지식으로 머물고 있지만, 왜그런지 어릴 때는 단 한번도 꿈 꾸어보지 못했던 과학자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SF 소설, 영화 등을 통해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또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있노라면 자연에, 문명에 그리고 기술에 도전하는 인간의 존재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과학자가 그랬던 것 처럼, 과학의 영역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갈 수록, 자연의 법칙을 만들어 놓은게 정말 자연적인게 아니라, 더욱 더 창조주를 믿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고 했던가. 그만큼 우주의 질서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알고, 연구하고, 증명해 왔던 과학자들에게도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하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한다.

꽉 짜여진 스케쥴 속에서 미친듯이 달리며 지내고 있는 우리들 틈에서, 이렇게 넓고 멋진 우주속에서 우리는 작은 먼지 조차로도 보이질 않을텐데, 참 재미없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실을 버릴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여유로움이 즐거울 때면, 마음의 넓이를 조금씩 짜여진 틀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위로 올라가서 먼 우주를 그려보는 것도 건강에 좋을 듯 하다.

책에는 나오지 않은 대사이지만, 영화를 통해서 남겨진 마지막 대사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칼세이건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단다. 만일 이 광활한 우주에 인간만 존재한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지.. 우주에 우리 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 칼 세이건

- 200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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