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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아웃, 회사는 나를 다 태워 버리라고 한다 - 피로사회에서 나를 살려 내는 번아웃 탈출 프로젝트
사빈 바타유 지음, 배영란 옮김 / 착한책가게 / 2015년 8월
평점 :
지난 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알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급기야 와이프를 껴안고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그 날의 울음에 대한 이유는 백가지도 넘게 열거할 수 있지만, 이유에 대한 것 보다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을테다. 그렇게 나는 꽤 긴 시간을 무기력과 무력감을 동반한, 소위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린지 오래된 셈이다.
책 제목이 다소 거북하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기댈 곳이 필요했다. 언제나 답은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목소리로 괜찮다고, 혹은 ‘지금 네 모습이 이래’라고 그대로 말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많은 시간 동안 나는 과거를 말하고 있었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가야만 하는 미래’만 이야기해 주었기에, 그냥 지금의 나를 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누구나 지칠 수 있고, 누구나 방황할 수 있으며, 누구나 울 수 있지만,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100가지 정도를 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쩌면 매일을 웃으며, 매일을 감추며 어딘가에서 혼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고, 우리가 돈을 벌고 있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집단과 조직에서는 울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한다. 이 책을 덜컥 주문한 것도 울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끝까지 다 읽지도 못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보다, 그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집어들기도 했고, 사실상 쌓여 있는 피로와 목적 상실은 책으로 또는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론 때문일까. 결국, ‘멈출 수도 있어야 한다’는 명제와 또 다시 결국 ‘일어나서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결론만 남겼다.
이 책이 준 교훈은 지금 나의 상태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어떤 형태로든지 break가 필요하고, 집과 회사만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다른 이야기를 나눌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 준달까? 책에서 1부 2부 3부로 가는 길에 결국 ‘나침반’과 같은 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정답은 내 안에 있는 것. 인정하고, 쉬고, 다시 일어서는 것. 너무나 쉽고 쉬운 답이지만 그 쉬운 답을 찾기 위해서 돌고 도는 일이 지금 오춘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인 셈이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또는 그런 징후가 보이는 분들께 이 책 자체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앉아있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주제를 바꾸며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바꾸기를 추천한다. 그러고 나면 이 책은 아마 30분만에 읽어내려 가실테고 툭툭 털고 일어나시리라.
인정하고, 쉬고, 다시 일어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