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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이정하 지음 / 고려문화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일입니다.
사랑을 나눠 보면 슬픔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약간의 기쁨, 그 불확실한 기쁨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전체가 슬픔에 젖어 산다 해도
능히 그것을 감수하거든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어이없는 일이 지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니...
허허로웠습니다.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시작될 이 무렵이면
나는 늘 허허로웠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렇지도 않다가 이맘때쯤이면
왜 유독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는지.
그랬습니다.
바람은 길거리에만 부는게 아니었습니다.
추운 바람이야 따뜻한 옷 하나 입으면 되지만
마음속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도무지 대책이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지 않고서는
내 빈 마음으로 불어닥치는 머나먼 이름 하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지 않고서는 마음속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도무지 대책이 없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랑을 하겠다고 그렇게 애를 쓰지는 못했지만, 사랑을 하고 있지 않아서 마음속에 불어대는 바람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한 사람을 잊고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임을, 그 사람의 곁에 있을 때에는 몰랐습니다. 당연한 일일까요. 결코 단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애를 써야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다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시간과 현실이라는 과제를 떠난다면야 능히 해결이 될 문제일테지만, 그 안에서 찾아지는 사랑이야말로 더욱더 안타깝고, 애절하고, 행복한 사랑이 됨은 말할 여지가 없을테지요. 여유로운 사랑이란 이젠 없을 것 같습니다. 왠지 사랑조차도 제겐 없을 것 같습니다. 섯부른 판단이었기를 바랄 뿐이죠. 좀 더 애를 써야 되는 일일까요. 제게로 오지 않는 사랑을 원망하는 일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쓸쓸한 사랑에 대한 기억이 뭍어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