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를 때 보통 제목이나 표지디자인, 그리고 작가의 이름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면 덥썩 집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선택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좋은 여운을 남기는 제목이 아닌가? 처음엔 몰랐는데, 뒷 부분에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그제서야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먹었을까'라는 책의 2부, 즉 작가의 체험적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TV에서 워낙 줄기차게 홍보아닌 홍보를 해 왔던 책이라 나는 '그 많던 싱아...'라는 책의 근처에도 가 보지 않았다. 나만의 보물을 찾고 싶은 그런 무지한 욕심이었으나, 어쨌든 미디어의 역활이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인가 보다.

어쨌든, '그 산이...'는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이다. 6.25 전쟁동안 작가의 이십대의 시절을 그리며 써내려 가고 있다. 읽는 내내 왜 나는 이 책을 어머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을까. 아니, 당연한 것일까.

전후 세대를 지내오신, 슬프고 아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직접 살아오신 우리네 어머니, 아버님 세대들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는 책이라 느꼈다. 물론, 작가가 그 전쟁을 통해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잃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거나, 또는 좌절하며 겪게되는 아픈 역사를 늘어놓는 그런 소설이 아닌, 오히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정내 대 소사를 꼼꼼히 기억해 내어 책으로 옮긴 작가의 글감 선택력과 문체가 워낙 깔끔해서, 전쟁을 겪은 처녀의 가족 그리고 개인의 경험담을 옆에서 듣는 것 처럼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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