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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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

한 겨레출판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특강. 책으로 묶여 나와서 읽고나면 늘 그 자리에 참석해서 '실시간'으로 분위기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하게 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한겨레 관련 웹사이트에서 인터뷰특강을 신청하거나 관련 정보를 얻는 창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핑계가 어우러져 매년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그저 책으로만 그 분위기를 접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책 내용과는 좀 엉뚱한 부분이긴 하지만, 한겨레라는 단어는 내게 3명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시절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운동을 한다며 꽤나 바쁘게 돌아다니던 동기 김모군, 자유인처럼 살아가며 늘 본인은 얄팍한 지식으로 지껄이는거라는 박실장님과, 그리고 좀 엄하지만 김규항님.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한겨레, 또는 한겨레신문사 등등이 갖는 의미가 본인들 그 자체라고 하면 믿을까 모르겠지만.

학 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면 좌우를 가르고, major와 minor를 가르는 혹은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좌우와 major, minor를 가르는게 때로는 불편한 자리가 되기도 하거니와, 물어서는 안되는 약속처럼 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서류 하나 정리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런 곳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면, 사실 더는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기 보다는 말하기가 싫어진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 9분들은 그런 minor한 부분들을 참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우리시대 최고의 논객인 진중권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재승님, 아노아르 후세인님, 박노자님은 이야기에 푹 빠져들도록 만드는 재주꾼들이 아닐 수 없다. 자존심이라는 키워드로 나올 수 있는 이 무궁무진한 지식의 향연들이 유쾌하게도 만들고, 불쾌하게도 만들고, 부끄럽게도 만들고 있다. 이분들의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쏟아내었다.

서해성 - 사회/진행
진중권 - 자존심의 존재미학
정재승 - 자존심의 과학, 과학의 자존심
정태인 - 한미 FTA와 마지막 자존심
하종강, 아노아르 후세인 - 이주노동자와 노동의 자존심
정희진 - 누구의 자존심? 자존심의 경함
박노자, 고미숙 - 박지원, 똥 부스러기 문화도 배운다

<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에서는 우리가 주변과의 관계속에서, 그 관계가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불안하게 느껴지는 경우에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한다. 전반적인 내용은 우리 사회에 걸친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등과 얽혀있는 관계에 따른 자좀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매년 출간되는 이 책은 한겨레출판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이념을 참 쉽게 드러내는 책으로 보인다. 실제 강연회의 분위기와 느낌은 사뭇 다를 수 있겠으나, 교양으로써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있어서 알면 알 수록 불편해지는 진실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안목을 기르게 해 준다. 좌우를 가르고 보수와 진보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귀와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존심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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