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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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다 책을 읽는 즐거움

근래 어떤 것에 대한 결핍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는 내게 와이프는 하루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갖으면 좋겠다고, 파주 지혜의 숲에 있는 지지향이라는 호텔에 1박을 보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책을 추천해 주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는데, 사야지 사야지 했던 책 몇 권을 후다닥 구매해서 호텔 방에서 내리 2권을 읽었다. 한권은 떨리는 불편함이었고, 다른 한권은 따뜻한 즐거움이었다. 아마 내리 2권을 읽어내려간 경험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거의 없던 일이었는데, 와이프 덕분에 너무나 좋아하는 책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수 년간 책 보다는 짧은 글을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게 되고,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짧은 글을 쓰는데 익숙해 있었는데, 모처럼 긴 글, 서사 구조를 갖는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이 몇 시간을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섬에 있는 서점은

아내를 잃고 섬에서 작은 동네 서점을 경영하는 에이제이의 이야기다. 괴팍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성격 묘사가 심한 것 같고,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 주인공은 아내를 잃고, 자신에게 중요한 보물과도 같은 책도 잃어버리고, 어찌보면 엎친데 겹친 격으로 생판 모르는 남의 아이까지 떠 맡아서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아이를 서점에서 혼자 키우면서 섬 사람들과의 교류도 복잡해 지고, 자신이 주장하던 여러가지 삶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들이 조금씩 다른 사람을 통해서 영향을 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킬킬거리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또 먹먹해지기도 하는 대목들이 많았다. 40대가 되면서 나도 신기하리만큼 감정의 굴곡이 눈에 띄게 굽이치고는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런 감정은 참 오래간만이어서 고맙게도 읽는 내내 반갑고 즐겁게 읽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책을 통해서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하게 되고, 또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그 책과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게 되고, 다시 또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이유와 해답을 갖고 살아가게 되고.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당연히 아이에게서 ‘우리 아이’의 모습을 발견해 내고, 묘한 동질감과 묘한 이질감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나와 와이프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그리고, 나와 와이프가 만나게 될 세상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 또 어제 오늘 근래 내가 처해 있는 인생에 대한 물음표도 돌아보게 된다. 책 한권이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는 없지만,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나게 해 주는 응원의 메시지도 듣게 된다.

따뜻한 결말. 그래서 희망.

모든 책과 모든 소설의 결말이 그렇지는 않지만, ‘또 다른 희망’이라는 판에 박힌 말일지라도 이 책의 마지막이 주는 또 다른 맺음과 이어짐도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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