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빛깔있는책들 - 한국의 자연 257
김철수 지음 / 대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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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제도다. 거제도는 해안선 길이가 386.6㎞(700리)에 달한다. 가장 큰 섬인 제주도(250여㎞)보다 100여㎞이상 길다. 그만큼 해안선이 꼬불꼬불하다. 거제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도 거제시에 속한다. 본섬과 69개의 유무인 부속도서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대마도와는 32해리(60㎞) 거리에 있다.


거제는 한자로 클 거(巨), 구제할 제(濟)로써 ‘크게 사람을 구하는 섬’이란 뜻이다. 또 바다 건너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1900년 이전에는 한산도를 포함한 통영 앞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거제도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거제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놀랍게도 구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역에서 출토된 당시 토기와 석기유물이 증명해준다. 또 청동기시대 대표적 유물인 고인돌(지석묘) 유적이 섬 전역에 분포돼 있어 이미 선사시대부터 거제도에는 원시조상들이 농경과 천렵을 하면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 이후 기록물에 따르면 삼한시대 변한 12국 중 독로국(瀆盧國)의 일부로 추정되며 757년(신라 경덕왕16년)부터 거제군이라 하였다. 1914년 통영군에 폐합되었다가 1953년 거제군으로 환원되었으며, 1995년 거제시에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거제도의 역사는 물론 유물, 유적, 관광지, 문화와 섬사람들을 소개한 바다 색깔의 알싸한 책이 출간됐다. 현재 거제중앙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는 김철수 씨는 거제의 해안선 700리를 몇 바퀴쯤 돌았음직한 종합 기록물인 <거제도>를 선보이고 독자를 쪽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곳으로 유혹한다.  


거제도의 이름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세워졌던 포로수용소일 것이다. 전쟁 중 원래는 대전형무소 내에 설치됐던 포로수용소는 전황에 따라 대구, 부산 영도 등으로 이전된다.


그러나 14만 여명의 포로를 이동시키는 일이 쉽지 않음에 따라 제주도와 거제도가 새로운 장소로 거론됐으나 제주는 피난민과 공산주의자가 많고 식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제도가 최종 낙점됐다. 이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선택은 공산포로 폭동이라는 비극의 기록을 남긴다.


1970년대 들어서는 제3차 5개년 계획에 따른 중화학공업 육성책에 따라 옥포만에 옥포조선소가 들어선다. 그러나 오일쇼크와 사업변경 등 진통을 겪으면서 흐지부지 되다가 8년 뒤 대우가 새 주인이 되면서 옥포조선소가 활기를 띠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후 삼성중공업 역시 거제조선소를 세움에 따라 명실상부한 조선(造船)전초기지가 된다.


그러나 개발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경작지와 야산이 집터로 변했고 식수 해결을 위해 댐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이 수몰되는 등 실향민까지 양산했다. 대우조선이 들어서면서 사라진 아양골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고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었던 곳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식물생태학 박사 출신으로 전문가 시각으로 동백림, 팔색조 도래지, 아열대 기후와 상록수림, 해양생물 등을 화보와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섬 전체를 중부권을 포함해 4분할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문화를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칠천도, 가조도, 이수도, 내도와 외도 등 부속 섬들을 드나들며 각각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뽑아내 ‘섬속의 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거제도를 상징하는 노래도 있다. '거제의 노래'는 1956년 초대 거제교육감을 지낸 신용균 씨가 군민의 노래를 공모했는데 시조시인 무원(無園) 김기호 선생의 글이 당선돼 채택된 것이다. 노랫말은 충무공 기개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지, 순박한 섬사람들의 인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


거제의 노래


섬은 섬을 동아 연연 칠 백리

굽이굽이 스며 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반역의 무리에서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구천 삼거리 물 따라 골도 깊어

계룡산 기슭에 폭포도 장관인데

갈곶지 해금강은 고을의 절승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동백꽃 그늘 이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가시리랑 캐는 아이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다 싣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왜구의 잦은 침입이 잦았고 이에 대비한 성곽이 유난히 많은 것이 특징인 거제가 서서히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마 유치진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해금강, 무엇보다 눈앞에 펼쳐진 한려수도가 유혹하는 섬 거제도. 저자에게 섬 가이드를 부탁하면 흔쾌히 받아 줄 것 같은 넉넉함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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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정영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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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2인칭 단편 소설집 <낮술> 펴낸 소설가 정영희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지서를 받은 가장, 헤어진 첫사랑을 만났지만 이내 죽음을 목도하는 중년, 거래처 술 접대로 만신창이 인생의 사내…. 소설가 정영희의 두 번째 단편집 <낮술>에 등장하는 군상들의 어깨는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세상의 중심과 주변의 경계에 머물면서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투영일지도 모른다.


<낮술>은 중년의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겪는 열 가지 ‘서글픔’을 엮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작가는 ‘너’를 앞세운 ‘2인칭’이라는 다소 낯설고 드문 시점으로 인간군상의 삶을 들춘다. 낯설음은 불편하다. 혹자는 2인칭이 등장인물의 내면을 찬찬히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선의 깊이를 준다고 하지만, 차라리 ‘그’라는 3인칭 시점이 아쉽다. 그것이 어쩌면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조금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낮술>에서 2인칭 시점이 선사하는(?) 중년의 삶은 무겁다. 작가의 집요한 들추기, 정밀한 묘사가 주는 지긋한 가슴 누름 역시 주인공 ‘너’와 읽는 ‘나’를 얽어매면서 아득하게 낮술에 취하게 만든다. 독자들을 흥건히 취하게 만든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소설가의 길로 접어든지 20년, 여전히 무명이라는 작가에게 왜 애이불비한지 속내를 물었다.


“하하하...한 마디로 문학상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되돌아오는 답은 명쾌하면서 서늘했다. 그 속에서 우리 문단의 고질적인 병폐를 쉽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인칭 시점을 주로 사용하는데 의도된 의미를 설명하라.

독자들은 대개 1인칭 주인공시점과 관찰자시점, 3인칭 관찰자시점과 전지적 작가시점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교과서적 지식일 뿐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하나의 시점을 택한다 하더라도 문장마다 대화마다 미세한 시점의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의 시점대로만 서술한다면 등장인물의 어법이나 문장이 어색해져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일부러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한 실험소설이 아니라면 소설에 있어 자연스러움은 미덕이라 생각한다.


또한 소설에 있어 ‘낯설게 하기 혹은 생소화’야 말로 문학성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문학이나 예술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사물들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2인칭 소설의 성립여부는 문제제기 될 수 있다. 2인칭 소설의 화자가 실체를 갖춘 ‘너’라는 점에서 1인칭 소설의 화자 ‘나’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2인칭 소설의 화자나 1인칭 소설의 화자나 자신이 체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서술한다. 2인칭은 타인에 관해, 1인칭은 자기 자신에 관해. 그러나 소설이 주는 효과는 전혀 다르다. 2인칭은 3인칭 전지시점 보다 오히려 ‘너’의 내면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낮술>에 나오는 2인칭 소설의 화자는 ‘너’의 또 다른 분신일 수도 있다.


-단편 ‘낮술’에서 광장, 낮술, 능(陵)이 함축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광장은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만이 나무하는 ‘현대 사회’를 의미한다. 광장에 나온 너는 ‘줄서기’를 잘못했고 융통성이 부족해 정리해고 된다. 너는 아내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며 ‘낮술’을 먹는다. 여기서 ‘낮술’은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는 매개로 사용된다. 낮술을 먹으면 ‘세상은 다시 꿈속처럼’ 변한다. 다시 말해 낮술에 취해 있는 동안에는 현실을 잊을 수가 있다. ‘낮술’의 의미는 우리가 바라는 ‘피안의 세계’쯤 될 것이다.


능은 아버지를 의미한다. 어린시절의 능은 거대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찾아간 능은 몹시 작아져 있다. 이 시대 아버지의 권위도 부권도 이 능처럼 작아져 있다. 그 옛날 아버지는 무능했지만 당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너는 아내에게 실직했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단편 ‘낮술’은 얼핏 실직자에 관한 소설 같지만 사실 실직자를 소재로 야성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남성에 관한 소설이다.

 

-도시인의 비극적인 삶을 유년과 결식시켜 풀어간 글이 많은데, 그 이유는. 유년은 현재의 운명론적인 연장인가 아니면 삶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인가.

아마 상처받은 영혼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들 이야기인 것 같다. 유년, 다시 말해 세상과 처음으로 만날 때의 ‘첫 인식’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첫 사랑’이 우리의 평생을 따라 다니듯이. 그러므로 유년은 현재의 운명론적인 연장일 수도 있다.


삶에 있어 태생적 한계란 없다. 지금은 계급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받지 못한 혹은 상처 받은 영혼은 습자지처럼 얇아져 있어 조그마한 빗방울에도 구멍이 ‘펑펑’ 뚫린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성격장애아’처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도시에서의 삶에 이음새 없이 합류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상처 받지 않도록 잘 키워야 한다.


-글 속에서 현대인의 삶의 고단함 속에 포기 되어지는 것들이 많아 보인다.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근원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어린시절 혹은 청소년 시절에 꿈을 가진다. 그 꿈이란 매우 비현실적일 경우가 많다. 그런 꿈을 실현시키기엔 현대사회는 너무나 척박하다. 유명 화가가 되기까지 호구지책이 막연하며, 유명 작가(시인)가 된다 해도 직업으로 하기엔 불가능하다. 직업이란 밥이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들 꿈을 가슴에 안은 채 묵묵히 거대한 사회의 톱니바퀴의 한 나사못이 되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못은 녹이 슬고 급기야 바닥에 버려지게 된다. 그 순간 비로소 인간은 자신을 돌아본다. 그때서야 잃어버린 꿈에 대해 가슴 아파할 수 있다.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근원적인 것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그 내면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러나 삶은 우리를 그렇게 진정으로 살아가도록 구조적으로 잘 돼 있지 않다.


-이번 단편집에 대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현대 사회는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가정은 이미 증발하고 없고, 가족관계만 유지 되고 있다. 언젠가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끼리 살고, 아이들은 사회가 키우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이 단편집에는 현재 한국 가정의 균열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서서히 진행되는 대화 단절과 섹스리스 가정이 늘어나고, 여자들에게 애인이 생긴다.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남편들은 모르는 척 한다. 모르는 척 못하면 이혼한다. 이혼율 세계 2위인 나라다. 한국 사회의 이 비인간화 현상은 정치, 경제, 사회 체제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뒷모습에 초점을 맞춰봤다.


-좋은 작품을 내고도 ‘무명 20년’이라고 했는데, 우리 문단의 문제점과 대안은.

어느 집단이든 인간이 모이는 곳은 똑 같은 문제점이 있다. 현시욕과 공명심이 강한 이들끼리 ‘장’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를 하기도 한다. 패거리문학이 성행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것만이라도 문학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곧 문학이 동호인 모임으로 전락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대안이란 없다. 그냥 그렇게 가는 거다.


중요한 것은 문학인들이 ‘재미있는 글’을 써서 외국 작가들과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나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유명세를 한번 타면 계속 언론에서 그 소수의 작가만 확대재생산하고, 출판사가 또 거기에 춤을 추니, 신인들의 우수한 작품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깝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해 줬으면 하는 것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작품집에 한해서는 전국의 도서관에 배포한 책을 사 주면 좋겠다.


-작품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실직자, 분단, 이데올로기니 하는 것들은 내 문학의 수단이나 배경일 뿐이다. 진정 내가 다루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외로움, 그리움, 사랑, 희망 에 관한 것들이다. 생명 가진 것들에 관한 측은지심이라든가, 인간이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다음 작품은 장편 소설 <수국집 아이, 아키코>라는 연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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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상상력 - 과학기술사회와 생태적 삶
박병상 지음 / 달팽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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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는 생명공학의 기반이다. 자본의 돈벌이를 위해 생명윤리를 경시한다면 후손의 생명이 경시된다. 건전한 생명공학을 위해서라도, 일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같은 연구자 집단, 그 연구자 집단을 불투명하게 지원하는 정부의 감시와 제동의 멍에를 시민의 이름으로 씌워야 한다’


명쾌한 논리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적 업적도 윤리성이 결여되면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우리 사회는 최근 생명윤리라는 화두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배아복제 연구 선구자인 황우석 박사를 포스트로 내세워 질주하던 우리 ‘생명공학호’가 엄청난 윤리적 결함으로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실험 조작이다.


조작 문제는 서울대 자체조사를 거쳐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관련자의 신문과 대질 등을 통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리논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작이 이미 밝혀졌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을 찾아내면 이 문제는 일단락된다. 그리고 주홍글씨로 남는 윤리문제를 다독이는 것은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녹색의 상상력>이 ‘기다렸다는 듯’ 출간됐다.


저자 박병상 씨는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등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 생명과학의 무리한 발전 속도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쓰여 졌다. 책이 나온 타이밍도 좋았다. 황우석 사태의 진실게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문제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책 전반부를 대거 할여했다.


책은 생명공학이 지닌 ‘동전의 양면’을 고찰하면서 위험성과 비윤리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비판을 가한다. 또 인류의 근원적인 문제인 환경문제에 시각을 넓혀 하부구조인 생명공학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인 환경오염을 그대로 두고 환경을 더욱 교란하는 생명공학으로 질병을 말초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을 폄하하는 의미로 ‘젓가락기술’이란 표현이 있다. 이는 생명공학을 삶의 질적인 차원이 아닌 기술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한편 그 속에 들어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은근한 비꼼이 담겨 있다. 그런 지적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황 박사팀은 연구용 난자 사용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과 결과를 조작, 세계를 상대로 ‘연극’을 펼쳤다.


저자는 이러한 황 박사의 사기극을 ‘비판 없는 과학기술의 그림자’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이슈 따라잡기와 윤리문제에는 눈을 감아버린 이중성을 지적한다. 물론 광기어린 네티즌과 일부 언론의 돌팔매를 견디고 진실을 알린 <PD수첩>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들만의 윤리인 취재윤리에 대해선 옹호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림자가 잔뜩 드리운 음습한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인위적 조작, 양심을 국익과 개인의 영달로 포장한 과학자들의 소곤거림, 우리 과학계는 언제까지 주홍글씨를 지고 가야하는지. 또 생태환경을 보지 않고 오직 자기분야의 과학적 성과에만 매달리는 과학자의 근시안적 안목. 속도전에 뒤지지 않으려고 브레이크마저 팽개쳐버린 위험천만한 과학계의 현실. 저자는 각박한 과학이라는 학문에 푸른 생명을 불어넣자고 주장한다.


<녹색의 상상력>은 다소 느리되 과학과 생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갈구하고 있다. ‘생태계에는 이해당사자가 없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새만금, 천성산 개발과정에서 노출된 생태양극화의 문제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는 과학의 진보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은 어쩌면 신인류로 가는 현생 인류의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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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봄날의 장례식 시평시인선 8
강정숙 지음 / 시평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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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하늘의 명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가슴팍에 켜켜이 쌓였던 분노와 그리움이 용암반죽처럼 들끓어 올랐다. 참을 수 없었던 소녀는 스승 몰래 맺힌 어혈을 토했다. 선홍빛 토악질을 들킬 새라 손가락을 깨물었다. 허공으로 퍼진 선혈이 낙하하면서 활자가 되어 박혔다. 당선이다.

지난 2002년 <흔들의자>로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시조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늦깎이로 등단한 강정숙 시인이 그간의 글을 묶어 첫 시집 <환한 봄날의 장례식>을 펴냈다.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뼈아픈 과거사를 풀었다', '시집의 제목처럼 가벼움 속에 녹아든 무거움, 무거움이 밀어 올리는 가벼움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곱씹다보니 단순하게 평할 글이 아니다. 개인사를 꼬깃꼬깃 담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냈다는 것은 비평시장의 '상품'이 되고자 한 것이기에 취사(取捨)의 몫은 시인의 손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천이 된 시인의 굴곡을 논하기엔 평면적인 평자(評者)의 불혹살이가 다소 가소롭다.

게다가 '비린내와 함께 찾아 온' 초경에 시인은 죽어있었고 외려 '배도 오지 않을' 폐경기에 비로소 많은 것을 비우고 새롭게 태어남을 그린 두개의 시, 두 줄의 시어를 맞닥트리고 서평 쓰는 것을 대략 접었다.

그 대신 시인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책에 있는 이메일을 이용 했지만 좀체 회신이 없다. 그래서 시인이 이끌고 있는 인터넷 시동인 카페를 수소문해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덕분에 시인과 채팅도 하고 이메일 인터뷰도 가능했다. 책에 있는 이메일 주소가 잘못된 것이란 것도 알게 됐다.

- 첫 시집을 펴낸 소감은.
"처음 책을 펴내는 사람들의 공통 심리가 대체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바로 부끄러움이죠. 내 속을 까발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잘 쓰지 못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겠지요. 그리고 다소 막막해 지기도 합니다. 어떤 평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물론 욕심을 버렸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문단에도 참 여러 계층이 존재하는 게 염연한 사실이고 보면 그 중심부에 들지 못하는 99%의 시인들, 혹은 시인 지망생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설로 말해서 다 글 잘 쓰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은 오히려 재미없을지도 모릅니다."

- 유년을 거쳐 장년에 이르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시어인 성(性, 또는 정체성)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글을 쓸 땐 크게 의식하지 못한 점이지만 막상 책으로 묶고 보니까 제게 일관되게 부닥쳐온 것들이 정체성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많은 형제자매 속에서도 유독 외톨이(시인은 유년기를 시골에서 할머니와 고모랑 셋이 보냈다) 생활을 했던 유년기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두려워했던 사춘기며 이후 폭력적 남성과 억압된 여성 모두에게 연민 내지 저항적 의식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내면이 결국 알게 모르게 정체성 찾기로 귀결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전반적으로 은유적인 표현이 많은데 직설법을 쓰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T. S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메타포 안에서 이성과 감성은 통합된다'.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날(膾)것이나 인접성 보다는 유사성에 바탕을 둔 은유체계 속에서 감성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좋은 글이란 진정성과 새로움을 동시에 갖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조로 등단했는데 시와 차이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자유시는 행보가 자유로운 대신에 자칫 개인적 사념이나 사유의 방만에 빠질 수 있고 시조는 율격의 엄격함 때문에 사유가 갇히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시의 자유로운 사유를 어떻게 정형의 틀 안에 잘 담을 것인가가 시조인의 숙제입니다.

결국은 자유시와 시조는 한 몸인데 그것을 발현해 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두 가지를 다 잘해보고 싶습니다. 시조로 입문하였으니 시조 사랑엔 변함이 없습니다. 제 다음 목표는 좋은 시조시집을 엮는 것입니다."

- 현재 동인 활동과 근황에 대해 소개해 달라.
"두 곳에서 동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2004년 첫 동인집 <이 위험한 경계>를 펴낸 '시와 색' 이라는 동인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음카페 'e시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 근황은 불교적 사유 안에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애착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되도록 많은 것을 놓아주고, 버리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하루 중 주로 창작하는 시간과 1인3역(女婦母)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시간을 정해놓고 하진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다가도 시상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적습니다. 살짝 귀띔해드리면 사실은 책을 내고 나니 많이 부끄럽습니다. 제 책이 혼신을 다한 열정의 산물이라 해도 많은 부분이 개인적 차원에서 머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바깥을 바라보며 시대의 아픔이나 나 아닌 타인, 혹은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꺼내어 위무해주거나 다독여주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어조로 써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 잘 키우느라 남달리 늦게 입문했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써야하는 한 인격체이면서 또한 아내로서 엄마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만 이제는 글로써 인정받고 싶습니다.

시인은 인터뷰 내용과 관계없이 자신의 소회를 밝힌 글에서 한발 재길 틈 없는 문단의 척박함을 슬퍼했다. 문단의 현실과 시인의 안타까움이 뒤범벅되어 다른 이의 마음까지 무겁게 한다."

"소수를 제외하고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각 학교의 문창과나 사회교원의 시창작반, 혹은 문화센터 회원들이 오로지 좋은 글을 쓰겠다는 하나의 일념으로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입문도 하기 전에 지치고 좌절하고 맙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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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백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경복궁 -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64
손용해 지음, 이종호.심가인 그림 / 해피북스(북키드)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조선의 심장이었고 현재는 우리의 얼굴인 경복궁. 그 이름만 들어도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가 가슴 고동치게 밀려들어오는 곳.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로 새롭게 단장한 지 어언 10년, 경복궁은 역사의 오욕을 지우고 우리의 심장과 얼굴로 다시 다가서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얼굴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거울에 비춰야만 알 수 있는 얼굴. 경복궁을 비출만한 거대한 거울은 있을까. 거울도 없이 어떻게 우리 얼굴의 생김새를 알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속에서 탄생한 것이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시리즈다.

<조선 오백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경복궁>은 시리즈의 64번째 책으로 경복궁 구석구석을 사진과 삽화를 들이대면서 자세히도 톺았다. 생생한 실물사진과 은은한 수채 풍경으로 ‘읽는’ 것보다 ‘보는’ 책으로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나온 곳을 책으로 옮겨서 직접 찾기 전에 사전 정보를 주자는 의도다. 이 같은 기획 의도는 올해 ‘놀토’(토요수업휴무)가 하루 더 늘어난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빠르게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대거 추천한 책이란 수사가 없더라도 책은 옹골차게 엮어졌다. 경복궁을 찾기 전 준비물부터 관람 예절까지 소소한 부분을 챙겨주고 입구인 광화문부터 북쪽 끝인 건청궁까지 숨 돌릴 틈 없이 가이드를 한다.

관람을 하면서 놓치면 않 될 것들과 그것에 담긴 역사적 사건을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경복궁을 한바퀴 휘돌아 볼 수 있도록 ‘관람전략지도’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적 유물을 잘 돌아봤는지를 통과의례인양 재미나고 간단한 테스트로 책을 마무리 한다.

흥미로운 것은 궁궐 곳곳을 지키는 수많은 동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와 그들의 임무를 정리한 것. 저자는 주인은 사라졌지만 꿋꿋이 경복궁을 지키는 동물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경회루를 지키는 불가사리가 한국전쟁 때 총에 맞아 ‘다친 곳’이 어딘지,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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