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그레이엄 파멜로 엮음, 양혜영 옮김 / 소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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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물리학 도서가 안방을 찾아왔다. 낯설지만 반갑다. 물리학을 앞세워 안방을 노크한 용기가 반갑고 다 읽고 난 뒤에 한 꺼풀 벗겨지는 시야가 반갑다.

이과(理科)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오묘함을 전달하기엔 다소 전문적이다.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것은 우리 생활 속에 함께 있지만 서먹하던 방정식이란 존재를 친절히 소개시켜 준 탓일 게다.

책은 자연과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가 어떻게 가설이 세워지고 증명되는지를 차분히 쫓아간다. 그 동선을 동행하다보면 우리의 안방 도처에 널려있는 물리학과 방정식을 만날 수 있고 시나브로 우리는 그것과 융합된다.

수학은 물리학의 기초가 되고 물리학은 과학의 초석이 된다. 결국 세상은 가장 함축적으로 E=mc2이 된다. 이 공식은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압축파일인 셈이다.

20세기 수학과 물리학, 넓은 의미에서 과학을 지탱하는 수많은 방정식이 있다. 방정식이란 미지수에 어떤 수를 대입시켜 등식을 성립시키는 것을 말한다. 방정식은 본질적으로 완벽한 균형에 대한 표현이다. 과학을 고려하지 않는 순수 과학자들에게 방정식은 오로지 추상적인 수식일 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방정식들은 자연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과학사상 가장 유명한 방정식은 E=mc2이라는데 대한 이견은 별로 없다. 심지어 우유 광고에도 인용되는 방정식이다. 아인슈타인과 동격으로 쓰인다. 1905년 발견된 이 방정식은 겉으로 보기엔 에너지(E), 질량(m),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c)가 서로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이 방정식을 통해 질량에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은 정확히 그 질량이 가진 에너지와 같다고 예측했다. '예측'은 '추상적인 수식'과 등식을 이룬다. 비록 발표 당시는 예측이었지만 이 방정식은 현대과학에서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비유될 만큼 빼어난 발견으로 기록되고 있다.

E=mc2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의 생명체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과학 지식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물이다.

이 같은 방정식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그토록 많은 법칙들이 절대규칙(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왜 상관도 없어 보이는 두 물리량(방정식의 왼쪽과 오른쪽)이 정확히 같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법칙들은 어떻게 발견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답은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란 것일 뿐.

과학 방정식에 대한 논란의 시발이 여기에 있다. 과연 발명되는 것인가 아니면 발견되는 것인지. 이에 대해 인도출신 미국인 천체물리학자 찬드라세카는 "항상 거기 있었으며, 나는 우연히 그것을 찾아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E=mc2 역시 태고적부터 유효한 것이 틀림없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발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방정식을 자연의 일부, 즉 신의 창조물로 보는 프로테스탄트적 과학사관 탓일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미첼은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모든 공식은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라고 표현했다. 'E=mc2=아름다운 시=찬송가'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성립한다.

원저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2004), 스티븐 와인버그(1979) 등 영국과 미국의 저명한 학자 13명이 집필했다. '아인슈타인의 영감의 원천은 모차르트'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의 아서 밀러(과학사) 교수의 글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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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ohana 2006-07-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방금 오마이뉴스에서 보고 온 리뷰랑 똑같네요. 동일인물이신지?

연년생아빠 2006-07-0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렇습니다. 동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