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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할 만 하세요? - 새로운 의료패러다임을 꿈꾸는 '의사 CEO' 장동익
장동익 지음 / GMD북 / 2006년 1월
평점 :
장동익은 소위 잘나가는 의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15년간 개원의 매출, 의료보험청구 건수, 환자 수에서 언제나 전국 수위를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른 의사들이 언뜻 들으면 조롱하는 듯한 “의사 할 만 하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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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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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DBOOK |
그는 책머리에 이 책이 자선전이 아닌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이자 새롭게 지게 될 십자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새롭게 지게 될 십자가는 다름 아닌 7만여 명의 의사를 이끄는 수장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가 십자가를 질게 될 지는 오는 3월18일 판가름 난다. 그는 8명의 후보 중 한명으로 의협회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의사 할 만 하냐는 질문도 여기에 연유한다. 이런 이유로 책은 읽어 내려가기 다소 껄끄럽다. 의사는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마치 정치인이 출마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서두는 어릴 적 회고와 의사의 길에 접어들면서 생긴 에피소드, 그리고 그의 병원인 영림내과의 성공담이 놀랄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1985년 개원한 그의 병원에는 지금껏 16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를 휴일 없이 일수로 나누면 일일 170명이 내원했다는 계산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날은 하루에 600명의 환자를 진찰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영림내과의 성공담에 이어 책은 중간부분부터 갑자기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한다.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소위 패러메디칼(유사의학) 분야 전문직과의 일전을 불사할 태세로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한마디로 의사의 영역을 넘보지 말라는 경고다. 의사는 머리고 타 직능은 팔, 다리 쯤 되니 각자의 맡은 기능에만 충실 하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의학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적개심을 쏟아내고 있다. 한의학은 <동의보감>에 매몰된 비과학적 학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약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체실험’이라는 자극적 단어까지 동원하고 있다. 약사들도 그에게는 의약분업의 파트너가 아니라 언제 의사의 영역을 파고들어 올지 모르는 위험한 집단이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속한 집단인 의사협회에도 일갈한다. 의약분업 당시 회원들이 믿고 위임한 권리를 집행부가 잘못 대처해 대국민 신뢰와 명예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의 강력한 역할과 위상론을 들고 나왔다. 이는 책을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의협회장 선거는 오는 28일부터 7만1833명의 의사 중 투표권이 있는 3만4967명이 3월17일까지 18일간 우편투표를 하게 된다. 저자를 비롯해 모두 8명의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출사표를 한권의 책으로 엮을 만큼 의료계 현실에 대해 할말이 많은 그가 의료계의 수장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한의사, 약사, 간호사를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너그러운 눈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