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NO.5가 뇌에 이르기까지 - 신기한 사람 몸속 탐험 여행
루돌프 E. 랑 지음, 도복선 옮김 / 이손(구 아세아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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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겉표지.
ⓒ 이손
독일 의대교수의 신기한 사람 몸속 탐험 여행 이야기라. 썩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독일이라면 각종 세계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인간의 '몸'을 알아내기 위해 몹쓸 짓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나라가 아닌가.

때문에 생리학 분야가 상당히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병리학자가 인간 몸에 대한 책을 냈다? 그것만으로도 탐험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한 조건이다.

그러나 책은 탐험에 나선 독자에게 출발부터 어정쩡하고 불친절한 안내를 시작한다. 우리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가는 여행은 고등학교 4학년용 생물교과서 수준이다.

상당 부분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거나 인터넷을 뒤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에다가 때로는 의학용어 상식 없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친절까지.

책은 미각기관인 혀로부터 여행을 시작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우리 몸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 목마름, 홍조, 배고픔, 소름, 간지럼, 웃음 등의 기전을 설명하면서 목적지인 항문을 향한다. 담배 식물이 해충을 없애기 위해 분비하는 니코틴에 대한 설명 중 일부분 등은 전문 용어의 나열로 여행을 방해한다.

'게다가 니코틴이나 아세틸콜린은 VTA-신경세포의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달라붙어 세포막 전위를 떨어트리면서 도파민계 VTA-신경세포에서 벌어지는 글루탐산의 효과를 더욱 키워준다. 이런 공동작용으로 도파민계 VTA-신경세포들의 탈분극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측중격핵과 전전두엽 속에서 도파민이 쏟아지게 된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현상을 평이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 역시 이 부분을 염두해서 '의학이나 생물학 지식이 있는 독자를 상대로 쓴 것이 아니라 생리학적 연장상자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일반인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친절한 필자의 설명이 어정쩡한 독자층을 만든다.

여행을 하다보면 출발이 썩 기분 좋지 않더라도 중간 중간 눈요기가 있기 마련이다. 책은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신체 특성 몇 가지를 제공한다.

보조개는 흔히 볼에만 생기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등에도 생긴다. 허리 쪽 등뼈의 움푹 파인 곳이 바로 보조개다. 이 보조개가 비대칭인 여성은 골반이상으로 출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

모기가 담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니코틴과 결합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보톡스는 주름진 피부를 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양약(良藥)이지만 원균인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은 강력한 생화학 무기 목록의 맨 위를 차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체는 우주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인체 신비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동안의 과학적 업적 중에서 생리학적 분야의 궁금증을 일부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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