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긴장되고 힘들었다.
내가 아는 할머니 이야기는 아닐까 싶어, 각주응 계속 들춰봐야했다. 각주에는, 각 표현들이 어느 할머니 이야기에서 따왔는지가 적혀 있다.

폐가에서 인형을 발견하고 순간 갓난아기도 착각하여 가슴에 끌어안았다는 부분을 보고, 중국 할머니가 생각났다.
안대한 작가 사진에서 봤던 그 할머니.... 역시 이수단 할머니였다. 어떻게 계시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보니 작년에 사망하셨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 위안소라눈 것을 몰랐다. 일본 군인을 받는 곳으로만 알았다. 중국인 마을에 갔다가 보았던 3층 벽돌 집도 군인을 받는 곳으로만 알았다. 위안소니, 위안부에 하는 말을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야 알았다. 그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것을 그저 창녀굴 같은 것으로 알았다. 그것이 위안소였다는 걸, 그리고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걸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다녀간 군인들 숫자를 그녀는 68명까지 세다가 말았다'

' "너, 자꾸 아프다고 하면 다른 데로 보내버린다." 위안거리가 도망치고 싶어하면서도 그녀는 그 소리가 가장 무서웠다. 그 말이 그녀에게는 죽여버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모든 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했으면 오늘날까지도 살지 못했으리라'
(요즘 감복된 할머니가 너무 힘드셔서, '나도 원옥이처럼 전날 일이 기억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 인생이 이렇게..... 위안부 역사라는 굴레에 갇혀 끝까지 가셔야 하나...하는 미안함과 죄스러우니까 함께...)

'그녀에게 바람이 있다면 남에게 무시당하니 않고 사는 것이다. 남에게 아무 폐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죽는 것이다'

'나도 피해자요'
(풍경이 할머니... 위안부 등록을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셨다. 언니와 조카들 눈치도 보였고....텔레비전에서 마지막 한 명이 남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겨운 배울 한글로 한 자 한 자 쓰셨다. '나도 피해자요'
텔레비전에서 마지막 한분이 시력을 다해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죽을 수가 없어. 내가 죽으면 말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할머니가 곱게 옷을 차쳐 입고 마을버스를 타셨다. 마지막 한 명의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

15번지 재개발 지역에서 한 소녀가 할머니에게 탈을 던지고 갔다. 입이 막힌 탈. 할머니는 그 탈에 입을 만들어 주었다. 조카가 할머니를 만나러 오는 마당에서 그 탈을 짓밟았지만, 할머니는 마을버스를 탔다. 그 할마니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158
하인리히 뵐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인리히 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처음에 그 시가 생각났다. (왜 그거….옆에 사람들이 체포되었을 때 모른척 했는데, 내가 체포되었다는..)

그러나 그 시와 전혀 무관한 소설이다.

독일 소설. 1948년 화폐 개혁 후에 서독의 대도시인 쾰른에서 벌어진 일을 부부(프레드 보그너, 캐테 보그너)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소설이다.  

프레드 보그너는 벽지공장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터지자 징집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군대에서 배운 전화교환 기술로 성당 전환교환수가 된다. 한달 임금 320마르크. 이게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부인과 아이 3(클레멘스, 카를라)을 위해 제대로 된 집 한 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하다. 5식구가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 프랑케 부인 단칸방에서 눈치를 보며 살았는데, 프레드 보그너가, 한 집에 살 수도 없을 만큼 물리적으로 좁기도 하지만, 자신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집에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한다. 가난 속의 아이들에게는, ‘절망스럽과 무의미한 겸손이 느껴진다

프레드와 캐테는 가끔씩 숲에서, 공원에서, 모텔에서 만나 짧은 시간 동안 부부관계를 맺는다. 캐테는 남편을 만나면서 설레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매춘 여성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난 매춘부가 아니니까요. 난 매춘부들에게 아무런 반감도 없지만, 프레드, 난 매춘부가 아니에요. 난 당신을 만나러 와서 망가진 집의 현관이나 밭에서 당신과 함께 있다가 집에가요. 끔찍해요. 전차에 오를 때마다 당신이 내 손에 5마르크나 10마르크를 쥐어주는 걸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하다고요. 그런 여자들이 몸을 팔고 얼마나 받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부인과 함께 밤을 보낼 모텔비를 구하기 위해 프레드가 돈을 빌리러 다닌다. 우여곡절 끝에 부인과 모텔에서 지내는데, 부인이 넷째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역자해설에서는, 네번째 아이를 가진 캐테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고 보았다. 그 당시 아이를 많이 갖지 말라는 사회적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여하간, 책의 배경으로 봐서도 네번째 아이는 정말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의 결과이다결국 부인은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프레드도 그런 캐테를 보며 헤어져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프레드는 부인을 집으로 보내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권태와 좌절을 느끼게 하는 성당에서 전화교환수 일을 하다가 부인과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신부님에게 집에 가봐야지요라고 말하다. 그렇게 끝난다..

. 프레드가 집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복닥거리는 그 집에 돌아가서 뭘 어쩌란 말인가. 캐테와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등등….

그런데 역자해설이 흥미로웠다. ‘뵐은 원래 프레드 보그너의 귀향을 묘사하는 14장을 구사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가난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실이 작품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고 집에 돌아간다고 해서 사회적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백퍼센트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리랑, 태백산, 한강에서 이어온 이야기들,  

결국 인간연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남파간첩 비전향장기수 윤혁, 소련 몰락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당의 부패로 혼란을 겪는 베트남 소식을 들으면서 고민한다. 뭐가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장혁을 통해 결국 인간연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강민규 : '아무리 문제 많고 모순 많은 천민성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30년 이상 지탱되어온 사회에서는 사회주의는 절대로 뿌리내릴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윤혁 :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제를 모태로 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제도 속에서 인간의 중요한 본증 중의 하나인 이기적 욕망을 맘껏 성취할 수 있다는 황홀한 꿈에 취해 사니까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주의를 용납할 리가 없지. 그래...., 그래...., 인간은 이성적이기 이전에 본능적 존재야. 그래, 본능적 존재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이성의 힘이 큰 존재로 보려고 한 것이 착각이고...., 큰 오해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조정래 선생은 이성을 회복하는 작업, 인간다워지려고 하는 연습을 통해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다.  

윤혁이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듯이.. 

 

황광수의 평론이 멋있다. '인간을 "이성의 힘이 큰 존재로 보려고 한 것이 착각"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러기에 이성은 새로운 의미망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다. 인간 스스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단련 즉'연습'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족이나 더 큰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일 때 '연습'을 통해 습득한 이타행 또는 더 큰 자아를 위한 자기헌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터득하게 하는 것도 이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래여인의 속삭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6
알론소 꾸에또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루 작가 알폰소 꾸에또의 작품이다.  

내 생전에 처음으로 페루 작가의 책을 읽는게 아닐지.  

기자이자 외모와 지성을 갖춘 베로니카에게, 레베카라는 고등학교 동창이 등장한다.  

큰 외모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레베카.   

고등학교 시절, 베로니카는 왕따를 하는 친구들과 왕따를 당한 레베카 사이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한편으론 레베카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데, 몇 십년이 지나서 레베카가 베로니카 앞에 나타나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 과거에 무슨 사건이 있었던 듯 한다, 거의 끝부분까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면서 왜 고래여인이 나타났는지, 고래여인은 베로니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베로니카는 왜 레베카는 부담스러워하면서 한편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독자를 내내 궁금하게 만들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베로니카는 친구들이 파티장에서 레베카에게 창피를 주는 그 자리에 함께 했고, 그게 둘 사이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면서 레베카로 하여금 돌출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서로 그 때 일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털어놓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슬프면서도, 애잔함이 느껴졌다.  

난 그리 과거 회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행복한 과거를 떠올리기 힘들어서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그리 불행한 것만은 아닌데 왜 그럴까. 어쩌면, 베로니카나 레베카의 과거처럼 잊고 싶은 어두운 경험들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걸 놓아줄 필요가 있을거 같다. 그일과 관계맺은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