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대학 축제 때였던 것같은데... 학교 운동장에서 저녁에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상영했었다. 그 영화를 중간에서부터 보게 됐었는데 그 내용이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고 생각을 많이 하게 했었다. 그전까지 '인조인간'하면 과학이 엄청 발달하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인조인간도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언젠가 좀 더 과학이 발달하면 정말 그런 인조인간이 발명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존재를 인간이 이용을 목적으로 마음대로 생산하고,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는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 몇해 뒤 'A.I'를 보고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꼬마로봇...인간을 위해 태어나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꼬마 로봇이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산되었지만 필요가 없어진 후엔 자신이 엄마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버림받는다. 자신도 인간과 똑같이 너무나 간절히, 너무나 간절하게 사랑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 그래서 마음 아파하는 로봇... 그 로봇은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되었다는 것,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다 죽고 나서도 살아남아 있어야한다는 것... 너무나 가여웠다.
오늘 '아이, 로봇'을 봤다.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고 믿지만, 로봇이 인간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지, 인간처럼 느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결국은 인간이 로봇에게 인간의 사고와 감정에 대한 개념을 프로그램화해 넣어야 할 텐데.. 그러한 개념, 의미를 정확히 밝히고 규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 중에는 말로 할 수 없는 , 복잡한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프로그램화해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인간 존재를 너무 단순화하는 일이며 , 그런 실수로 인류에 큰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과 철학은 동떨어진 것같고 서로 성격이 다른 것같아 보이지만 과학자는 분명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발명해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긴 안목으로 그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통찰해 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리가 안 되지만 아무튼 과학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과학이 발달하고 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황톳길에 논밭을 일구며 살았어도 우리들은 분명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었다. 어쩌면 더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참... 시대에 동떨어진 이야기이며, 대책없는 이야기인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