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물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 불을 켠다 새벽 세시다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비트는 하얀 손이 낮엔 복숭아 나무 죽은 가지 두어 개를 툭툭 분질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소쩍새가 운다 그믐밤인가 보다 내가 청혼했던 여자의 잠도 깊겠다 내겐 벌써 저기 아득히 흘러가버린 과거가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매우 숭고한 쓰라린 과거다
- 그믐밤, 詩장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