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학년 선생님들 모임을 가졌다. 부장님, 한상경샘, 황정란샘, 이혜경샘, 나 다섯명. 총 11명 중에서 다섯명.  이때까지 모임 중에 가장 작은 인원이 모였다. 장소는 송정... 부장님의 취향으로 에피타이저로 장어구이를 먹고 본음식은 성게, 멍게, 낙지, 전복회, 전복죽을 먹었다. 거의 보양하러 간 거나 마찮가지 ^^ 부장님께서 말로는 우리 수고한다고 원기 돋궈주기 위해서라시는데  사실은 부장님이 드시고 싶어하시는 듯^^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광안대교를 바라보면서 커피한잔씩.

용궁사 옆을 지나면서 지영이랑 작년 초에 찾아갔던 기억이 새로웠다. 나에게 있어 막막하기만 하던 때 막힌 숨을 틔우기 위해 찾아갔던 곳..  초파일이 다가오던 때라 많은 사람들과 화려한 연등이 줄지어 달려있었기에 한적한 맛은 없었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불상들에 시험붙게 해 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빌었었는지.. 그때의 불안함이 다시금 밀려오는 듯도 하고 지금이 새삼 얼마나 다행인가싶기도 하고, 지금 내 심신이 얼마나 편해지고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는지 문득 깨닫게 된다.  이제는 내가 더욱 겸손해지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줘야 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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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혜란이가 지각을 했다. 혜란이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아이들이 내 눈치 먼저 살핀다. 선생님이 어쩌시려나...  혜란이는 그전부터 지각을 많이 해왔었고 나에게 주의를 듣는 것을 많이 보았으므로 

혜란이에게 또 큰 소리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이 시험인데 그냥 눈감을까?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혜란이를 살짝이 밖으로 불러냈다. 혜란이는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다 알고 있다. 고개를 못들고 발끝만 내려다 보고 있다. 손에는 비닐이 뜯기지 않은 수첩을 든 채... 

혜란이는 성적이 나쁘지 않으며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사람, 수행평가를 '아직' 내지 않은 사람에 꼭 끼어있다. 차분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하다. 그래서 어제 과제나 준비물을 적을 수첩을 준비해와서 나에게 보이라고 했었다. 그 수첩인가 보다. 내심 내 말이 조금은 먹혔구나 싶어 흡족하다. (야단맞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왜 늦었니? 언제 교문을 통과했니?'  혜란이는 교문을 28분쯤 통과했는데 수첩사러 매점갔다가 어떤 남 선생님을 보고 겁이 나서 건물 뒤로 둘러 가다가 다른 남 선생님에게 걸려서 운동장을 일곱바퀴 돌다 왔다고 한다. 

순간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면, 혜란이가 그 남선생님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정당한 변명을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겁부터 먹고 도망 먼저 치는지 답답해지기도 하고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다시 한번 혜란이는 남에게 싫은 소리나 야단을 듣는 것을 못견뎌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혜란이는 뚜렷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사과나 반성을 하기보다는 변명하고 돌아서 도망갈 생각을 먼저 한다. 어떤 땐 옳지 못한 방법까지 쓰면서... 

다시 한번 혜란이에게 두서없는 설교를 했다. 성적이나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성실하고 정당한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할 줄 아는 솔직함과 정직한 태도, 어렵고 곤란한 일에 피해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태도가 필요한 것같다고 ... 그리고 이 순간도 선생님이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이며 절대 야단이 아니라고 강조를 한 뒤... 선생님과 함께 같이 고쳐나가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교실에 들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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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반 수업이 유난히 힘이 든다. 반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무겁고 아이들의 눈이 부담스럽고 나 자신의 행동과 말이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을 얼마 진행하지 않아 말한마디 , 한마디가 많이 긴장되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힘이 빠지며 그러다보면 수업이 느슨해지고 아이들도 처지는 것같고 수업을 힘들어 하는 것같고 ..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찜찜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학기 초에는 우리반 수업이 다른 반 수업보다 훨씬 재미있었는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어주는 아이들... 내가 하자는 모든 활동에 재미있어하며 열심히 따라와주었다.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아이들을 보면 힘을 얻곤 했다. 

학기 초 자기 반 수업은 원래 재미가 없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담임은 반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어 있고 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부담스러워 주눅이 들어서. 그렇게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 것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사이에 아이들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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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3-12-0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요..ㅋㅋ 저도 우리반 수업이 쉽지는 않는데. 사실 모든 수업이 힘들지요. 그래도 힘내십시오. 가야할 길은 멀고. 가야만 하는 길이니!

병아리교사 2003-12-0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야만 하는 길이니... 더 재미있게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