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5시 50분 알람은 울리는 소리는 들었고 승주언니가 껐으나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일어나기 싫어서 계속 잠을 청했다. 언니가 먼저 일어나기로 했는데 기척이 없어 이래서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6시 18분이었다. 큰일났다 싶어 나 먼저 부랴부랴 머리를 감고, 나와서 다른 방 선생님들이 일어났는지 전화했다. 정란샘은 일어나 있었고 경미샘방은 내 전화에 깬 것 같았다. 7시쯤에 밥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7시에 나가 정란샘방을 두드리니 샘이 나왔는데 경미샘방은 좀 있다가 가겠단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오늘 관광 담당자는 경란샘이고 경란샘이 7시쯤에는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작 자신이 늦게 일어나다니... 이 사람 안 되겠네~^^  2층에 내려가니 조그마하게 뷔페식으로 아침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침인데 소시지에 감자튀김에... 술안주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보다 조금 끈기없는 밥이 전기밥솥에 들어 있고 우리보다 가늘게 자려진 김이 있었다. 또 자기들이 먹는 반찬거리들이 조금 있었는데 별로 먹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레몬 비슷한 것 등 과일도 있었다. 한쪽에는 식빵과 잘려진 바케트빵과 버터와 딸기쨈, 커피와 우유, 오렌지 주스가 놓여 있었다. 식빵은 옆에 놓여진 토스트기로 적당히 구워먹을 수 있었고 커피는 원두도, 자판기식으로 된 카푸치노 비슷한 커피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그렇게 푸짐하게 차려놓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갖추었고 깔끔하며 먹는대로 먹을만했다. 예전에 중국호텔 아침 뷔페는 차려놓은 것은 정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였으나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리 없었던 기억이 난다. 비위에 안 맞는 음식들도 있고 우리와 극복할 수 없는 입맛의 차이로 요리된 음식들... 대충 때웠었다. 그에 비하면 너무 만족스러워서 든든히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서 오고 갈 때 인사하는 여직원들... 항상 빠지지 않는다.
  8시 20분쯤 출발했다. 오늘 행선지는 히메이지와 코베의 이진칸과 난킨마찌, 포트아일랜드, 고베시청전망대이다. 이제는 익숙한 우리 숙소 앞 지하철역, 이름도 긴 니시나까지마 미나미까따 역. 이 이름... 마지막까지도 외우긴 힘들 것 같다. ^^ 아침 지하철역은 어제 봤던 모습과 달리 엄청난 출근객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꽉꽉 차서 출발하는 지하철... 아침 출근길의 이런 모습은 일본에도 있구나 싶었다. 전철을 하나 보내고 다음 것을 탈 수 있었다. 아침 지하철 안, 침묵하고 앞만 보며 각자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 잠시 눈을 부치고 그나마 잠을 보충하고 있는 사람, 아이라인 그리고 화장을 곱게 하고 있는 여인네들, 신문 읽는 사람... 우리 아침 출근길도 저랬지 않았을까 새삼 생각했다. 여기가 오사카 일본 두 번째 도시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매우 세련됐다. 여자들의 모습은 앞서 말한 것처럼 세련되었고 남자들도 이에 못지 않다. 하나같이 왁스를 발라 머리를 다듬었고 양복 위에 긴 롱코트를 갖추어 입고 목도리까지 곱게 둘렀다. 저마다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었다. 나이드신 분들도 깔끔하니 차려입었다. 그런 것에서 뭔가 우리보다 차원이 조금 한 단계 위라는 것을 느낀다. 아니면 생활의 차원이 더 나아서라기보다는 이 나라 사람들 자체가 워낙이 깔끔하고 다듬는 것과 갖추는 것을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우메다역에 내려 한큐․한신 전철 타는 곳을 찾아갔다. 그때가 8시 40분쯤... 우메다역은 책자에 설명되어있던 그대로 여러 전철 노선들이 모인 곳이라 정말 복잡했다. 아침 출근길에 그것이 더 확연히 눈에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어디론가 몰려간다. 우리도 그 무리에 휩쓸리듯 한큐전철 타는 곳을 찾아갔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 곧 출발하는 한큐전철 히메이지 특급행이 있었다. 한큐전철은 자주색이다. 1시간 30분쯤을 갔다. 피곤했던 우리는 거의 눈을 붙이고 앉은 채로 초췌하도록 잤다. 나도 정신없이 자다가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이럴 때 읽으려고 책을 한 권 챙겨왔었는데 그걸 숙소에 두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지하철을 타면 매번 제일 앞칸 아니면 뒤칸에 앉게 되었다. 아무래도 승무원아저씨에게 행선지를 확인하고 나서 타느라 그렇게 된 것 같다. 승무원아저씨가 보이는 곳에...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도록... 그래서 승무원 아저씨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때 승무원아저씨는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왔다. 차분하면서도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얼굴을 보니 뿔테를 낀 모범생 스타일의 승무원아저씨였다. 일본의 지하철과 전철도 한 전철을 한 승무원이 운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하철은 운전석이 있는 칸과 승객들이 타는 칸은 완전히 담이 쌓여져 있고 승무원아저씨는 앉아서 혹은 서서(안을 잘 보지 못하니 앉았는지 섰는지 알 수 없다.) 운전만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녹음된 안내방송이 있기 때문에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일본 지하철과 전철의 승무원은 끊임없이 방송한다. ‘다음역은 어디입니다. 어디로 갈 사람은 다음역에서 내려주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 등등. 그리고 수시로 운전석칸 문을 열고 나와 뒤칸까지 가서 무언가를 열심히 체크한다. 그리고 다시 운전석칸에 들어가기 전에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목례를 정중히 하고 들어간다. 절대로 졸음이 오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일을 일을 하는 듯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복 또는 유니폼과 모자를 갖추어 입고 절도 있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히메이지역에 내려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배용준 사진이 붙어 있고 이병헌, 권상우, 배용준, 박용하 등의 얼굴이 들어간 열쇠고리가 걸려있었다. 정말 일본에 우리나라 배우들이 인기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걸 보고 우리가 신기해하니 편의점 아주머니께서 쑥스러워하시며 웃으셨다. 난 히메이지성이 산 중간쯤 높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평지에 있었고 도시 가운에 우뚝 솟아 있었다. 역에서 얼마 나가지 않아 멀리 히메이지성의 텐슈까꾸(天守閣)가 보였다. 히메이지성 주위도 오사카성처럼 공원처럼 꾸며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동물원이 있었다. 이상하다. 창덕궁에 동물원을 만든 건 일본인이었다. 일본인이 왕이 사는 궁궐에 동물을 들여놓은 것은 우리 왕실과 궁궐을 비하하기 위해서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자기들 성 옆에도 동물원이 있다니... 자기 성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아닐 것인데... 성의 주인 즐거우라는 것인가, 아님 아무런 의미없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기 위함일까... 알 수 없다. 히메이지는 1581년에 토요또미 히데요시가 처음 축성하기 시작했고 토꾸가와 이에야스의 사위 이께다 데루마사가 완성시킨 성이다. 텐슈까꾸에는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도록 했다. 신발을 벗는 곳을 지키고 있으신 분도 지긋한 나이의 노인분... 신발은 그곳에 있는 하얀 비닐봉지에 넣도록 되어 있는데 그 비닐봉지는 새것이 아니라 이미 몇 명일지 모를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관람을 끝내고 다시 주면 그것을 그 노인분이 정성스럽게 다시 펴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 정성때문인지 그런 것이 전혀 궁상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알뜰하게 느껴졌다. 일본 성 중에서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몇 개 안되는 성 중의 하나다. 텐슈까꾸에 들어서니 오사카성과는 확실히 달랐다. 옛 일본 막부 쇼균과 무사들이 살았었을 듯한 모습 그대로였다. 6층건물인데 곳곳마다 벽에는 무사의 칼을 거는 곳과 적이 쳐들어왔을 때 안에서 싸울 수 있도록 된 화살과 조총쏘는 곳들이 있었다. 그리고 6층 높이라 밖이 훤히 보인다. 거기서 누군가는 적이 쳐들어오지나 않는지 눈을 떼지 않고 지키고 있었겠지. 이 성도 오사카성도 마찬가지로 호수가 성을 둘러싸고 있다. 적의 침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함이다. 권력을 쥐었지만 항상 적을 의식하고 긴장하며 살아야했던 그들... 행복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텐슈까꾸를 나와 성을 천천히 빠져 나왔다. 뒤돌아보니 면과 모서리가 평평하게 혹은 모서리가 각이 지도록 다듬은 성벽이 보인다. 오사카성도 마찬가지였는데... 우리는 돌을 있는 그대로 쌓는데 반해 일본인들은 항상 반듯반듯하게 각을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되게 인위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성을 보고 나오니 12시쯤... 점심을 먹어 줄 때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그 많던 식당이 꼭 밥 먹으려고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 먹을 만한 식당을 찾는다. 길을 건널 때 건널목마다 안내원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신호들이 없는 건널목에 서서 차의 운행과 사람의 보행을 돕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신지 아니면 고용된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대부분 나이드신 노인분들이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나 자원봉사자들이 서 계신다. 그런데 여기는 학교 앞도 아니고, 12시의 한산한 거리였다. 일본이 안전한 나라라는 것이 저런 것인가 싶었다. 우리가 고심 끝에 들어간 음식점은 스파게티와 피자를 만들어주는 겉모습이 아기자기 예쁜 곳이었다. 우리가 그곳을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진열대의 음식과 값이 괜찮아서이지만... 그 곳은 조명이 약간 어두웠지만 아늑함이 느껴졌다. 우린 파스타와 스파게티, 피자 2판(조그만)을 시켰다. 음식은 모양도 예쁘고 그 집만의 맛이 있었다. 모두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와 그 음식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음식점 아르바이트생이 쫓아 나왔다. 정란샘이 오늘 일정을 적어 놓은 종이를 흘리고 나왔는데 그걸 가져다주러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가라며 수줍어하며 인사했다. 친절한 아르바이트생...
  다시 한큐 전철을 한 시간쯤 타고 산노미아역에 내려 이진칸(외국인의 집)을 찾아갔다. 이진칸에는 외국 여러나라풍의 예쁜 집들이 즐비했다. 옛 일본 개화기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이곳에 모여 살면서 지은 집들이다. 물론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은 거의 없고 레스토랑이나 관광품 파는 곳으로 개조되었다. 예쁜 집들 앞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중간에 빵집에 들러 딸기와 스트로베리가 고명처럼 올려진 빵 2개를 샀다. 너무 예쁘고 먹음직한 빵이라 안 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베의 빵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당장에 앉아 먹을 곳이 없어 적당히 앉을 수 있는 곳에 도착하면 먹도록 했다. 결국은 숙소까지 그 빵을 가지고 갔고 그 동안 빵은 너무 혹사를 당하여 거의 녹아버렸다는... 그래서 우린 부스러기진 그 빵을...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는....^^
 다음 코스는 중국인거리인 난낀마치이다. 이 곳은 우리 계획에는 시내버스인 시티루프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시티루프는 또다른 낯선 것. 어디에 서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몰랐다. 오늘의 안내자 이경란이 건널목에 서 있는 여자분에게 ‘시티루프, 시티루프’라며 물어보았다. 그 여자분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같았다. 황정란샘이 나섰다. 그래서 영어로 시티루프타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난낀마치를 가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여자분은 ‘아~, 아~’ 감탄사에 가까운 대답을 하며 한창 듣고 있었다. 우리 말을 잘 못알아 듣는 것같기도 하고, 한참 뒤에 ‘시티루프를 타고 난낀마치를 타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영어는 유창했다. 우리가 만난 사람 중에 호텔 지배인님 다음으로 유창했다. 그 여자분은 시티루프타는 것이 좀 번거롭다며 자신이 가는 방향이랑 비슷하니 같이 가자고 했다. 감사했다. 정란샘과 그 여자분은 영어로 말을 간혹 던지며 갔다. 난 그렇다고 그 여자분이랑 정란샘만 붙여두면 뻘쭘할까봐 대화에 끼진 않아도 그 옆에 붙어 갔다. 지나가다 보니 오사카에서 봤던 건물들이 또 있었다. 다이마루, 오빠, Left 등 분점인가보다. 오사카의 다이마루 건물도 아름다웠는데 고베의 다이마루 건물도 아름다웠다. 한창을 골목길로, 큰 대로로 가더니 저 곳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이런 길이니 설명하기가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또 너무나 감사해하며 인사했다. 그 여자분도 답인사를 하시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우리를 위해 더 내려와 준 것이었다. 그 여자분이 가신 후 우리는 또 그 유창한 영어에 우아하고 세련된 여자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낀마치는 들어서는 문부터 중국다웠다. 붉고 용이 휘감고 올라가는 커다란 문. 입구부터 김이 모락모락나는 왕만두나 튀김과 꼬지를 파는 집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식사할 곳을 찾았다. 조금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만두집들이 두곳 붙어 있었다. 간판을 보니 여행책자에 소개되어 있던 ‘로쇼끼’집이었다.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고 안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싸들고 가는 곳이라 사먹을 순 없었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입구쪽 즐비했던 만두집 중 한 곳에 들어갔다. 메뉴를 보고는 무슨 음식인지 알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와 직접 요것 조것 찍어서 달라고 했다. 순박하고 친절한 아주머니는 알았다고 하셨다. 조금 기다리니 만두 등이 나왔다. 난 사실 고기만두를 좋아하지 않고 중국 만두는 더욱 느끼할 것 같았지만 맛있게 생각하고 먹었다. 만두집을 나와 피곤했던 선생님들은 바로 포트아일랜드로 가자고 했다. 난 많이 걸어 도착한 곳인데 그냥 가는 것이 아쉬워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자고 했다. 선생님들 마지못해 따라오셨다. 하지만 더 들어가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비슷비슷한 만두가게들과 관광품파는 가게들. 또 즐비하게 놓여진 튀김과 꼬지를 안 먹어보고 가는 것도 아쉬워 춘권하나와 우리나라 도깨비방망이 감자튀김과 비슷하게 생긴 꼬지 하나를 사서 먹어보았다. 춘권은 바삭바삭한 피 안에 고기가 맛있게 양념되어 들어가있을 줄 알았는데 한입 무니 말린 무같은 것이 씹혔다. 별로 맛없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먹은 꼬지는 겉은 감자에 안에는 새우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내가 먹자고 우겼는데 그거 하나라도 맛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낀마치를 나와 산노미아역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했졌고 여기저기 네온싸인이 켜졌다. 찬바람이 제법 불어왔다. 일본은 낮과 밤에 기온차가 좀 나는 듯 했다.
 경란샘이 앞장 서서 우리를 포트라인 타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지하철 상점가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 와플집이 있었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 여러 가지 색의 와플이 먹음직하게 보였다. 우린 2개를 샀다. 또 언제 먹게 될 진 알 수 없지만... 포트아일랜드는 바다를 매워 만든 인공섬으로 거의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어 없는 것이 없는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포트라인은 산노미아역을 출발해서 포트아일랜드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산노미아역으로 오는 전철이다. 우린 정말 신기한 것을 보는 것처럼 전철 유리창에 5명이 얼굴을 대고 밖을 봤다. 전철 안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신기했을 것이다. 옆에서는 좀 전에 샀던 와플이 전철 가득 냄새를 피워대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책자에서 봤던 고베 야경이 펼쳐졌다. 불은 빛으로 빛나는 횃불 모양의 108미터 포트타워, 그 앞 하얀 빛으로 빛나는 범선의 돛과 파도를 상징하는 해양박물관(내 눈에는 그물이 쳐진 듯한 모양으로 보이지만... ), 모자이크 쇼핑센터에 세워진 동그란 관람차는 자주빛으로 빛났다. 백만불짜리라는 고베의 야경이 저것이었다. 하지만 포트아일랜드로 가는 전철 안에서 그 야경은 너무 멀어서 마치 그림 속 풍경인 것만 같았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포트아일랜드는 그냥 사람들이 사는 도시였다. 물론 매립해 세운 인공섬에 저렇게 대단위의 도시가 들어선 것은 인간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만 관광객인 우리가 볼 것은 딱히 없는 듯했다. 20분쯤 타고 있으니 산노미아역 원점으로 돌아왔다. 
  우린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코베시청 전망대로 향했다. 지하철 안을 헤매고 다니니 코베시청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나왔다. 입구로 나가니 한 건물과 연결되었고 그 곳에 안내원에게 영어로 ‘코베시청전망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안내원이 직접 우리를 데리고 그 건물 밖으로 나와 어디로 가라고 해줬다. 영어로 설명을 못하겠던지 직접 안내를 한 것이다. 다시 밖... 찬 바람을 맞으며 우리 여인 5명은 또 걸었다. 조금 더 가니 진짜 시청건물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불이 꺼지고 1층 로비만 훤했다. 그 곳에도 역시 안내원이 있었다. 물론 나이 지긋하신 노인분. 그 분은 우리를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24층을 눌러 주셨다. 모든 것을 준비해서 항시 대기하고 있는 친절한 일본인들. 나에게 그들은 그런 느낌이었다. 속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전망대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사실 난 이런 전망은 너무나 많이 봐 왔었기에 그렇게 감동스럽지도, 그렇게 예쁘지도 않았다. 우리 부산의 황령산 위에서 보는 야경도 아름답다. 그리고 중국의 2백 몇층에서 본 상해의 환상적인 야경을 본 터라 고베의 야경이 그렇게 예쁘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 유명한 고베의 야경을 봤다는데 의의!!
  드디어 숙소로 향했다. 30분 가량 한큐전철을 타고 우메다역. 다시 미도스지센으로... 마치 힘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미나미가따’역이 너무 친근하고 편안하게 와 닿았다. 우린 편의점에 들렀다. 그냥 갈 순 없다. 너무 서운한 일이다. 그래서 김밥과 삿뽀르 맥주 1캔 등등을 사서 들어갔다. 또 10시 30분 우리방 회담. 그리고 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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