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이날은 정말 일찍 일어나서 호텔을 나서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일어난 것은 6시 8분. 30분에 밥 먹기로 했는데... 단장하다보니 급하게 서두르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준비하고 밥 먹으러 갔다. 그때가 7시. 일어나서 408호에는 모닝콜을 했는데 414호는 잘 일어났을 것 같아 모닝콜을 안 했었는데 414호 황정란샘은 7시 30분에 식사인 줄 알고 늦게 준비해서 내려왔다. 어제와 비슷한 메뉴들이었지만 우리는 맛있게 최대한 든든히 먹어 두었다. 밥은 물론, 과일, 토스트, 우유, 오렌지주스, 커피까지. 아무튼 오늘도 호텔 출발은 8시였다.
  오늘 일정은 교토에 킨카꾸지, 니죠죠, 키요미츠테라이다. 긴카꾸지도 처음엔 가려 했으나 너무 빡빡한 일정이 될 것 같아 빼버렸다. 오늘 안내자는 김경미선생님. 교토에서의 이동은 버스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린 버스를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었던 터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5명이라 든든했다. 역시 ‘다수’라는 것은 사람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오늘도 반가운 ‘미나미가따’역에서 출발한다. 이 역에 들어서서 패스권을 끊을 때 오늘 여행이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도 어제 아침처럼 출근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바쁘게 혹은 무덤덤하게 출근하는 사람들. 역시 여러 전철이 만나는 ‘우메다’역으로 가서 ‘한큐전철’로 갈아타서 ‘카와라마치’역에 내렸다. 오늘은 전철 안에서 챙겨왔던 책을 꺼내 읽었다. 물론 피곤해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읽다보니 알장이 쉽게 쉽게 넘어가서 계속 읽혔다. 한참 앉아 있는데 승무원이 우리에게 오더니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무어라고 한다. 내리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옆 칸을 가르킨다. 순간 설마 이 칸까지는 다른 곳으로 가고 그래서 저 칸으로 이동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가다가 중간에서 전철 중간을 떼서 분리하는 것은 아니겠지? 싶었다. 그래서 우린 일단 내렸는데... 혹시나 해서 보니 칸 칸 중간을 어떻게 하고 있었다. 떼내고 있는 것이 맞았다. 그래 우린 옆 칸에 다시 올라 탔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모두 놀라워했다. 노선이 가다 갈라지는데 각 노선을 따로 가는 전철을 따로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갈라지는 부분에서 전철을 분리시켜 각 노선을 가도록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 승무원의 말을 잘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카와라마치’역에 내려 먼저 킨카꾸지로 가야 한다. 전철에 안내원, 물론 또 나이 지긋하신 노인분이다. 하지만 볼품 없으신 분이 아니다. 단정히 제복을 입으신 깔끔해 보이신다. 우리가 ‘킨카꾸지?’하고 물으니까 ‘앞’이라는 한국어를 쓰시면서 길을 가르쳐주셨다. 감사드리고 5번 출구로 나가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우린 12번 버스를 탔다. 일본 버스는 우리 버스보다 외형이 특색있고 다양하다. 고풍스럽고 예쁜 것들도 있고. 버스 안도 버스마다 조금 다르지만 이때 탄 버스는 붉은 벨벳이 의자에 씌어져 있고 버스 오른쪽은 우리 버스처럼 앞을 보고 가도록 되어 있고 왼쪽은 지하철좌석처럼 옆으로 앉도록 되어 있으며 뒤쪽은 두 명씩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부저는 버스 벽에 붙은 것이 아니라 의자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다. 버스 운전사 아저씨도 일본의 전철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방송을 하고 철저하게 인사한다. 그리고 버스 앞에는 전철 안에 있던 미니 전광판이 달려 있어 다음 정차하는 곳이 어디인지 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새 버스처럼 깔끔하다. 사실 놀랍도록 깨끗하다. 유리창문 사이에 먼지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일본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거나 일을 마친 후는 주로 청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기도 했다.
  일본이 얼마나 깔끔하게 해 놓는지를 여기에서 잠시 이야기하자. 일본에 있는 것이 모두 최신식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깨끗하게 닦아 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히려 후졌다기보다는 알뜰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 숙소의 욕실을 봐도 수도꼭지는 조금 옛날식으로 찬물과 더운물 꼭지가 따로 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나 깨끗해서 기꺼이 써 줄 수 있는 정도로 해 놓았다. 일본 공중 화장실을 가보면 우리처럼 최근 유행하는 타일들을 붙여 놓고 새단장해 놓은 듯한 화장실은 아니다. 타일을 보면 누런 타일이 지어진 지 오래되어 보이지만 그런 타일 하나하나도 이제 막 청소한 듯이 광이 난다. 물론 물을 뒤집어 씌어 놓은 듯이 질퍽질퍽하지도 않다. 적당한 물기로 정성들여 닦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나라 화장실은 청소를 하고 난 뒤는 바닥에 물이 흥건해서 그것이 더 불쾌할 때가 있다) 그리고 변기나 거울 모두 깨끗하다. 그리고 휴지는 항상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쓰는 데 아무 불편이 없다. 그리고 일본이 ‘자판기천국’이라고 듣던 대로 길거리엔 온갖 신기한 자판기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자판기들을 누가 관리하는지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마치 이제 들여온 자판기처럼. 사실 어떻게 이렇게 관리할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하다.
  버스를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하얀 것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먼지가 날리는 줄 알았는데 눈이었다. 햇빛마저 비칠 듯한데 눈이 날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킨카꾸지에 도착했을 때는 꽤 굵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숙소에 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할 수 없이 5명 모두 다 옷에 달고 있는 모자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난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곧 그칠 것 같았고 그리고 어쩌면 다른 계절에 비해 빛을 바랜 겨울 풍경에 눈은 아름다움을 더하는 장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킨카꾸지’의 입장권은 부적같이 생겨 특이하다. 기념품으로 책 속에 곱게 끼워 넣어 두었다. ‘킨카꾸지’는 한자로 ‘금각사’이다. 이 절 안에 있는 3층짜리 누각  2,3층에 금칠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자체가 이것을 대단한 눈요깃거리로 여기게 한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해서 실제로 봤을 때는 그런지 누각에 금칠을 하나 하나 했다기보다는  금박지를 붙여놓은 것 같았다. 그것을 지나쳐서 뒤로 난 좁은 길을 가니 조그마한 돌부처 몇 개와 돌그릇이 화단에 박혀 있었고 그 주위에 은색, 동색 동전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었다. 동전을 던져 그 돌그릇에 들어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승주 언니가 두 번인가 던져 보았는데 그 돌그릇에 동전을 넣는 것이 마음 같지 않았다. 우리 동전은 돌그릇 주위의 동전 속에 같이 묻혀 버렸다. 그곳 관광품 파는 곳에 아기자기 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비단으로 싸인 수첩을 두 개 샀다. 친구들 선물로 주면 좋을 것 같아서.
 ‘킨카꾸지’를 나와 다음 코스인 ‘니죠죠’로 향했다. 바로 앞에서 12번 버스를 다시 탔다. 창 밖의 도시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짬짬히 내어 읽는 책맛도 괜찮았다. 20분쯤 달려 니죠죠성앞에 도착했다.니죠죠성도 토꾸가와 이에야스가 1626년에 완공된 것이고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주된 건물은 ‘니노마루고뗀’이다. 이 곳도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도록 했다. 이 곳은 전형적인 일본 쇼군과 무사들의 집으로 6개의 건물이 지그재그 형식의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그 곳을 둘러 보니 대략 그 당시 어떻게 생활했을지 그려볼 수 있었다. 쇼군의 침실, 쇼군 아래 무사들이 모여 기거했던 넓은 방,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발을 디딜 때마다 새 울음소리가 나게 만든 복도(우구이스바리, 휘파람 새 마루) 등. 일생이 부와 권력을 위한 적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 건물을 본 후 잘 손질된 니노마루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성을 나왔다. 우리 외에 모델같은 8등신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금발의 미녀와 그녀의 남친, 다정한 외국인 커플이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 남자 2명도 있었고. 그 들의 눈에 일본의 문화재는 어떤 눈으로 비췰까? 신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사람들은 일본의 무사도에 대해 동경과 신비로움을 갖는다고 하니...
  이제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 하지만 니죠죠 성 주위에는 특별하게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다음 코스로 이동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다음 코스는 ‘키요미츠테라’이다. 우린 가는 방법을 몰라 먼저 교또역으로 가기로 했다. 거긴 먹을 곳도 있고 여러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있을 것이 분명하므로. 101번 버스를 탔다. 도쿄역에 내려 우리에게 만만한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거긴 우리가 흡족해할 만큼 선택할 수 있는 식당들이 꽤 있었다. 우린 또 진열대 음식 모형과 가격을 보고 적당한 식당을 골랐다. 메밀과 스시 집.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맛이 있는 집인가? 앉아 기다리는 자리에 우리 뒤에 오신 할머니 두 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스미마생’이라며 감사해하시고 무어라고 계속 말씀하시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칸코쿠’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냐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신기해하셨다. 잘 차려 입으신 깔끔하신 할머니. 손엔 만화에서나 보던 레이스에 풍성한 양감의 우산을 들고 계셨다. 마치 하울의 할머니를 보는 듯했다. 때론 옆에서 들려오는 말하는 목소리들이 일본 만화에서 들었던 듯이 그대로 들려올 때가 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숨넘어가듯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투로 말하는 것. 일본 만화에서 봤던 것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같았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맛이 있는 것도 있고 먹기 좀 그런 것도 있고, 하지만 이때까지 그랬든 남김없이 깔끔히 다~ 먹었다. 지하도를 나와 버스노선도를 보고 연구한 후 100번 버스를 타고 청수사로 향했다.
 100번 버스는 좁은 골목길에 우리를 내려 놓고 떠났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도 좁은 골목길이었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기념품 파는 곳과 떡인지 과자인지 알 수 없는 음식들을 파는 곳들이 즐비하게 절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붉게 단청을 입힌 문과 탑이 우뚝 눈 앞에 서 있었다. 이 절은 연간 참배객이 300만이 넘는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이 절은 778년에 세워졌다. 청수사라는 말 대로 곳곳에 약수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에 마실 것으로 기대를 잔뜩하고 갔던 ‘오또와토따끼’ (황금수 또는 연명수라고도 한다.)의 물을 먹으려고 일부러 다른 물은 먹지 않았다. 왠지 하나에 올인해야 더 효험이 있을 듯한 근거없는 믿음으로... 15미터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본당 무대, 교토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듯 탁 트여 있어 시원했다. 이어진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가니 우리가 고대하고 왔던 ‘오또와토따끼’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위에서 떨어지는 세 줄기의 물을 손잡이가 1미터인 바가지로 받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이 세 줄기의 물은 각각 불(佛), 법(法), 승(僧)으로 귀의를 의미하기도 하고 또는 건강, 학업, 연애의 성공을 보장하는 성수로 통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세 물줄기를 욕심내서 모두 마시면 오히려 효험이 사라진다고 한다. 우린 모두 연애을 의미하는 물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물 줄기가 떨어지는 곳 위에 불, 법, 승이라는 글자가 쓰여졌을 법한테 지워졌는지 희미해 보이지 않아 어느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린 당황해하며 쉽게 물을 골라 마시지 못했다. 심사숙고 끝에 나와 경미, 정란은 세 번째 물줄기를 받아 마셨고 승주 언니와 경란은 가운데 물줄기를 받아 마셨다. 각자 자기들이 마신 것이 연애운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근데 그 절을 돌아 나오면서 경란이 아침에는 너무 피곤했는데 갑자기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우린 모두 놀라 경란을 돌아보며 가운데 물이 건강물인가보다며 놀렸다. 그랬더니 승주언니가 그럴 리가 없다며 갑자기 여기저기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는 건강해야 공부도 사랑도 할 수 있는거라나~^^ 아무튼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 절을 빠져 나오는데 기모노를 입고 마이꼬 분장을 한 여인 2명이 사람들에 붙들려 사진을 함께 찍고 있었다. 우리도 이런 기회가 없을 것같아 간곡히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정란이 보이지 않아 우리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이꼬들은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붙들려 계속 모델이 되어줘야 했다. 좀 미안했다. 뒤늦게 어디선가 나타난 정란도 찍고 싶어 했다. 그래 미안함을 무릅쓰고 다시 부탁했다. 그 분들은 난처해하면서도 거절하진 못했다. 그래서 그 분들 사이에 정란이 끼여 사진을 찍었다. 그 분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붙들릴까 종종 걸음으로 바삐 갔다. 그 분들은 진짜 마이꼬가 아닌 1일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일뿐인데 우리가 조금 심했나? ^^ 버스를 타러 내려오면서 기념품 파는 가게에 들러 이것 저것을 구경하고 형부 줄 복고양이 핸드폰 줄을 하나 샀다.
  우린 다시 교토역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을 드니 책에서 봤던 볼링핀처럼 생긴 교토타워가 보인다. 일본의 버스정류장에는 몇 번 버스가 지금 어느 곳쯤 오고 있는지 표시가 된다. 또는 몇 번 버스가 몇 분에 오는지 정확하게 뜨고 그 시간에 정확하게 버스가 온다. 정확하고 세심하고 철저한 일본... 여기서도 느낀다. 버스를 타고 카와라마치로 갔다. 그 곳도 교토에서의 쇼핑가라고 해서 우린 또 둘러 보았다. 모두 선물을 사가야 한다는 즐거운 부담감을 가지고... 사실 둘러봐도 그렇게 살 만한 것들은 없다. 이미 봐 왔던 것과 비슷비슷하고 비싸서 살 것이 별로 없으므로. 교토에서는 화과자가 유명하다는데 어디에 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다 보니 화과자는 아닌데 팥에 잣, 호두, 밤, 녹차가루 등을 얹져 먹음직스럽게 만든 먹거리가 있었다. 맛을 살짝 보니 너무 달지도 않고 괜찮아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 우린 여기서도 하나씩 샀다. 화과자는 백화점에 들어가야 있을 것 같은데 다시 백화점을 찾아가는 것은 너무 힘들 것 같기도 해서... 언니랑 조카들 먹으면 좋아할 것 같다.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어둑어둑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밥 때가 돌아오는 법... 밥 먹을 데를 찾아보니 딱히 없어 지하철 지하상가를 떠올리며 내려가봤는데 바로 지하철타는 곳이 나타났다. 우린 다시 올라갈 힘도 없어 어~ 이게 아닌데 하고 지하철을 타버렸다. 이걸 타면 다시 30분쯤 꼼짝않고 우메다까지 가야한다. 이번에 탄 지하철은 마치 기차 같았다. 두 명씩 않도록 되어 있는... 우리 샘들은 자리에만 앉으면 자동으로 고개 끄떡이며 눈을 붙인다. 난 또 책을 읽었다. 이러다 한 권 다 읽겠다. 우메다 역에 내리니 지하상가들이 문을 많이 닫았다. 7시도 안 되었는데... 좀 둘러보니 한큐백화점 지하 음식점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그 곳에 들어갔다. 맛있어 보이는 것은 많으나 앉아서 먹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서 먹고 있었다. 자리를 제공하지 않으니 그 만큼 음식은 더 싸지는 거겠지만... 우린 좀 편안히 앉아 먹고 싶었는데... 또 낙담하여 그 곳을 나왔다. 맥도날드라도 가려니 거기도 마찮가지로 서서 먹고 있었다. 우린 또 낙담했다. 할 수 없이 숙소로 가서 편의점에서 이것저것을 사 가서 먹기로 했다. 이젠 익숙한 하지만 아직도 이름은 외울 수 없는 ‘미나미가따’역에 내렸다. 편의점에 들러 우동과 김밥, 맥주 2캔 과자 등등을 사서 숙소로 갔다. 오늘은 정란샘방 414에서 회담. 이 시간도 마음 편하고 너무 좋다. 우린 배불리 먹고 일찌감치(?) 10시에는 잠들 수 있었다. 이렇게 3일간의 여행을 스스로들 잘 해냈다. 그리고 내일은 공항에  9시 30분까지는 가야하므로 8시에 숙소를 나가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1월 20일
 7시에 밥을 먹으로 갔다. 여기서 먹는 마지막 아침... 한 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창문 앞 자기 3일 계속 우린 여기 앉아 먹었다. 마지막 날이라 창 밖 풍경을 음미하듯 느긋이 식사를 했다. 역시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먹고.
8시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왔다. 마지막으로 ‘미나미가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바’역으로 갔다. 그리고 정신없이 공항으로 가는 기차을 타러 갔다. 좀 헤매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공항급행 난카이센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여기서도 한 시간쯤 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난 어제 읽던 책을 읽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창밖 풍경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그러다 정란샘이 ‘언니, 우리 중간에서 갈아타야하는 거 아니예요?’라고 물었다. 우리가 올 때 한 번 갈아 탔어서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탈 때 승무원이 특별한 말이 없어서 그냥 가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정란샘이 승무원에게 가서 공항까지 바로 가냐고 물었다. 하지만 승무원은 우리말을 알아 들었는지 아닌지 아니라고 했다. 그래 우린 내려야하는 줄 알고 다음 역에서 우르르 내렸다. 그랬더니 승무원이 next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린 여기가 아니고 다음 역인가보다하고 또 우르르 탔다. 다음 정차역에서 또 우르르 내리니 승무원이 또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우린 또 우르르 탔다. 그제서야 알았다. 그 승무원의 next는 바로 다음이 아니고 다음 그 언젠가라는 것을... 그냥 우린 승무원이 내리라고 말할 때까지 앉아 있기로 했다. 결국은 승무원이 내리라고 해서 내린 곳은 공항이었다. 그 승무원은 정란샘의 질문을 공항에 가려면 지금 내려야 해요?라는 말로 알아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계속 앉아 있으면 될 걸 내렸다 탔다를 반복했으니... 그 승무원도 답답했을 것이다. 영어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는 내내 고민했을 것이다. 우린 내린 후 그 승무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때까지 본 승무원 중에서 가장 잘 생긴 것 같다고... 나만 그랬나? 가장 가까이서 본 정란은 지진희 스타일이라는데 난 얼핏 한석규 스타일로 봤다. 점잖은 모습도 보기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것이 대충 9시 40분쯤 .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티켓팅을 하고 나서 우린 기념품 가게에서 남은 잔돈을 없애기 위해 이것저것 샀다. 난 아버지에게 줄 네모난 유리 안에 복고양이가 조그맣게 들어가 있는 핸드폰줄과 노란 복고양이가 두 개 달린 내 핸드폰줄을 하나 샀다.
 11시쯤 비행기로 이동해 올랐다. 이번엔 e자리. 가운데 자리. 내 옆 통로쪽 자리에 경란샘. 창가쪽은 낯선 아주머니... 또 기내식을 맛있게 먹고 1시간 30분 뒤 1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우리 나라에 들어왔다. 옆에 지나가시는 아주머니께서 ‘우리나라가 역시 더 좋다~’라고 하셨다. 글쎄... 이번은 왜 그런 생각이 덜 한지... 우리나라는 우리나라고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고 각각 별개의 장단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이 너무 좋게만 기억되어서 그런 건가? 짐을 찾고 환전을 하고 우린 201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정란샘은 그런 초췌한 모습으로 서면을 지나쳐갈 순 없다며 305번 버스를 꿋꿋히 기다리겠다고 했다. 아무튼 귀여운 쌤^^  아무튼 3박 4일간의 여행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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